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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nne ryu Nov 28. 2022

Weihnachtsmarkt 크리스마스 마켓

  독일의 겨울은 춥고 어둡고 길다. 그럼에도 겨울을 기다리게 만드는 이유가 있으니, 바로 내가 너무도 사랑하는 독일의 크리스마스 마켓(Weihnahctsmarkt)이다. 11월 마지막 주부터 크리스마스 마켓이 독일 전역의 도시에서 열린다. 보통 구시가지 쪽 광장이나 성당 근처에 3층짜리 건물만큼 키가 큰 크리스마스 트리가 들어서고 그 주변에 따뜻한 글뤼바인, 음식 그리고 장식을 파는 가판대들이 줄줄이 들어선다. 일 끝나고 동료나 친구들과 크리스마스마켓에 가서 한잔하고 들어가는 것도 소소한 즐거움이다. 작년엔 코로나 때문에 평년보다 작은 규모로 열렸고 백신 접종 검사를 하는 등 불편한 점이 있었지만, 올해는 예년과 같을 것 같다!

  세계에서 제일 유명한 곳은 뉘른베르크 크리스마스 마켓이다. 난 베를린, 드레스덴, 함부르크, 하노버, 프랑크푸르트를 다녀왔는데 그 중 관람차를 타고 마켓 전경을 볼 수 있었던 베를린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렇지만 우열을 가릴 수 없을 정도로 다 예쁘다. 이번에는 회사 동료들과 헤센 남부에 있는 Michelstadt에 다녀와왔다. 작은 소도시에 동화 속에나 나올 법한 옛날 독일 건물들을 따라 크리스마스 장식이 어우러져 있다. 대도시와 달리 붐비거나 시끄럽지않아 여유롭게 거닐 수 있어서 좋았다. 오덴발트 숲 근처라 이 동네만의 목재 소품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있었다.

  크리스마스 마켓에 가면 무엇을 마시고 먹을 수 있는지 나열해봤다.



 # 마실거리

1. Glühwein 글뤼바인

    따뜻한 와인, 한국에선 뱅쇼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져있다.

    통상적으로 '글뤼바인'을 시키면 레드와인 베이스를 주는데, 화이트 와인도 판매한다.
    와인과 럼, 오렌지, 시나몬, 정향, 스타아니스 (팔각)을 넣어 만든 달달한 과일주!


2. Feuerzangenbowle 포이어장엔보울레

    데운 레드 와인에 럼에 적신 슈가콘에 불을 붙여 녹아내린 설탕을 넣어 만든 술로 역시 달다.  


3. Heisseschokolade mit Rum, Bailys, Amaretto 하이세쇼콜라데

    핫초코에 리큐어를 섞어서 마실 수도 있다 무지 달지만 도수가 낮아 덜 부담스럽다


4. Eierlikör - Bombardino 아이어리퀴어

     계란, 설탕, 럼으로 만든 매우 크리미한 술이다. 티라미수를 마시는 듯한 맛. 도수도 약하다

 


# 먹을거리

Bratwurst / 돼지고기 소시지

1. Bratwurst 돼지고기 소시지

   보통 딱딱한 독일 빵에 갓 구운 소시지를 넣어 케첩이나 머스타드 소스를 뿌려 먹는다. 소시지를 안 좋아함에도 추운 날 마켓에서 먹는 뜨거운 겉바속촉 브랏붜스트는 유냔히 맛있다.


2. Rindwurst 소고기 소시지

     보통 붉은 색 소시지로 역시 빵과 같이 먹는다.


gebrannte Mandeln

3. gebrannte Mandeln 볶은 아몬드

   캐러멜, 시나몬, 설탕을 넣고 볶은 아몬드로 멀리서도 맡을 수 있는 달달한 냄새때문에 그냥 지나갈 수 없다. 델리만쥬 저리가라. 아몬드 말고 캐슈넛, 땅콩, 호두도 있다.


4. Crepes 크레페

    우리가 잘 아는 그 얇은 반죽위에 토핑을 올리는 크레페. 추운 날 밖에서 먹으면 15배는 맛있다. 누뗄라만 넣어도 맛있고 바나나, 딸기 추가도 좋다.


5. Flammkuchen 플람쿠헨

    얇은 독일식 피자다. 보통 베이컨과 잘게 썰은 양파, 파, 크림치즈를 올린다. 피자에 비해 가벼워 좋아하는 편. 이태리 동료는 같은 값에 피자보다 양이 적어 플람쿠헨이 별로라고


Schneeballen

6. Schneeballen 슈니발렌

    우리나라에서도 한 때 지하철 역사에서 많이 팔던 그 슈니발렌이다. 스노우볼이란 뜻으로 동그란 반죽에 각종 맛을 더한 베이커리다. 돌덩이처럼 딱딱해서 깨물어먹을 수 밖에 없다. 내 취향은 아니다.




     


* Pfand : 컵 보증금 제도. 주문 시 보증금 2유로 정도 내고, 다 마신 후 컵을 반납하면 돌려받는다. 컵이 도시마다 또 해마다 달라서 예쁜데, 보증금 안받고 가져가도 될까? 법적으론 절도 행위로 간주되지만, 보증금액이 컵의 가격이랑 비슷하고 많이들 추억거리로 가져가기도 하니, 주인한테 허락을 받는걸 추천한다.




#놀거리

1. 꼬마기차

   같이 간 동료들 중 꼬마기차를 타고 싶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오, 우리 다같이 타요. 재미있을 것 같아요.',
   '내일 지역신문에 실리는거 아니에요?'
   ... 밑져야본전 직원분께 한번 물어봤다.

  
     나: '성인도 탈 수 ㅇ...'

  직원: 'No, you have to weigh below 40 kg'
      나: 'oh, i'm 40 kg .. ' (직원분 아주 호탕하게 웃었다. 그렇게 웃을 것까진 없잖아 ㅜ.ㅜ)

     나: '20 years ago'


'몸 반쪽만 탈 수 있겠구만' 실망들하며 다이어트햐고 내년에 다시 와서 타기로 했다. 크크     


2. 관람차 (Riesenrad)

   베를린 크리스마스 마켓에는 대관람차가 있다. 15년 당시 지원이가 취뽀하고 놀러왔을 때 갔다. 베를린에서 교환학생하던 동원오빠도 같이 만나서 셋이서 재미나게 다녔다. 얼마전 지원이가 그랬다.

  글뤼바인 마시고 탄 관람차 안에서 내가 인생은 유한할 때 아름다운거라고 말해줬는데, 그 말을 베를린에서 들어서 더 기억에 남았다고.

  기억이 전혀 안나지만 독문학도 감성이 아직 남아있던 시기니 그랬을 수 있겠다 싶다. 관람차 안에서 베를린 전경을 내려다보니 영화 '베를린 천사의 시' 속의 천사가 된 것 같다며 이야기를 꺼냈을 것이 눈에 선하다. 천사는 영생하지만 지리한 흑백의 삶을 산다. 그러다 인간을 사랑하게 되며, 그 사랑을 이루기위해 영생을 포기하고 인간이 된다. 전에 없던 인간으로서의 고뇌와 시련을 겪지만 그럼에도 그의 삶은 다채로운 색을 얻는다. 내가 지금 독일 생활을 정리하며 느끼는 아쉬움 역시 '유한함'에 기인한다고 스스로를 다독인다. 변화없이 계속 이어나갔다면 풀리지 않던 답답함은 여전히 나를 따라왔을테다. 아름다운 기억으로 끝을 맺을 수 있음에 감사하며 남은 시간 추억을 남기고 싶다. 요새는 기승전귀국 모드라, 이야기가 샌 것 이해해주시길.


3. 회전목마 (Karussel)

   프랑크푸르트 크리스마스 마켓 뢰머광장에는 회전목마가 있다. 제법 속도가 빠른데, 글뤼바인에 살짝 취해 회전목마를 타면 반짝거리는 세상이 빙글빙글 돈다. 물론 안취하고 타도 재미있다. 어린시절로 돌아간 느낌.



  독일인들은 크리스마스에 진심이다. 여름이 끝나고 10월부터 벌써 슈퍼마켓에 크리스마스 관련된 초콜릿과 과자를 팔기 시작한다. 그 귀여움이 정점에 다다르는게 바로 크리스마스 마켓. 아기자기한 동화같은 예쁜 장식들과 구경거리를 볼 수 있어 겨울에 독일을 지나게 된다면 꼭 들려보기를 추천한다!

 

헤센 남쪽의 Michelstadt


크리스마스별 / Weihnachtsster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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