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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오데트 Dec 19. 2023

마트와 아웃렛이 사라지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은 멸종될까

“부산에 nc 백화점이 또 없어진다네.”

“저번에 서면 nc 문 닫는다고 하지 않았어?”

“응, 그랬지. 이번엔 해운대 nc 백화점이 매물로 나왔데. 남천 메가마트도 없어지고 서면 홈플러스도 문을 닫는다네. “

“그럼 거기 뭐가 들어서는데?”

“뻔하지 뭐… 주상 복합 아파트.”


부산에 또 대형마트와 아웃렛이 없어진다는 소식이다.

부산을 흔히 ‘노인과 바다’의 도시라고 한다.

대학을 졸업한 청년들은 일자리가 없어 모두 수도권으로 떠난다. 정확하게 말하면 일자리 자체가 없다기보다는 괜찮은 일자리가 없는 것이다.

집값이 비싸 집 자체를 아예 못 사는 게 아니라, 아파트 가격이 비싸 주거할 만한 아파트를 못 사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박봉에 복지가 좋지 않고, 원하는 경력을 쌓을만한 직장이 없으니 모두 서울로 서울로 떠난다. 나 또한 그런 청년 중에 한 명이었다. 이제는 원하는 경력을 쌓고 다시 고향으로 왔지만. 수도권보다 붐비지 않아 살기는 너무 좋지만 일자리 선택의 폭이 넓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렇게 일자리를 찾아 떠난 청년들 때문에 수요가 줄어든 걸까, 오프매장들은 사라지고 하늘을 가리는 고층 아파트들만 들어서고 있다.

과연 이 아파트들이 다 분양되기나 할까 하는 의문이 들만큼 재개발 예정인 아파트들이 줄을 잇고 있다.



사람이 없어 오프라인 매장은 사라지는데 아파트는 미친 듯이 들어선다고? 조금 아이러니 한 상황이다.

어쩌면 사람이 없는 게 아니라 수요가 없는 게 아닐까 하는 합리적인 의심도 해본다. 요즘은 핸드폰만 있으면 다음날 새벽 집 앞에 식자재를 가져다준다. 음식뿐만이 아니라 작은 후추까지 클릭 한 번으로 빠르게 받아볼 수 있다.

나 조차도 로켓배송 애용자가 아닌가. 이것도 중독성이 있어서 이제 웬만한 건 다 로켓배송을 이용하게 되었다.

무겁게 들고 오는 것도 싫고 귀찮기도 해서인지, 비대면 장보기에 한번 맛을 들이니 빠져나오기가 힘이 든다.




부산뿐 아니라 수도권의 대형마트들도 문을 줄줄이 닫는다는 기사를 보니 진정 온라인 시대가 우리 앞에 왔음을 실감한다.

게다가 웬만한 대형마트와 아웃렛은 땅값이 비싼 노른자땅에 있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매출 대비 비싼 임대료를 버티기가 힘들고, 건물주의 입장에서는 그 임대료 대신 고층 아파트를 짓는 게 더 수익적인 면에서 유리할지도 모르겠다.

백화점이야 명품관이나 가전 등 고가의 제품을 질러주는 큰손들이 있지만, 마트나 아웃렛은 우리같이 평범한 서민들이 주 소비층이 아닌가.



현실적인 부분들도 이해가 간다. 하지만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많이 아쉬운 게 사실이다.

옷은 사실 입어보고 사야 실패가 없다. 아이 외투나 바지는 아웃렛에서 참 많이 입혀보고 샀었는데…

한 번씩 세일을 할 때면 질 좋고 저렴한 물건을 여러 벌 건져올 때도 있었다. 그런 날은 온 세상은 다 얻은 기분이다. 쇼핑 후 1층 카페에서 음료와 빵으로 당충전을 한 후 팬시점에서 작은 기쁨들을 챙길 수도 있다.


그것뿐이 아니다, 안에는 영화관도 있어서 쇼핑, 식사, 영화, 키즈카페 이용까지 한 번에 가능하다.

대형마트는 또 어떤가, 쇼핑을 하러 간 것뿐인데 시식 코너에서 음식도 맛보고 걷기 운동까지 할 수 있다. 쇼핑공간뿐 아니라 병원이나 미용실 같은 다른 시설도 입점해 있어 한번에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이런 편리한 공간들이 사라진다고 하니 걱정과 섭섭함이 공존하는 저녁이다. 물론 더 많은 이용을 하지 못한 후회와 미안함의 공간도 남겨두었다.

오프라인 쇼핑공간의 멸종이 시작된걸까, 특별히 갈 곳 없는 평범한 민은 현실에 밀려 사라지는 그 추억의 공간들이 아주 많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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