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쓰는 오데트 Dec 21. 2023

나에게 건강염려증이 생긴 이유

우리는 왜 잃고 나서야 그 소중함을 알까

친한 친구들의 단톡방에 알림이 왔다.


"나 지금 경동맥 때문에  OO병원 신경과에 가고 있어."


친구는 며칠 전 단톡방에서 말하길 '마사지를 받고 나서부터 목부분이 붓고 너무 아프다'라고 했다.  

그리고 통증 때문에  근무 중인 병원에서 경동맥 초음파를 했는데 ‘경동맥 박리’가 의심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사실 평소에도 건강 걱정이 남달랐던 친구라

‘혈관벽이 찢어지는 일이 그렇게 쉬운 일이야?’라며 다들 그리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눈치였다.




하지만 오늘 진료를 본 후 또 한 번 연락이 왔다. 박리의 가능성이 있어 MRA(자기 공명혈관조영술) 예약을 했다는 것이다. 소식에 단톡방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게다가 일단 혈전방지를 위해 혈전용해제 복용을 하며 검사 결과에 따라 중재적 시술을 할 수도 있다는 것.


우리 나이가 벌써 그렇게 되었나? 그리고 사람에 따라 박리가 외부 충격에도 쉽게 생길 수 있음에 다시 한번 놀랐다. 친구 걱정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부모님 얘기로 이야기가 흘러갔다.



한 친구는 10년 전 췌장암으로 아버지를 잃었다. 2년에 한 번 공단검진만 계속 받았는데, 어느 날 소화가 안되어 위내시경을 받게 되었다고 한다.

검사 중 위 바깥에 볼록한 부분이 관찰되어 큰 병원 진료가 필요하다는 소견에 대학병원 진료 예약을 잡았다고.

그 사이에 병변이 커졌는지 응급실로 실려가게 된 친구의 아버지는, 그곳에서 췌장암 진단을 받게 된다.




또 다른 친구는 아버지와 어머니 두 분 다 뇌졸중으로 입원을 하셨었는데 골든타임을 놓친 어머니는 장해가 크게 남았다고 한다. 좌측마비로 왼쪽을 거의 못쓰신다는 것이다.

증상은 일주일 전부터 있었으나, 하필 정형외과 약을 먹고 있어 약 때문이라는 의사의 말에 그 증상을 간과했다고 한다.


일주일 뒤 말이 어눌해지기 시작하자 급하게 병원을 갔지만, 집 근처의 대학병원이 아닌 1시간 거리의 다른 병원을 갔다고 한다.

대학병원이 대기가 많다는 얘기를 들어왔던 터라 멀리 있는 종합병원을 찾아갔지만 하필 그 병원에는 당직 인턴밖에 없었다고.

결국 이리저리 골든 타임을 놓친 친구의 어머니는 두 발로 걸어 들어가서는 입원해서 움직이지 못하는 신세가 되었다고 한다.



이런저런 얘기를 듣고 나니, 나의 건강염려증도 그리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병원근무만 17년이다. 삶과 죽음이 맞닿아 있는 곳에서 일을 한다는 건 여러모로 장단점이 있다. 특히나 질병과 죽음을 많이 접하는 나로서는 건강 대한 걱정을 늘 품고 살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덕에 항상 건강에 대한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사는지도 모르겠다.

나의 이 너무 싫고 지긋지긋한 순간들 있지만 생각해보면 나에게도 타인에게도 움이 되는 직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몸이 한 군데라도 아프면 만사가 짜증이 나고 예민해진다. 덜컥 걱정이 되기도 한다.

병원이라는 곳은 왜 그리 문턱이 높은지… 진료를 미루고 미루다 맘을 먹고 병원을 가서는, 예상보다 가벼운 진단을 받았을 때 그 기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다시 태어난 듯한 기분에 이제부터는 건강관리를 잘해보리라 다짐을 하지만… 망각의 동물은 며칠 뒤 또다시 나쁜 습관을 반복한다.


싫었던 나의 일터가, 직업이 … 나에게 또 다른 길을 열어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건강은 행복의 기본조건이며,사람의 생사가 정해져있다 하더라도 최선을 다해 건강을 관리한다면 최소한 후회는 없을 것이다.

어떻게 다른 이들에게 도움을 주고 나도 행복할 수 있을까.

새로운 고민을 시작하며, 오늘도 건강하고 평안함에 감사의 화살기도를 드린다.


작가의 이전글 마트와 아웃렛이 사라지고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