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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오데트 Jan 22. 2024

땜빵을 부러워할 줄이야

아이의 바지에 낙엽이 앉았다

"00야, 바지에 낙엽이 붙었네."


보는 엄마마다 아이 바지에 낙엽을 떼어주려다 당황을 한다.

바지 한쪽에 붙어있는 나뭇잎 모양의 자수 때문이다. 멀리서 보면 영락없는 낙엽이다.


“바지에 왜 낙엽을 붙이고 다닐까 했는데 자수였네요. 호호."

“아, 바지에 구멍이 나서 친정엄마가 자수 와펜으로 바느질한 거예요. “

난 그것도 모르고 자꾸 떼어주려고 했어요.”

와펜

이 바지에는 나름 깊은 사연이 있다.

며칠 전 친정엄마가 등원준비를 하다 옷 때문에 아이와 실랑이가 있었다고 한다. 등원시간이 다 되어가는데 아이가 자꾸 바지 입기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둘이서 바지를 당기다 어찌 된 건지 닳아있던 바지 위쪽이 살짝 찢어져 버렸다고 한다. 짜증이 난 친정엄마는 반성을 좀 하라고 미세하게 찢어진 그대로 옷을 입혀 보냈다고 한다.

그리고 그날 하원 후, 아이의 옷을 벗기다 바지 입은 걸 보고 한참을 웃었다고 한다.

자기도 창피했는지 찢어진 부분이 보이지 않게 바지를 가슴까지 끌어올려 입었다는 것이다.

며칠 뒤, 친정엄마는 문제의 바지를 감쪽같이 수선 해 놓으셨다. 갈색 나뭇잎 모양의 자수와펜으로 땜질을 해놓은 것이다.

그리고 그 바지를 입고 갔던 아이가 유치원에 다녀와 재미난 이야기를 해 주었다.


“친구들이 바지에 붙인 거 뭐냐고 물어봤어.”

“뭐라고 대답했어?”

“응, 이거 멋 내려고 붙인 거라고 얘기했어. 그러니깐 친구들이 다들 자기도 붙이고 싶다고 하던데."


유행은 이렇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뭐든 포장하고 의미를 부여하기 나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떼쓰다 구멍이 난 바지가, 인싸 바지가 된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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