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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추모관을 나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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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는 오데트
Feb 4.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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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서방이랑 2층에 먼저 올라가 있어, 아빠랑 나는 매점에서 술이랑 오징어 좀 사 올게.“
비가 추적추적… 해마다 이곳을 찾지만 유난히 을씨년스러운 토요일이다. 아이의 손을 꼭 붙잡고 계단을 천천히 올라갔다.
올 때마다 적응이 안 되는 이곳,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하늘의 별이 된 영혼들이 한 뼘 겨우 넘는 유리장에 입주해 있다. 가족들의 보고 싶다는 편지, 좋았던 시절의 사진들, 아기자기한 소품들..
성모상, 십자가, 장난감 등… 생전에 아꼈던 물건들이 아기자기 들어가 있다.
어르신, 청년, 아이까지… 생각보다 다양한 연령대에 가슴이 미어져왔다.
보고 싶다는 말로 어떻게 다 표현이 될까.
외삼촌이 계신 두 번째 블록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사진이 들어가 있는 유리 납골당 옆에는 메모지가 있었고, 귀여운 글씨의 편지가 하나 꽂혀있었다.
‘할아버지, 나 스무 살 되었어. 이제 술도 마실 수 있는데 할아버지가 옆에 안 계시네.보고 싶어.‘
추모관을 나오며 생각이 들었다. 부모님도, 나도 언젠가 다 하늘로 돌아가겠지.
가까운 이를 잃는 슬픔은 감히 상상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한 번도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다. 상상하기가 싫어서.
엄마가 말했다. 외삼촌이 엄청 살고 싶어 했다고. 심한 치질 증상으로 병원에 갔을 때는 이미 직장암 3기였다.
친구가 암에 걸리고, 가까운 사람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등 허망한 삶을 접하게 되면 보통 삶에 대한 번아웃을 경험하게 된다.
‘이렇게 아등바등 살아서 뭐 해? 어차피 다 죽을 건데.’
언제 죽음이 우리를 덮칠지 모르기 때문에 하루하루를 그냥 쓰고 먹고 즐기자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그렇게 시기를 알 수 없는 죽음에 반항하듯 소비만 하다 살면, 나의 영혼까지 소비되는 느낌이 들지 않을까.
준비되지 않은 채로 노년에 접어들면 늘 불안함에 시달리지는 않을까.
쓰는 기쁨과 함께 채워 넣는 안정감과 즐거움이 있다.
욜로(Yolo)도 좋지만 죽음 앞에 후회 없는 삶을 살려면
기쁨에 민감한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
이 들었다.
금쪽같은 휴일이지만 써야 할 글, 읽어야 할 책, 아이를 위해 해야 할 일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그 안에서 작은 기쁨을 찾아보려고 한다. 그 기쁨은 감사를 통해 채집할 수 있다.
‘
이렇게 일요일 아침, 집에 햇빛이 잘 들어서 감사합니다.’
‘이렇게 글을 쓸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글을 쓰고 컴퓨터를 덮고 나면 얼마나 뿌듯할까.‘
‘아이와 뒹굴 뒹글, 따뜻한 집에서 하루를 보낼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아이의 열이 떨어져셔, 품절대란인 해열제가 집에 있음에 감사합니다.’
오늘은 미뤄두었던 감사를 다이어리에 적어보려고 한다.
당신의 오늘도 숨어있는 기쁨과 행복을 발견하는 하루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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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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