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쓰는 오데트 Dec 18. 2023

어른들도 산타가 필요해

나도 선물 받고 싶다

“휴… 선물 포장 완료.”


매년 연말이 되면 나에게는 하나의 미션이 주어진다.바로 아이가 갖고 싶어 하는 선물 알아내기.

유치원의 크리스마스 행사가 바로 산타할아버지의 선물 증정식이기 때문이다.

그게 뭐가 어려울까 할 수도 있지만 생각보다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다. 급한 성격에 눈치가 빠른 아이라 갖고 싶은 선물을 물어보는 순간, 손에 넣을 때까지 끊임없이 이야기를 한다. 그래서 주로 아이와의 심리전에 강한 친정엄마에게 그 미션을 부탁드린다.

마음이 약한 내가 괜히 물어봤다 아이의 수에 휘말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친정엄마는 미션을 맡은 지 하루 만에 바로 그 갖고 싶은 물건을 알아냈다.


바로 ‘마인 크래프트 닌텐도 게임칩‘

아이 몰래 부모가 선물을 포장해 유치원에 전달을 하면, 1일 산타 할아버지가 한 명씩 호명해 나누어주신다.

쪽지에 아이에게 전달할 칭찬과 바라는 점을 적어주면, 산타가 선물을 주면서 같이 덕담을 해주신다.

재작년에는 너무 야윈 데다가 흰 수염이 없는 산타가 오셨고 작년에는 그나마 풍채 좋은 산타를 섭외할 수 있었다.

매년 행사 후 사진이 기대되면서 보면 웃음이 나는 이유이다.

올해는 어떤 산타가 오실까 하는 기대감과 함께 아이들의 표정을 관찰하는 재미가 있다.

보통은 아이들이 너무 좋아서 함박웃음을 지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사진 속 아이들은 썩소를 날리거나 하나같이 잔뜩 얼어있다.


얼마 남지 않은 크리스마스에 대한 얘기를 하다 갑자기 아이가 나에게 묻는다.

“그런데 산타 할아버지는 왜 어른들한테는 선물을 안 줘?"

‘그거야 어른이 산타니까.'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나왔지만 내 아들의 동심파괴를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게, 엄마도 산타 할아버지께 선물 받고 싶은데, 아이들만큼 착한 일을 안 해서 그런가.”

하고 얼무어 버렸다.                                                                                                                                                                                                                                                                                                                                                                                                                                                                                                                            

돌이켜보면 유년시절 산타의 존재를 믿을 때만 해도 매년 크리스마스가 무척이나 기다려졌다.

종이와 반짝이풀을 사서 친구들에게 쓸 카드를 직접 만들었고, 트리를 보면서 25일을 손꼽았다.

특히나 24일밤은 크리스마스의 하이라이트다.

문구점에서 구매한 커다란 성탄양말을 걸어놓고 나면 산타 할아버지가 어느 구멍으로 들어올지 이리저리 염탐을 한다.

‘우리 집은 들어오실 구멍이 옥상밖에 없네.'

하고 쓸데없는 걱정을 얹어보기도 한다.

이제는 빨리 자는 날만 남았다. ‘눈을 감고 뜨면 얼른 내일이 와있기를’ 바라며… 오지 않는 잠을 청해 본다.


성인이 된 지금, 가끔 이런 설렘의 시간이 그리울 때가 있다.

몰래 굴뚝으로 와서 착한 일을 한 아이들에게 선물을 놓고 가는 산타.

나이가 들어서일까, 이제는 경조사에 주고받는 돈이 전부다.

나도 산타가 선물을 주셨으면 좋겠다. 선물을 준비하는 건 조금 귀찮지만, 이유 없는 선물을 받고 싶은 건 모두의 마음 아닐까.




작가의 이전글 형님 미안해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