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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오데트 Apr 04. 2024

갈 곳은 딱히 없지만 주말이라는 행복

오늘도 행복채집

친정엄마가 곰솥 가득 앉혀놓은 감자탕이 보글보글 끓고 있다. 쿰쿰하고 달큼한 냄새에 슬쩍 배가 고파오기 시작한다. 푹 잘 익은 고기에 건더기 김치를 적당히 올려 따끈한 국물을 부어주었다. 김이 모락모락 한 현미밥을 꺼내어 팍팍 말아주면 속이 확 풀리는 아침 밥상이 완성된다.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나면 반쯤 눈을 감은 채 책 한 권을 집어 들고 거실 소파 한 귀퉁이에 자리를 잡는다. 따뜻한 아침볕에 웅크리고 고양이 마냥 껌벅껌벅 졸다 말다... 책을 읽으며 와닿는 구절을 천천히 곱씹어본다.

매주 이른 아침 주 6일 출근하는 나로서는 일주일에 한 번 여유로운 아침이 무척이나 달콤하다.


​한 십분 책을 읽었을까 이제 이 고요함은 끝났다는 신호가 안방에서 들여온다.

“엄마 ~~~.”

아이가 눈을 비비고 일어나 나의 넉넉한 배를 힘껏 껴안는다.

그렇게 아이와 부둥켜안은 후 이마에 모닝 뽀뽀를 하고 다시 침대에 같이 누워 뒹굴뒹굴…

삼십 분쯤 지났을까? 너무 늘어진다 싶어 아이가 먹을 아침 간식을 준비한 후 책상에 앉았다.

에세이 한 바닥을 필사하고 오늘의 챌린지 글을 위해 노트북을 열었다.

머릿속에서는 뭔가 떠오르는데 손끝에서 영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쓰다 말고 화장실도 가보고, 샤워도 해보고, 커피도 한 모금 마셔보고 다시 자리에 털썩 엉덩이를 붙인다.


글쓰기에 막 빠져들 때쯤 아드님이 심심하다고 노래를 부른다. 친정엄마는 날씨가 좋은데 집에서 아이를 방치한다며 내 귀에 잔소리를 때려 박으신다.

사실 나도 따분함을 핑계로 자꾸 게임만 하려 하는  아이를 집에 계속 둘 수가 없다. 어디를 나가볼까 고민을 하다 보니 갑자기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한다.

등산도 싫다, 공원도 싫다, 모두 싫다는 아이와 어쩔 수 없이 동네 키즈카페로 향한다. 백팩 가득 나의 욕심들을 채워 넣었다. 다 읽지도 못할 다섯 권의 책들… 가방을 둘러메니 큰 돌덩이 하나가 어깨에 달라붙은 것 같다.

“엄마, 여행 떠나는 거야?”

아이가 내 가방을 보더니 한마디를 던졌다.


키즈카페 한쪽에 자리를 잡고 책을 잔뜩 쌓아 올린 후 쓰다만 글을 다시 이어가기 시작했다.

역시 아침에 글을 질러만 놓으면 완성은 마감전의 내가 한다. ​

가족들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나의 꿈이지만 주인은 돌보아야 하기에…

이번 주말도 글쓰기와 책으로 가득히 채우고 있다.

행복이 별 거 있나. 바쁘지만 틈틈이 글을 쓸 수 있는 이 여유가 작은 행복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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