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엄마가 곰솥 가득 앉혀놓은 감자탕이 보글보글 끓고 있다. 쿰쿰하고 달큼한 냄새에 슬쩍 배가 고파오기 시작한다. 푹 잘 익은 고기에 건더기 김치를 적당히 올려 따끈한 국물을 부어주었다. 김이 모락모락 한 현미밥을 꺼내어 팍팍 말아주면 속이 확 풀리는 아침 밥상이 완성된다.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나면 반쯤 눈을 감은 채 책 한 권을 집어 들고 거실 소파 한 귀퉁이에 자리를 잡는다. 따뜻한 아침볕에 웅크리고 고양이 마냥 껌벅껌벅 졸다 말다... 책을 읽으며 와닿는 구절을 천천히 곱씹어본다.
매주 이른 아침 주 6일 출근하는 나로서는 일주일에 한 번 여유로운 아침이 무척이나 달콤하다.
한 십분 책을 읽었을까 이제 이 고요함은 끝났다는 신호가 안방에서 들여온다.
“엄마 ~~~.”
아이가 눈을 비비고 일어나 나의 넉넉한 배를 힘껏 껴안는다.
그렇게 아이와 부둥켜안은 후 이마에 모닝 뽀뽀를 하고 다시 침대에 같이 누워 뒹굴뒹굴…
삼십 분쯤 지났을까? 너무 늘어진다 싶어 아이가 먹을 아침 간식을 준비한 후 책상에 앉았다.
에세이 한 바닥을 필사하고 오늘의 챌린지 글을 위해 노트북을 열었다.
머릿속에서는 뭔가 떠오르는데 손끝에서 영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쓰다 말고 화장실도 가보고, 샤워도 해보고, 커피도 한 모금 마셔보고 다시 자리에 털썩 엉덩이를 붙인다.
글쓰기에 막 빠져들 때쯤 아드님이 심심하다고 노래를 부른다.친정엄마는 날씨가 좋은데 집에서 아이를 방치한다며 내 귀에 잔소리를 때려 박으신다.
사실 나도 따분함을 핑계로 자꾸 게임만 하려고 하는 아이를 집에만계속 놔둘 수가 없다. 어디를 나가볼까 고민을 하다 보니 갑자기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한다.
등산도 싫다, 공원도 싫다, 모두 싫다는 아이와 어쩔 수 없이 동네 키즈카페로 향한다. 백팩 가득 나의 욕심들을 채워 넣었다. 다 읽지도 못할 다섯 권의 책들… 가방을 둘러메니 큰 돌덩이 하나가 어깨에 달라붙은 것 같다.
“엄마, 여행 떠나는 거야?”
아이가 내 가방을 보더니 한마디를 던졌다.
키즈카페 한쪽에 자리를 잡고 책을 잔뜩 쌓아 올린 후 쓰다만 글을 다시 이어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