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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오데트 Jun 26. 2024

수상한 할머니

불안과 걱정이 많은 사람


투명한 카페 유리창 너머, 낯선 할머니가 왔다 갔다 몸 둘 바를 모르신다.

순간 수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약간의 경계심과 함께.

아니나 다까, 눈이 마주친 순간 그 할머니가 갑자기 문을 밀고 들어오신다.

역시 나의 예상은 빗나가지 않는다.

다급히 주름진 손을 펴서 보여주시는 꾸깃한 5만 원짜리 한 장.




“아가씨, 내가 차비를 내려고 보니 오만 원밖에 없어서 그러는데 잔돈 좀 바꿔주면 안 될까?”

“죄송하지만 저희도 현금이 없어서요… 저기 윗길로 조금만 가시면 오른쪽에 편의점 있으니 이라도 하나 사면 되지 않을까요?"


'역시 이상한 할머니가 틀림없어. 그냥 카페에서 그 돈으로 커피 한잔 사면 거스름돈이  생길 텐데, 왜 굳이 우리한테 와서…'




가시는 뒷모습을 보며 혼자 생각을 하고 있는데, 그 할머니 편의점을 가지 않고 다시 정류장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그때 함께 있던 00 엄마가 문을 열고 성큼성큼 그 할머니에게 어간다.

무언가 이야기를 하고 다시 들어오는 00 엄마.



“처음엔 물건 팔러 온 사람인가 생각했는데 아닌 것 같아요. 그리고 돈도 있으시더라고요. 주머니에서 만 원짜리랑 천 원짜리 조금 있는 걸 찾아드렸어요.

고맙다고 하시더라고요."

 

순간 미안함과 부끄러움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거친 세상에 찌들어 팍팍한 사람이 된 걸까, 아니면 불안과 걱정이 많아 늘 힘을 주고 사는 걸까.

어느 순간 세상 모든 것은 나에게 경계의 대상이 되었다.

 


“저 아까 00 엄마 보면서 많이 반성했잖아요. 저는 그 할머니가 정말 이상한 사람인 줄 알았거든요.”


독서모임을 이어가며 외면했던 속마음을 슬며시 털어놓았다.



“마음이 불편하셨구나. 당연히 그럴 수 있지요. 저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어요. 

저는 요즘 노인들을 보면 왜 이렇게 신경이 쓰이는지 모르겠어요. 나도 나이 들면 저런 모습이겠지 싶어 더 그런 것 같아요."




사건 사고가 많은 요즘이지만, 벌떡 일어나 손을 내미는 그 사람들 덕분에 세상은 유지되는 것 아닐까.

늘 불안과 긴장 속에 사는 당신에게도 말해주고 싶다. 가끔은 팽팽한 마음의 줄을 조금 놓아도 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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