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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스 Nov 29. 2023

심플라이프

 

모닝루틴


아침 5시.

알람이 울렸다. 오늘은 왠지 모르게 머리가 개운하다. 푹 잤다. 둘째를 낳고나서부터 조금 더 예민해진 탓에 잠을 잘 이루지 못하는 날들이 종종 있는데, 어쩌다 이렇게 깊게 잠을 자고 나면, 쌀쌀하고 이른 새벽이지만 이불밖으로 나오는 발걸음이 새털처럼 가볍다. 


이미 4시에 울려버린 첫 알람을 놓친 게 아쉽지만, 바로 일어나 가부좌를 틀고 앉는다. 명상을.. 아차차.. 화장실이 먼저다. 긴급한 생리적 신호가 우선이다. 목도 마르다. 제일 작은 냄비를 꺼내 정수기 물을 붓고 팔팔 끓인다. 물 끓이기 전용 주전자는 없다. 주둥이 설거지가 귀찮아 몇 년 전 마지막 주전자를 떠나보낸 이후, 줄곧 냄비에 끓인다. 


손바닥보다 살짝 긴 텀블러에 다 식은 보리차를 3분의 2를 따르고 방금 끓인 따뜻한 물을 마저 따른다. 음양탕이라고 하던데.. 찬물과 따뜻한 물 붓는 순서는 그날그날의 내 기분에 따라 달라진다. 가글을 하고 물을 마시기로 했지만, 정작 아침엔 자꾸 까먹는다. 입안의 세균과 함께 마시는 음양탕이지만.. 뭐 나쁘지 않다.


음양탕을 마시고 나면 다시 방으로 돌아와 가부좌를 튼다. 딸아이가 아직 옆에서 자고 있어서 명상 유튜브는 듣지 않는다. 들숨과 날숨에 집중해 본다. 자꾸 어제 먹은 저녁 메뉴가 내 머릿속을 치고 들어온다. 저녁메뉴를 간신히 밀어내고 나면 아들의 시큰둥했던 표정과 말투가 떠오르기 시작하고, 이내 남편과 딸아이의 웃음소리도 들려오는 듯하다. 


복식호흡을 유지하면서 이런저런 생각들을 자꾸 밀어내다보면 어느덧 10분이 넘어간다. 짧은 명상을 끝내고 오늘의 모닝페이지를 위해 책상에 앉는다. 




미라클모닝 3년 차


미라클모닝을 시작한 지는 3년 차가 되었다. 물론 그전에도 미라클모닝을 여러 번 시도는 했었지만, 생각처럼 오래 유지되지 않았다. 3년 정도 미모를 해보니까 이유를 알겠다. 그때는 안되고.. 지금은 왜 되는지.. 


시도보다 중요한 건 목표설정이었다. 

미라클모닝 자체가 목표였던 예전엔, 맛집 찾는 단골손님처럼 작심삼일 또한 매번 찾아왔다. 미라클모닝을 해야 하는 다른 이유가 딱히 없었다. 자기 계발서를 읽고 나면 나도 해야 할 것만 같은 의욕에 앞서 희망찬 계획을 세우곤 했고, 그 계획은 한 달도 못되어 흐지부지되기 일쑤였다. 왜 그런지 정확한 이유를 알 순 없지만, (어렴풋이 알 것도 같지만..) 나의 의지박약이 원인이라 생각했다. 


3년 전..

나에겐 큰 목표가 생겼다. 부동산 공부를 해서 자산을 쌓아 부자가 되기로 했다. 아이들과 살림은 남편에게 맡기고 강의를 듣고 임장을 다니기 시작했다. 6개월 후면 복직이라 마음은 급하고 시간은 턱없이 부족했다. 어쩔 수 없이 미라클모닝을 시작했다. 나처럼 부동산 공부를 하는 사람들은 다들 당연한 듯 미모를 했다. 나도 당연히 하나의 과정으로 생각하면서 미모를 시작했다. 


처음 1년은 적응기였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시작한 미모였지만, 3일 정도 새벽 5시 미모를 하고 나면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체력이 달려서인지.. 그 뒤 3일은 6시가 넘어도 머리가 지끈거리며 무거워 일어나기 힘들었다. 일주일 중 반은 미모를 하지 못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늦은 모닝'은 3일마다 찾아오는 단골손님이었지만, 그래도 3일마다 다시 세팅했다. 확언을 하고 미모를 하면서 틈틈이 공부를 하고 책을 읽었다. 나이 드니 눈이 나빠져 그런지 잘 보이지도 않는 부동산 관련 책들을 매일 아침저녁으로 다시 고3수험생으로 돌아간 거마냥 지독히도 파고들었다. 


지나고 보니 제대로 알 수 있었다. 내가 미라클모닝을 지금까지 지속할 수 있었던 이유는 미라클모닝 그 자체가 목표가 아니었던 것이다. 다른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필요한, 여러 개 중 하나의 수단이 바로 미라클모닝이었다. 나에겐 어쩔 수 없이.. 아니.. 무조건 해내야만 하는 것이 바로 '미라클모닝'이었다.




나의 목표


나의 목표는 '건강한 부자로 살아가기'이다. 건강하게만 살아가고 싶진 않다. 죽기 전날까지도 화장실을 나 스스로 걸어 다닐 수 있는 몸을 가지고 싶다. 물론, 부자인 채로 말이다.


3년 전, 나의 처음 목표는 '부자'였다.  '부자'를 목표로 그동안 내가 가지고 살아왔던 가치관과 삶의 기준을 변경했다. 내 삶의 중심이었던 워라밸을 뒤로하고 부자로 가는 로드맵을 우선순위로, 그렇게 3년 가까이 살아오면서 부자에게로 조금씩 가까워졌지만, 나와 내 가족의 건강은 조금씩 잃어 갔다. 이건 아니다 싶었다. 돈만 가진 병자로 나의 노후를 살고 싶지 않았다. 부자만 되어서는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삶을 살 수 없었다. 


나의 목표가 좀 더 구체적으로 세팅되면서 나의 삶의 기준과 가치관이 또다시 변경되었다. 건강과 부를 같이 가져가는 것. 그러려면 좀 더 나의 삶을 단순화하는 작업이 필요했다. 나의 습관, 물건, 관계, 음식, 몸, 마인드, 재테크를 가다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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