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전 처음으로 처가댁 부모님께 인사드리는 자리

결혼식 전편(2화)

* 결혼 전 양가 집안에 미리 서로의 점수 따 주기


처음 양가 부모님을 뵙기 전에 서로가 미리 준비를 해 둬야 할 일이 있다. 나의 집에서는 여자의 점수를 미리 따 줘야 하고, 처가댁에서의 내 점수는 여자가 미리 따 줘야 하는 일이다.


나의 집의 경우 부모님끼리 친구이신 집안의 딸이 나와도 친구였는데 어린 나이에도 하도 영리하고 사리분별을 잘 했던 친구라서 그 친구가 하는 이야기라면 나의 부모님께서는 거의 맹신할 정도였다.

이 친구에게 처음 나의 와이프를 소개시켜 주는 자리에서 다행히도 둘이서 죽이 잘 맞아 나의 부모님께 좋게 이야기를 잘 해 주어 나의 와이프가 후한 점수를 받을 수 있게 해 주었다.


처가댁에서 나의 점수를 따줘야 하는 경우가 상당히 더 조심스럽고 어려운 일인데 연애 시절에도 와이프는 나와 연애 초기에 데이트를 하면서도 늦어도 밤 10~11시 전에, 늦어도 막차가 끊기기 전에는 어떻게든 집에 들어가고자 노력을 하였고 항상 집에 전화를 드려서 부모님을 안심시켜 드렸다.

이러한 노력이 있었기에 나중에는 와이프의 부모님이나 오빠가 “오늘은 왜 만나러 나가지 않느냐, 혼자서 굶고 있는 것이 아니냐. 데려다줄 테니 얼른 나갈 준비를 해라.”라는 말까지 나왔었다.


내가 처가댁에서 점수를 가장 많이 따게 된 일은 와이프의 부모님을 뵙기 전에 와이프의 친언니와 처가댁 근처에서 와이프도 없이 단둘이서만 먼저 저녁식사 자리를 가졌던 일이었는데 다행히 나와는 죽이 잘 맞아서 처가댁 부모님께 후한 점수를 받게 해 주었다.


와이프의 친언니보다 오히려 어려울 수 있는 것이 와이프의 친오빠와 가까워지는 일이었다. 물론 사람 나름이겠지만 나의 경우에는 와이프의 친언니보다 친오빠와 가까워지는 데 시간이 조금 더 많이 걸렸던 것 같다.

좀 더 엄밀히 말하자면 와이프의 친오빠가 나를 계속 지켜보며 판단하고 나에 대한 최종 평가를 내리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이 와이프의 친언니가 내게 했던 시간보다 조금 더 길었다고 하는 것이 더욱 맞는 이야기일 듯하다.


평소 결혼 전에 바른생활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과 함께 처가 형제가 되었든 처가 지인이 되었든 처가댁 부모님을 만나 뵙기 전에 미리 나의 이야기를 좋게 전달해 줄 수 있는 누군가를 통해 점수를 딸 수 있는 좋은 계기를 만들 수만 있다면 이후 처음 만나 뵙게 되는 자리가 훨씬 더 부드러워질 수 있을 것이다.


[박마담 Tip]

결혼은 ‘부모님 바꾸기’라는 말이 있다. 결혼 후에도 양가집에 점수를 누적해 나가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남자는 처가댁 부모님께 잘 하고, 여자는 시댁 부모님께 잘 하기만 한다면 만사가 형통할 것이다. 이와 반대로 남자는 남자 집에서만 잘 하고, 여자는 여자 집에서만 잘 한다면 그 결혼생활은 결코 순탄치 않을 것이라고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 결혼 전 처음으로 처가댁 부모님께 인사드리는 자리


우리의 경우 조금 특별하게도 처가댁 지인의 플롯 연주회 자리에서 처음 처가댁 부모님을 뵙게 되었다.

그 전날 나는 잠을 거의 잘 수가 없었는데 양가 집안간의 격차도 심했을 뿐더러 당시 스물여섯 나이의 내가 뭐 하나 잘난 것이 없다고 생각했었기 때문이었다. 자려고 누워도 계속 머릿속에서는 ‘내일 처가댁 부모님께서 내게 이렇게 물어보시면 이렇게 답을 해 드려야지…’ 하는 생각들만이 온통 한 가득이었다.


다음날 연주회가 시작되기 전, 홀에서 처음 처가댁 부모님과 마주하게 되었을 때에는 막상 크게 긴장하지 않고 “안녕하십니까! ○.○.○.입니다!”라며 큰 목소리로 또박또박하게 인사를 드렸는데 장인어른께서 나를 바라보고 계실 때 흘렀던 1, 2초간의 정적 속에서 와이프는 마치 영화에나 나올 듯이 모든 것이 정지된 화면처럼 느껴지고 오직 아버님만이 보였었다고 했다.

이윽고 아버님께서는 “자넨가, 자네 이야기 많이 들었네.”라고 하시며 편안하게 이야기를 잘 이끌어나가 주셨다. 다행히 전날에 내가 미리 준비해 둔 문답들은 아무런 쓸모가 없는 자리였다.


이후 다시 날을 잡아 처음으로 처가댁에서 저녁식사를 같이 한 날에도 긴장을 안 할 수가 없었는데 다행히 걱정할 만한 일들은 없었지만 나에겐 힘들었던 일이 하나 있었다.

나는 평소 위가 작아서인지 음식을 많이 먹지 못하는 편인데 첫 식사자리에서만큼은 사위가 잘 먹는 모습을 보여드려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기에 밥도 더 달라고 하며 무리하게 오버를 해서 더 이상은 그 무엇도 먹을 수 없을 정도로 잔뜩 먹어 뒀지만 아뿔싸, 단순히 저녁식사로만 끝나는 자리가 아니었다.

식사가 끝난 후 거실로 자리를 옮겨와서 장인어른께서는 양주를 꺼내 오셨고 주방에서는 다시 안주를 내오셨다.

이렇게 2차전을 치룬 이후에도 계속 다과가 나왔고 또 한 차례 티타임이 시작되었다. 평소 우리 집 같았으면 식사 후 커피 한잔 정도 마시면 끝났을 자리였을 텐데 이렇게나 다양한 코스로 이어질 줄은 정말이지 그 당시 내 머릿속으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고 모든 것이 혼란스러웠다.

‘나는 더 먹을 수가 없는데… 더 먹어야만 한다…’라는 생각으로 끝까지 버텨낸 자리였다.


처음 부모님께 인사드리는 자리에서는 정말 어떠한 상황이 어떻게 펼쳐질지 모르는 일이다. 집으로 초대를 받고 함께 식사를 하게 되는 자리라면 그 집안의 식사 문화가 어떠한지 등 사전에 여러 가지 정보에 대해서 미리 알고 참석하면 많은 도움이 될 듯하다.


처음 부모님께 인사드리는 자리에서 어떻게든 많은 점수를 따내는 일은 물론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나를 꾸미거나 거짓된 모습으로 점수를 따는 것은 무의미한 일일 테니 진솔한 말과 행동으로 점수를 따낼 수 있는 나만의 방법을 연구해 보도록 하자.


[박마담 Tip]

처음 부모님을 뵙고 인사를 드리게 된다면 아버님과 어머님은 어떠한 분이신지를 미리 확인해 두고 취향에 맞춰 작은 선물이라도 준비를 해 두면 좋을 것이다. 그리고 아버님께서 약주를 좋아하신다면 취향에 맞춰 술 한 병이라도 준비를 해 두면 더욱 좋겠다.

예를 들어 아버님께서 평소 골프를 즐기신다면 ‘1865’라는 유명한 칠레산 와인이 있는데 호불호가 거의 없을 만큼 맛과 향도 좋아서 추천해 드릴 만하며 이름처럼 ‘18홀에서 65타에 치시라는 뜻’으로 전해 드리면 좋을 것 같다. 다른 뜻으로는 ‘18세부터 65세까지 누구나 즐겨 마시는 와인’이라는 뜻도 가지고 있다고 하니 참고하길 바란다.


* 결혼 전 우리 부부의 상견례


동갑내기인 우리 부부의 경우 다소 특이하게도 29살이 되던 해에 두 번의 상견례를, 실제 결혼을 하게 되었던 해인 34살에 세 번째 상견례를 치르게 되었다.

우리가 29살이 되던 해에 정식 상견례 전에 양가 어머님들만 먼저 모시고 한 번의 작은 상견례 자리를 가졌었는데 이렇게 하니 같은 해에 양가 부모님들을 다 모시고 치렀던 두 번째 상견례 자리가 훨씬 부드러워질 수가 있었다.


첫 번째 상견례는 양가 부모님들께서 우리 부부를 결혼시키기 위해 가졌던 상견례이기도 했지만 그 해에 장인어른께서 위암 판정을 받으시고 수술을 하시어 위를 절반이나 잘라낸 후인지라 백김치 외에는 자극적인 음식을 드시지 못하고 계실 때 처가댁에서 겨울 한철 드실 수 있도록 나의 어머니께서 손수 배추김치/백김치/총각김치를 만들어 보내 주심에 대한 감사의 인사를 전하기 위한 자리였기도 하다.


두 번째 상견례는 처가댁 부모님들께서 아시는 서울의 한정식 집에서 하게 되었는데 코스별로 하나씩 고급스러운 음식들이 나와서 음식 맛에 대한 평가를 주제로도 많은 말씀들을 나눌 수가 있어서 좋았던 것 같다.

양가 부모님들께서도 긴장이 되었던 자리였겠지만 나와 와이프가 느끼는 긴장감이 더욱 크지 않았을까 싶다. 상견례를 위해 경상남도 진주에서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다는 인사와 보내 주신 김치에 대한 감사, 상호간 양가 자식들에 대한 칭찬으로부터 시작하여 다행히 걱정할 만한 일들이 없이 무사히 잘 마칠 수 있었다.


재밌었던 것은 나의 부모님 두 분께서도, 처가댁 부모님 두 분께서도 서로 동갑내기에 월상(동갑이지만 아내가 남편보다 태어난 달이 빠름을 칭하는 말)이신데 우리 부부마저 동갑내기에 같은 11월생으로 내가 와이프보다 생일이 16일 빠르다는 주제만으로도 서로가 통하는 바도 있고 웃음거리가 될 수 있었다.

그리고 양가 어머님들께서는 사전에 이미 만나서 인사를 나눴었고 두 분 모두 말씀을 재밌게 하시는 분들이셔서 아버님들 간에 다소 어색한 분위기를 잘 풀어나갈 수 있었다.


서로의 집안에 대해 잘 모르고 계실 부모님들을 위해, 그리고 원만한 상견례 분위기를 위해 사전에 미리 부모님들께 소스를 드리는 것도 필수이다.

‘알아서 잘들 하시겠지…’ 하고 방관할 일만은 아닐 것이다.


34살 결혼하던 해에는 전체 가족들을 모두 모시고 다시 서울의 한정식 집에서 또 한 차례 상견례 자리가 이루어졌다. 상견례에 참석하기 위해 프랑스에서 살고 계신 와이프의 친언니가 8살 된 딸과 이제 겨우 2살이 된 갓난아이인 아들을 데리고 오셔서 애들 재롱도 보고 한결 밝은 분위기 속에서 진행할 수 있었다.


이 자리에서 잊지 못하는 일이 두 가지가 있었는데 하나는 2살 된 조카가 나의 남동생을 처음 보고 나로 착각을 하여 ‘헤벌레~’ 하면서 싱글생글 웃고 있었는데 와이프의 친언니께서 얘가 지금 내 남동생을 나로 착각을 하고 이러고 있는 것이라는 말에 모두가 한바탕 웃음바다가 되었던 일과 다른 하나는 와이프의 친오빠께서 나의 부모님께 남자로서 내가 당신보다 나은 남자라며 생각하지도 못했던 칭찬을 해 주셔서 민망했지만 감사했던 일이었다.

역시 자칫 어색해질 수 있는 자리에서 건네주는 칭찬 한 마디는 전체 분위기를 잘 살려 줄 수 있는 것 같다. 칭찬에 다소 인색한 나로서는 여러 가지로 참 배울 점이 많은 처남 형님이시다.


상견례는 무난하게만 넘어갈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성공한 자리라고 생각한다. 각자의 집안 상황과 환경을 고려해서 적절한 자리를 만들어 보자. 우리 부부의 경우처럼 양가 어머님들끼리 먼저 자리를 주선해 보는 것도 하나의 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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