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 전편(1화)
* 결혼 전 상호간 체크사항
‘과연 내가, 이 한 여자와, (70년이 될지도 모르는) 평생을 함께, 서로 사랑하며, 잘 살 수 있겠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되었고 결혼을 결심하게 되었다면 이제 ‘결혼식 전편’ 과정으로 들어가면서 결혼 전 체크해 봐야 할 항목들에 대해 서로가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누어보며 결혼 후 문제가 되지 않도록 미리 정리해야 할 것들을 찾아서 사전에 정리를 해 두는 것이 필요하다.
상세한 부분들은 인터넷 검색만 해 보더라도 자세히 알아볼 수 있는 일인 만큼 가장 기본이 되는 몇 가지만 아래에 열거해 보겠다.
- 가정 경제를 어떻게 계획하고 운영해 나갈 것인가? 서로에게 채무 문제는 없는지와 맞벌이/외벌이, 기타 서로의 형편 등 각자의 상황에 맞게 생각을 해 봐야겠다.
- 수입에 비해 지출이 과도한 부분은 없는가? 각자의 지출 유형과 소비 패턴을 파악하고 서로 타협과 조정이 필요한 부분이 없는지 확인해 보자.
- 서로의 건강에는 문제가 없는가? 요즘은 결혼 전 상호간에 건강진단서를 주고받으며 서로의 건강상태를 확인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하는데 2세까지 생각한다면 이 또한 중요한 일이 되겠다.
- 성생활도 중요한 문제 중 하나인 만큼 서로의 성적 취향에 대해서도 공유하며 서로가 어떻게 노력해 나갈 것인지도 의견을 나눠 보도록 하자.
- 아이를 낳을 것인가? 낳는다면 몇 명의 자녀를 낳을 것인가? 그에 따라 함께 2세 계획을 세워 보자.
- 집안일을 어떻게 분담할 것인가? 출산 후 양육에 있어서 누가 어떤 역할을 맡을지도 미리 상의해 놓으면 좋겠다.
- 서로의 집안, 부모형제, 친인척, 친구나 지인들에 대해서도 잘 알아보고 결혼하게 되었을 때 우리 부부 사이에 지나친 참견이나 간섭할 우려가 없겠는지 미리 확인해 보는 일도 중요하다.
- 결혼으로 인해 다른 것들은 포기해도 이것만큼은 포기할 수 없는 것이 있다면 미리 양해를 구하고 합의를 하도록 하자.
- 서로가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고자 하는지, 미래의 꿈은 무엇인지, 함께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어떻게 노력을 해 나갈 것인지에 대해서도 서로가 깊이 있게 이야기를 나눠 보자.
이밖에도 결혼식/신혼집/혼수 문제, 합가/분가 문제, 종교 문제, 고부/장서 갈등문제, 회사/육아휴직/사업 문제, 성격/취향/취미 문제, 모임 문제 등 개인마다 다양한 수많은 변수들이 존재할 수 있으니 결혼 후 발생될 수 있는 문제의 소지가 있는지 하나하나 꼼꼼하게 살펴보도록 하자.
상호간에 하나라도 덜 알고 결혼을 해서 후회하지 말고 서로가 하나라도 사전에 먼저 알아두고 정리를 해 두어 행복한 결혼생활을 잘 해 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여 노력해 보길 바란다.
* 결혼 전 공약
“평생 손에 물 한 방울 묻히지 않게 해 줄게~”
이 이야기는 이전 세대에서 사랑하는 여자와 결혼을 하기 위해 남자들이 줄곧 해 왔던 이야기이다. 그러나 결혼 후 와이프에게 이 약속을 지켜 줄 수 있는 남자가 세상에 과연 몇 명이나 있을까?
나와 결혼을 하면 와이프를 위해 평생 본인이 직접 집안일들을 모두 도맡아 해 주겠다는 것인지, 평생 집에 가사도우미를 두겠다는 이야기인지 나는 잘 모르겠다.
사랑하는 남자와 결혼을 하기 위해 여자가 남자에게 “평생 돈 벌어오란 말 안 하고 잔소리하지 않을게~”라고 말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 이야기인가?
공약이라는 것은 지키지 못하면 차라리 안 하느니만 못한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는 것이다.
죽을 때까지 부부간에 잘 살다가 내가 세상을 떠나는 날 처음 해 주었던 결혼 전 공약을 다 지켜 주지는 못하였더라도 최소한 와이프에게 “그동안 당신이 나를 위해 정말 고생 많이 했고 공약을 지켜 주기 위해 노력해 줘서 고맙다.”라는 말 정도는 듣고 떠나야 할 것이 아니겠는가?
차라리 작더라도 내가 지켜낼 수 있는 공약을 해 보는 것은 어떨까?
참고로 나의 결혼 전 공약은 아래의 두 가지였다.
첫 번째 공약은 “평생 나를 믿어달라는 소리 안 하고 행동으로 보여 줄게.”였고, 두 번째 공약은 “평생 손에 물 묻히게 해 줄게.”였다. 이 말에 나의 와이프는 웃음으로 화답하였지만 이것만큼은 내가 자신 있게(?) 지켜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과 함께 내 나름대로는 재치 있게 건네줬던 말이었다.
눈앞의 결혼만을 위해 ‘과대포장’이나 ‘과장광고’는 하지 않도록 하자. 같이 살다 보면 거짓이었음이 뻔히 드러날 일일 테니 지키지 못할 약속이라면 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과거로부터 나랏님들도 공약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면 백성들에게 원성을 듣게 마련이었다. 하물며 내가 욕을 하고 있는 사람과 같은 행동을 내 자신이 하고 있다면 나 또한 똑같이 욕을 먹는 사람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어떤 공약이든 각자에게 맡는 현명한 공약을 찾아내서 지금 결혼하려는 여자에게 ‘구매 확정’을 받아내고 덤으로 ‘높은 평점’까지 받아낼 수 있는 ‘멋진 남자’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You can do it!
* 결혼 전 프로포즈
사랑하는 남자에게 프로포즈를 받는 일은 거의 모든 여자들의 로망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여자들마다 각자 받고 싶은 프로포즈는 저마다 다를 것이다.
그렇다면 남자는 내 여자가 평소에 꿈꿔왔던 프로포즈를 해 줘야 하는 것인데 여자가 센스 있게 그동안 자신이 바라고 꿈꿔왔던 프로포즈에 대해 귀띔을 해 줬다면 좀 더 편하겠지만 그렇지 않았다면 고민이 많을 것이다. 귀띔을 해 주지 않았을지언정 사전에 미리 조금씩 물어만 봤었더라도 프로포즈를 준비하기가 좀 더 편할 수 있을 것이다.
혹시라도 내 여자가 “난 프로포즈 같은 것은 유치하니 안 해 줘도 돼~”라고 했다고 안 해 줄 생각을 하고 있다면 안 해 줘도 된다. 대신 여자는 평생 잊지 못하는 세 가지가 있다는 것만큼은 기억을 해 두자.
여자가 임신했을 때 남자가 못 해 준 것과 애 낳을 때 곁에 남자가 없었을 때, 마지막으로 결혼 전에 남자가 프로포즈를 안 해 줬을 때이다.
이와 같은 평생의 꼬리표를 달고 살아갈 자신이 있다면 안 해 줘도 된다는 이야기이다.
요즘은 코로나로 인해 라디오 이벤트(라디오에 사연이 소개된 것처럼 음원을 준비하는 것)나 호캉스(‘호텔+바캉스’의 합성어로 호텔에서 즐기는 바캉스를 의미함)를 통해서 프로포즈들을 각자 다양하게 준비하고 있는 듯하다.
이것저것 검색도 해 보고, 내가 해 주고 싶은 프로포즈 리스트를 만들어두고 내 여자를 잘 알고 있는 주위 여자들에게 어떤 것이 괜찮고 어떤 것이 별로인지 사전에 물어보는 것도 좋다.
이런 문제를 남자들끼리만 모여 있는 술자리에서 백날 상의를 해 봐야 그날의 술안주 정도가 될 뿐 원하는 답은 찾을 수가 없을 것이다.
케잌 속에 반지를 넣어 두는 등의 무모한 도전은 하지 말자. 여자가 반지를 씹기라도 했다면 치아가 상해서 결혼 대신 소송에 휩싸일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의 프로포즈, 레스토랑 같은 곳에서 피아노를 치면서 노래를 불러 주는 프로포즈는 자신의 여자가 바라던 프로포즈가 아니라 남자 자신만이 바라왔던 프로포즈일 수도 있다.
‘누구를 위한 프로포즈인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가끔 어설프게 생각과 계획을 하고 ‘분명 와이프가 좋아하겠지?’라며 착각을 하는 남자를 보게 되는데 ‘내 자신만을 위한 프로포즈’가 되어서는 절대로 안 된다.
간혹 돈을 밝히는 여자들에겐 돈이 최고일지 몰라도 꼭 비싼 돈을 들여 해 주는 프로포즈가 최고의 프로포즈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프로포즈는 당신과 결혼하기를 원하는 내 마음을 전해 주는 이벤트이지 내가 돈이 많음을 자랑하는 쇼가 아니기 때문이다.
돈을 밝히지 않고 단지 사랑하는 남자에게 소소한 프로포즈를 꿈꾸는 여자들이라면 비록 5캐럿짜리 다이아몬드 반지가 아니더라도 자신의 생일에 맞는 별자리나 탄생석으로 디자인 된 반지나 목걸이 선물만으로도 충분하진 않을 수 있겠지만 어느 정도의 감동과 사랑하는 마음은 전달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내가 와이프에게 해 주었던 프로포즈는 자취 시절 방바닥에 크게 하트 모양으로 촛불을 둘러 밝혀 두고 그 안에서 둘만의 결혼식을 거행한 것이었다.
아주 전형적인 방식이긴 하지만 와이프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결혼 서약서와 축가(사랑의 노래/소리엘) 등 나름 결혼식에서 갖춰야 할 양식들에 맞춰 거의 다 해 주었다.
방 천장에 가득 풍선만 띄워 놓아도 분위기는 꽤 근사해질 수 있다(풍선을 준비한다면 입으로 부는 등 무모한 도전은 하지 말고 반드시 헬륨가스를 이용하도록 하자).
가끔 이런 프로포즈를 야외, 그것도 바닷가에서 촛불과 케잌으로 준비해 보려는 남자가 있는데 바람이 불면 촛불에 불을 붙이기도 힘들 뿐더러 바닷가 모래 바닥에 케익을 놔 두면 모래가 바람에 날려 들어가 먹지도 못하게 되니 주의하길 바란다.
결혼 전 프로포즈의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자.
‘프로포즈란 결혼을 향한 마지막 관문이며 청혼, 즉 배우자에게 우리의 사랑과 결혼을 제안하는 자리인 동시에 배우자에게 선물하는 일생에 단 한 번뿐인 이벤트‘라는 의미도 있는 것이다.
지금 나의 여자는 내게 어떤 프로포즈를 원하고 있을지 한번 생각해 보자. 그에 대한 답을 이미 알고 있다면 당신은 행운아일 것이다.
Good luck to y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