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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별 마실 May 08. 2024

금융기관, 다 거기서 거기 아닌가요?

회사원이 거래할 수 있는 은행

 학창 시절 어머니께서 늘 하시던 말씀이 있다. "저기 사거리에 있는 은행은 문도 늦게 열고 4 시만 되면 셔터 내리더라. 너도 나중에 은행원이나 되면 좋겠다." '정말 그런가?' 어머니가 말씀하시던 그 은행에 가 보았다. 멋진 빨간 넥타이를 매고 말끔한 정장 차림의 은행원들이 근무하고 있었다. 과연 4 시에 문들 닫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요즘 말 하는 '신의 직장'처럼 보였다. 그러나 막상 내가 은행원이 되어보니 완전 딴 판이었다. 어머니에게 '속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어머니도 은행의 겉모습만 보고 '속았다'는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


 시간이 흘러 밥벌이를 해야 할 나이가 되어 나의 은행원 생활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9 시에 영업을 시작하는 것은 맞았다. 그러나 그전에 영업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8 시까지는 출근해야 했다. 은행 영업시간 중에는 끊이지 않고 밀려드는 고객들과 상대해야 했다. 식사하는 속도가 빨라진 것도 은행에 근무하기 시작하면서 이다. 점심시간이 되어 식사교대라고 하려고 자리에서 일어나면, '어디서 손님 놔두고 식사하러 가?'라고 뒤통수에 대고 쏘아붙이는 고객들도 있었다. 당연히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르게 허둥지둥 점심을 해결하고 급히 창구에 앉아 고객을 응대해야 했다. 겨우 4시가 되어 은행 셔터를 내려도 후문으로 들어오는 고객이 이어졌다. 겨우 창구 고객이 모두 돌아가면 마감 작업이 이어졌다. 그런데 왜 시재(그날 영업 시작 전 현금에 영업시간 중 현금 입출금을 더하고 뺀 현금 총액)는 또 부족한 것인지. 결국 원인을 찾지 못하고, 눈물을 머금고, 부족한 현금 시재를 채워 넣고 나니 시계는 벌써 밤 8시를 가리키고 있다. 아침 8시부터 밤 8시까지 12시간을 은행에서 보내는 것이 일상이었던 시간 들이었다. 지금은 전산 시스템이 좋아져서 좀 나아지기는 했지만, 은행원은 최소 9~10시간 정도를 '나의 소유'가 아닌 현금과 씨름한다.



'1 금융권' 은행


 국내에서 영업하는 금융기관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은행'이 가장 대표적이다. 한국은행에서 발행한 《한국의 금융제도》를 보면, 시중은행, 지방은행, 외국은행국내지점을 일반은행이라 한다. 한국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중소기업은행, 농협은행, 수협은행은 특수은행으로 분류한다. 이들을 통틀어 '1 금융권'이라고 부른다. 이들 은행들은 설립의 근거가 되는 법률이 각 각 다르다. 하지만 한국산업은행이나 한국수출입은행 그리고 외국은행 국내지점을 빼면 일반 국민들이 보기에 크게 차이를 발견하기 힘들다. 예금, 대출, 펀드, 환전 등 하는 업무는 물론 영업 범위의 제한도, 일반 국민이 거래하기에는, 거의 같기 때문이다. 일반은행이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은 본점 소재지가 시중은행은 서울에, 지방은행은 각 지방에 있다. 하지만 사실상 직장인이 거래할 때 처리하는 업무는 차이가 없다. 다만 시중은행은 대체로 지점이 전국 주요 지역에 있지만, 지방은행은 해당 지역에 집중되어 있고 타 지역에서는 찾아보기가 힘들다. 하지만 많은 인구가 밀집된 수도권 지역에는 지방은행도 20개 이상의 지점을 갖고 있는 경우도 많다.



'2 금융권' 신협, 새마을금고, 지역농협


 '2 금융권'이라고 분류되는 저축은행, 신용협동조합, 새마을금고, 지역농협과 국가가 운영하는 우체국예금, 종합금융회사를 한국은행은 '비은행예금취급기관'으로 분류하다. 앞서 '1 금융권'으로 분류되는 은행은 대부분 주식회사 형태로 운영된다. 저축은행이나 종합금융회사도 주식회사 형태이다. 그러나 신용협동기구(신용협동조합, 새마을금고, 지역농협 등)는 비영리 협동조합 형태로 운영된다. 이들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은 은행과 유사한 여수신업무를 주로 취급하고 있지만 취급업무나 영업지역이 제한되어 있다. 또한 신용협동조합, 새마을금고, 지역농협 등은 명칭이 다른 경우 서로 독립된 금융기관으로 운영된다. 따라서 설립이나 폐쇄도 각 각 독립적으로 이뤄진다. 영업지역의 제한이 있어(보통 '구'단위) 지역이 다른 경우 해당 금융기관의 지점이 없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신용협동조합끼리, 새마을금고끼리, 지역농협끼리 상호 간의 예금 업무 등을 서로의 지점에서 처리해주고 있다. 그래서 자기가 거래하는 신용협동조합 온라인통장으로 타 지역 신용협동조합 지점에서 거래가 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대출을 받는 경우 등은 자기가 거래하는 신용협동조합이나, 새마을금고에 방문해야 한다.



거래 목적에 따라 선택하는 금융기관


 직장인이 급여와 같은 일상적인 거래 목적으로 선택해야 할 때, 앞에서 설명한 것과 같이, 1 금융권 은행이나 2 금융권으로 분류되는 신용협동조합 등의 처리 업무는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직장생활 기간이 늘어나면서 필요한 금융거래도 다양해진다. 목적에 따라서 거래할 금융기관이 다양해진다.


우리나라의 금융기관

출처 《한국의 금융제도》한국은행,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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