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형 박사의 책은 <배짱으로 삽시다>로 처음 접했다. 이 번에 읽은 <공부하는 독종이 살아남는다>는 정신과전문의 이시형 박사가 2009년에 초판을 낸 이래 무려 100쇄가 넘게 다시 찍은 스테디셀러이다. 내가 이 책을 지금 보게 된 것은, 지적 호기심을 유지하자는 생활 모토에 따라 이런저런 호기심 충족을 위한 독서 중 자주 언급되고 인용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 책의 존재는 진즉부터 알고 있었지만 말이다.
저자 이시형 박사는, 너무도 잘 알려졌다시피, 대한민국에서 대표적인 정신과 전문의이자 뇌과학자이다. TV 등 각 종 대중매체에 자주 출연한 전문 패널의 원조격이라 할 수 있다. 요즘에야 각 분야의 전문가가 TV나 YouTube채널 등에 출연하여 전문 분야를 일반인들이 알기 쉽게 잘 풀이하는 것이 일반화되었다. 하지만 이시형 박사의 세대에 대중매체에 출연하여 정신과 및 뇌과학 분야를 일반인들의 삶에 쉽게 매개했다는 점에서 전문분야 출신 방송 출연자의 대선배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책의 제목부터 도발적이다. 물론 저자의 원고를 책으로 제작하는 출판사에서 독자에서 강하게 각인시킬 수 있는 책의 제목을 고민하기는 하지만 "독종이 살아남는다"라는 제목은 자극적이며 그만큼 치열하게 공부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에 충분하다.
"'진짜 실력'은 '진짜 공부'에서 나온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격변의 사회", "세계적인 금융 위기와 불황". 이런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창조적"인 "진짜 공부"다. 자신이 주인이 되면 문제가 보이기 시작한다. 문제가 보이면 해결하기 위해 창조적이어야 한다. 창조적으로 되기 위해서는 공부, 진짜 실력을 만들기 위한 "진짜 공부"를 해야 한다.
언젠가 써먹을지 모르는 공부가 아닌, 분명한 목적을 아는 꼭 필요한 공부를 해야 한다. 나이와 상관없이 공부를 계속하면 해마의 신경 세포가 증식하여 뇌가 젊어진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공부하는 독종'은 행복한 사람이다"
"독해지자"는 것은 이를 악물고 악을 쓰는 공부가 아닌 "나를 이기겠다고 마음먹는" 공부에서 행복이 찾아온다. 이렇게 공부하면 가시적인 성과는 물론 실력이 점차 쌓이고 인생의 무기가 된다. 이런 즐거움이 생기면 몸이 힘들어도 공부를 계속하게 된다.
"뇌과학을 알면 공부가 쉬워진다"
공부를 하라는 다른 책과는 차별화된 특징이 여기서 나온다. 뇌과학자답게 뇌과학적 방법으로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를 알려준다. 우선 필요한 것은, 뇌과학에서 말하는 '존(Zone)에 든다'에 해당하는 "완전한 몰입"이다. '존(Zone)'에 들게 되면 자기도 모르는 괴력이 나온다. 나이가 들면 머리가 굳어져 더 이상 공부가 되지 않는다는 말은 뇌과학 적으로 옳지 않다는 말을 여러 책이나 자료에서 그동안 접했는데 15년 전에 나온 이 책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몰입은 나이와 무관하다.
"입력 → 숙성 → 출력. 이것이 공부의 과정"
일단 '입력'된 지식과 정보는 기존의 많은 지식과 섞이는 '숙성'의 과정 즉, '용광로 현상'을 일으켜 문제 해결을 위한 실마리로 '출력'된다. 뇌 속에 축적된 지식과 경험이라는 질료가 많을수록 좋은 해결의 조합이 만들어진다. 며칠 동안 안 풀렸던 문제가 갑자기 해결되는 이유는 평소 의식적으로 정보를 취합하는 전두엽과 잠재의식 속에 정보를 조합하는 측두엽의 잠재의식의 융화 과정이라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나의 직장생활 경험을 보더라도, 40대에는 어떤 해결과제가 생기면 신기하리만큼 해결 방안이 떠오르는 '유레카'의 상황이 자주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마도 20~30대에 축적된 업무 지식과 경험이 쌓여 그런 결과가 발생했던 것으로 생각된다.
"중요한 것은 감정 정리"
우리 뇌의 '판단'은 이성이 아니라 감성의 영역이란다. 직감력이 없으면 공부할 수 없으니 불확실, 호기심, 의외성에 좌절하면 '공포'가 발생하고 창조가 어렵단다. 뇌가 새로운 공부와 새로운 창조를 좋아하는 이유도 감정이 있기 때문이다. 뇌가 공부할 때나 창조적인 발상을 할 때는 뇌의 광범위한 신경 회로가 흥분하며 강한 감동이 수반된다. 뇌는 이런 감동의 상태를 다시 맛보기 위해 노력하고 "뇌는 공부에 의한 감동을 기억한다!". 이것이 직감이다.
여기서 한 가지 꼭 인용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
"새로운 일은 언제나 자신이 없고 스트레스가 된다. 노인의 옹고집도 여기서 비롯된다. 나이가 들수록 도파민 회로가 둔해지며 작은 불안도 감당하지 못한다. 거기다 의욕까지 줄어들면 그저 현상 유지가 제일 안전하다. 이런 사람들에겐 감동도 없다. 감동만큼 강한 뇌의 활성 촉진제도 없다.
반면 공부를 할 때나 새로운 창조나 발상을 할 때는 뇌의 광범위한 신경 회로가 흥분하며 강한 감동이 수반된다."
우리가 나이 들어감에 따라 주의해야 하고 나이에 관계없이 젊게 사는데 힌트를 주는 구절이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지적인 호기심을 유지하며 꾸준히 공부하는 것이 젊음을 유지하는 방법이라고 나는 받아들인다.
주의사항, 의지를 활용하되 과하지 않을 것
공부에 의지가 중요하다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하지만 지나치게 강한 의지는 부작용이 있다. 지나친 의지는 자신을 옥죄게 해서 스트레스를 초래할 수 있다. 스트레스를 받은 뇌는 이를 대항하기 위해 코르티솔을 분비한다. 이것이 해마에 치명적이다. 심하면 해마 뉴런이 사멸해 버리기도 한단다. "의지력으로 기억력을 높이되, 그 의지가 스트레스로 작용하지 않도록 적당한 선을 유지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하자."
모든 연령대에 필요한 공부 매뉴얼
내가 직장생활을 수 십 년간 하면서 자의 또는 타의에 의한 공부의 과정은 계속되었던 것 같다. 학교만 졸업하면 공부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것으로 생각했던 것 과는 전혀 딴 판이었다. 학창 시절의 공부와 사회인으로서의 공부는 분명 차이가 있다. 직장에서의 공부는 실제 필요한 공부 위주였다. 하지만 이런 공부는 여전히 경쟁 등 생업과 관련되어 스트레스가 뒤따른다. 이 책에서 스트레스에 유의하라는 주의사항의 범위를 벗어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평균수명이 길어져 은퇴 후의 삶까지 바라보는 40대 이후의 공부는 자신이 진정하고 하고 싶고 삶을 풍요롭게 할 수 있는 공부여야 한다는 점은 이 책에서와 같이 자명하다.
학생으로서의 공부뿐만 아니라 모든 연령대의 사람들에게 공부를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 이시형 박사의 <공부하는 독종이 살아남는다>는 책이 처음 출간된 후 상당힌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공부에 관하여 알아야 할 내용들을, 전문적인 이론에 기반하여 쉽게 알려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