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내 친구들이 전장연 시위로 인해 이동에 불편함을 겪었다는 이야기와 설날 귀성길에 굉장히 혼잡한 교통체증을 겪은 시민들의 인터뷰와 뉴스를 보고 들었다. 이 이야기를 듣고 블로그에 글을 한 차례 더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총 3편의 글을 쓰는 이유는 간단하다. 장애가 있고 없고는 문제가 아니다. 자신의 주장을 피력하는 것도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일반 시민들을 볼모로 다수에게 피해를 주면서 시위를 하는 것을 심각한 사회적 문제이자 선량한 장애인들에게까지 피해를 주는 잘못된 행위라는 것을 알리고 알아주면 좋겠다는 생각에 글을 썼다. 읽기 불편한 사람이 있을수도 있지만 내가 이렇게 블로그를 쓰는 방법이 나의 생각을 가감없이 솔직히 밝혔기 때문에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옳은 일이고 칭송받아야 할 일이지만 사회에 해를 가하는 것은 다시 한번 전장연이라는 단체가 생각해줬으면 좋겠다
전장연의 시위가 지난 2021년부터 시작되어 2023년까지 장기화되고 있다. 상당히 길어진 이 시위로 인해 많은 서울 시민들이 불편함과 피로감을 토로하고 있고 이로 인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갈등은 상당히 고조되고 여러 쟁점들이 가려지고 있는데, 오늘은 몇 가지만 짚어보려고 한다. 짚어보기 전에 필자는 전장연의 이러한 불법 시위에 대해 대단히 유감이며, 시위가 명백히 잘못되었다고 생각함을 분명히 밝힌다. 필자가 전장연 시위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이라면 장애인 인권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고 오인할 수 있는데, 필자는 가족중에 장애를 가진 분도 있고 사회적 약자와 같은 소수의 목소리를 우선시하며 관련된 봉사활동와 기부도 하는 사람이다
- 전장연 시위의 본질은 사라진지 오래, 장애인이 아닌 전장연 그 자체가 문제
전장연 단체의 단체장으로 있는 박경석은 현재 전장연과 전장연이 주도하는 시위를 정말 장애인의 이동권을 위한 것이 아닌, 본인의 정치적인 목적으로 악용하고 있다. 박경석은 장애 분야에서도 진보에 있는 인물로 유명하고, 단체를 운영함에 있어서 잦은논란과 구설수를 만들어 온 인물이다. 이러한 인물과 단체가 전국의 모든장애인을 대표하는 것 자체가 문제이며,이들의 행동이 모든 장애인과 장애계, 특수교육계를 대표할 수 없음을 분명히 밝히고싶다.
- 중요한 것은 이동권, 장애인을 위한 시설은 비장애인이 다 쓴다
지하철역마다 있는 엘리베이터는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최우선으로 사용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엘리베이터는 대다수의 노인과 일부 젊은 여성들이 차지하고 있다. 장애인을 위해 만들어진 휠체어 탑승칸의 경우도 자전거를 놓거나, 심하게는 그곳에 앉아있는 이들도 있으며, 지하철 승객이 많을 경우 그 자리를 아예 다 차지하고 있다.
이번 전장연 시위로 인해 설날 귀성길에 교통이 지연되어 택시를 급하게 잡거나 평소와 다른 방식으로 이동하는 불편함을 겪은 이들이 많을 텐데 사실 전장연의 시위 본질은 여기에 있다. 우리가 전장연 시위로 인해 겪은 그 불편함을 장애인들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겪어왔고, 겪어야 한다는 것이다. 휠체어를 타고 있으면 엘리베이터로 내려갈 수밖에 없는데 대부분의 노인들은 엘리베이터에 몸을 던진다. 일단 던진 뒤 내려가는지 올라가는지도 누르지 않으며, 눌러놓고 잘못 눌렀다고 하여 심한 경우 엘리베이터 하나에서 휠체어 탑승한 장애인이 5분 10분씩 대기하는 것이 정말 흔하다. 더구나 대부분의 엘리베이터는 휠체어 한 대 겨우 들어간다. 이렇게 되면 노인들이 자기들이 먼저 갈 테니 나중에 좀 가라며 휠체어를 차순으로 미루고, 그 과정에서 다투는 경우도 허다하다. 비단 장애인뿐 아닌 장애인의 가족도 마찬가지이다.
내 가족을 두고 어찌 먼저 내려가고 올라가겠는가. 결국 중요한 것은 장애인의 이동권이고, 그간 우리 사회와 정부는 이를 철저히 외면할뿐 어떠한 것도 해주지 않았다. 따라서 전장연 시위의 쟁점은 장애인이 이용 가능한 시설을 늘리든, 비장애인이 장애인 시설을 이용할 경우 처벌을 하든 다른 방안을 마련해 장애인들도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에 있는 것이다. 결국 전장연이 주장하는 탈시설화나 비용 확대 등은 크게 중요하지 않고, 기존 우리 사회의 체제를 개편하고 장애인들에 대한 사소한 부분에서의 배려가 시작되어 장애인들도 똑같이 가고 싶은 곳을 가고, 보고 싶은 것을 볼 수 있게끔 해주어야 한다는 점이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은 이렇게 여러 어려움으로 지하철을 대신 할 교통수단을 찾게 되는데, 저상버스와 교통약자 콜택시가 존재한다. 그런데 여기는 더 하면 더 했지 덜 하지 않은 것이, 저상버스는 열 대 중 네 다섯 대 정도로 와서 한 노선에서 2~30분씩 기다리는 일도 꽤 있다. 지역마다 차이가 있지만 오더라도 사람이 많아 못 타는 불상사가 발생하는 것은 지하철과 마찬가지이다. 그렇다고 교통약자 콜택시를 부르자니 대기 시간이 1시간이다. 그마저도 교통약자 콜택시가 휠체어를 태우고 내릴 수 있는 지정된 공간에 불법주정차가 되어있다면 굉장히 난감하다. 실제로 필자는 2019년부터 장애학생 도우미 활동을 5년째 하고 있는데 매번 가장 불편한 점이 이러한 배려 부족이다. 분명 우리 사회는 무언가를 만들어는 뒀다. 사실 엘리베이터도 원래 목적은 걷지 못하거나 무거운 짐을 든 사람들을 위함이다. 그런데 그거 누가 다 쓰는가. 장애인을 위해 무언가 만들어둔 것은 좋다. 그러나 본인이 장애인보다 더한 어려움을 겪는 줄 아는 이들이 다 쓰고 있다.
- 비장애인도 마찬가지 아닌가? 싶었다면 결국 그것은 우리 사회의 문제
아마 읽으면서 비장애인도 마찬가지 아닌가? 비장애인도 똑같이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불편한데? 하는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맞다. 사실 그 부분을 유도하고 글을 썼다. 우리 사회는 모두에게 불친절하다. 매일이 전쟁이다. 그런데 비장애인도 그렇게 버티기 힘든 전쟁 속에서 과연 장애인이 버틸 수 있을까? 우리 사회의 사회적 소수자라고 하면 여성, 노약자, 장애인을 꼽는다. 이들이 소수자인 이유는 절대적인 숫자가 기준이 아니다. 다양한 상황에 걸쳐 동등하지 못한, 불합리한 상황에 놓일 수 있는 확률이 소수자인지를 결정한다. 여성도 남성에 비해 불합리한 상황에 놓일 확률이 매우 높다. 그러나 장애인만 할까? 장애인 특히나 중증 지체장애인은 살아가는 매 순간이 고비이다. 친구들과 인생네컷을 찍고 싶은데 가게 앞에 턱이 있어 들어가지 못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경사로가 마련된 인생네컷 가게를 발견, 즐거운 마음으로 사진을 찍으러 들어갔는데 이게 웬 일인가. 카메라가 비장애인의 기준으로 되어 있으니 나는 머리와 정수리밖에 나오지 않는다.
사소한 순간 순간마다 장애로 인해 영향을 받고, 우리 사회는 이러한 부분을 최소화시키기 위해 노력을 해야 하는데, 장애인들이 교통이 불편하다고 하면 비장애인이라고 다르냐는 식으로 나오니 발전이 없는 것이다. 결국 장애 분야, 특수교육 분야의 문제는 우리 사회 전체적인 문제와도 궤를 같이 한다. 인간은 누구나 자기 관점, 자기 시점에서만 생각한다. 본인이 겪어온 것을 바탕으로, 본인이 살아온 것을 바탕으로, 본인이 들어온 것을 바탕으로 결정한다. 아마 이번 전장연 시위를 보며 많은 사람들은 장애인을 처음 접했을 수도 있다. 그렇게 불편한가? 그정도로 힘든가? 하는 생각을 했을 수 있다
그러나 여러분이 무엇을 상상하든, 그것보다 더 힘들다. 경제학원론을 담당하는 우리 과 교수님께서 갑자기 복지 관련 단원을 강의하시던 중 이런 말씀을 하신 적 있다. ‘여러분, 매 순간 반성하고 겸손해야 합니다. 특수교육과에 관련된 교양수업을 들을때마다 매 순간이 새롭다. 우리 모두 생긴 것이 다르고, 생각하는 것이 다르듯 우리 아이들이 가진 장애도 다 다르다. 비장애인의 입장에서는 전혀 상상도 하지 못한 어려움을 겪고 있고, 비장애인 입장에서는 너무 당연한 일이 장애인에게는 하늘의 별 따기일 수 있다. 우리 사회는 다양한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고, 내 기준에서는 너무 당연한 일이 남의 기준에서는 아닐 수 있다.
전장연의 시위는 의미는 좋고 방법이 정말 분명히 잘못되었지만 이 시위로 인해 그렇다고 모든 장애인이 비난받고, 매도되어서는 안 된다. 장애인, 노인, 여성, 어린 아이 모두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그 누구도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결정된 것으로 인해 차별받고 피해받는 일이 없도록 우리는 사회를 바꿔나가야 한다. 전장연의 잘못된 방식으로 인해 쟁점이 가려지는 것 같아 아쉽지만 부디 이번 일을 계기로 사람들이 평등한 사회를 위해 조금만 더 관심을 가져주고, 배려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끝으로 장애인을 가족으로 둔 사람으로서, 어른들이 항상 입이 닳도록 말하는 세상을 이끌고 변화 시키기위해 노력하는 지성인으로서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한 시민인 대학생으로서 시위로 인해 피해를 받은 이들에게 유감스럽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하루빨리 장애인도 비장애인처럼 편하게 교통수단을 이용, 선택할 수 있는 세상이 만들어져 이러한 갈등이 없어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