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어있지만 이미 채워진
작은 점
가느다란 선
네모와 동그라미
모두나 백지로 시작해서
지우고 고치고
더하다 보면
겨우 끝날 때쯤
어느새 더 큰 새 종이가
손에 들려 있곤 한다
잠시 한숨 돌리자
무엇을 담아왔고
채워나갈지
생각해 볼 수 있게
빈 그림을 기다려주자
무엇을 그리든
내가 온전히 담길 수 있게
무엇이 보이든
그건 내가 정해 놓은
틀을 벗어날 수 없고
무엇을 그리든
그 안을 채우는 건
이미 내 안에 있다
기다려주자
너와 나의 그림이
조금씩 그려지는 지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