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캄한 밤 대문을 들어서자 계단 천장에 설치된 조명이 켜졌다. 계단이 밝아지고 돌조각들이 눈에 들어왔다. 마치 토이스토리 장난감들이 나를 기다리다가 '짠!' 하고 나타나는 것 같았다.
"이 돌조각은 언제부터 여기 있었을까?"
매번 할머니 집을 나서면 불안하게 존재감을 드러내던 유리선반이었지만, 그 위에 무엇이 있는지 유심히 들여다보지 않았다.
오늘 할머니가 새롭게 전시해서 내 눈에 들어온 걸까? 아니면 오래전부터 있었는데 이제야 알아차린 걸까?
"오래전에 작은 다육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던 것 같기도 하고..."
한 가지 유리선반을 할머니의 취향으로 꾸미고 있는 것은 분명했다.
이번에는 마치 신성한 공간을 들어설 때 계단을 지키는 돌 조각상을 보는 것 같았다.
집으로 돌아와 이 돌을 생각하면서 여러 가지 감정이 느껴졌다.
할머니가 나쁜 기운으로부터 우리 집을 지킨다고 생각하면 재미있고,
예쁘게 꾸민 유리선반을 보며 만족스러워하는 장면을 생각하면 귀엽고,
마음에 드는 돌이 있으면 챙겨 와 집에 전시하던 할아버지를 생각하면 슬펐다.
할머니는 어떤 생각을 하면서 돌조각을 올렸을까?
돌조각을 한 자리에 모을 때 어떤 마음이었을까?
할머니에게 어떤 추억이 있는 돌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