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 어린이는 지금 당장 건강해야 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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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의 아버지, 손웅정 감독이 유퀴즈에 출연하였다. 절대 우리 흥민이는 월클이 아니라는 그의 말 한 마디 때문에 한때 온라인에 다양한 패러디를 만들어낼 정도로 이슈를 끌었던 사람이다. 이번에 유퀴즈에 출연해서 철학과 뚝심이 담긴 말을 많이 남겼는데, 특히 유소년 축구를 향해 일갈했던 모습이 인상 깊다. 요즘 유소년 축구 시스템은 예전보다 많이 나아졌으리라 생각했는데, 그의 시각에는 아직도 부족한 점이 많이 보였던 모양이다. 어쨌든 그가 남긴 이야기 중에서 손흥민이 함부르크에 입단하기 전인 18세까지 슈팅 연습을 시키지 않았다는 말이 인상 깊었다. 유소년 축구대회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 강력한 슈팅을 과도하게 연습하면, 어린 축구 선수의 관절과 근육에 무리가 오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이야기의 배경은 손웅정 감독이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4년 만에 축구 선수 생활을 그만두었던 상황에서 촉발되었으리라 생각한다. 유소년 축구 대회에서 성적을 내야 하는 감독의 처지를 생각하면, 그의 일갈은 꺼내기 쉽지 않았을 소신 발언이었다고 생각한다. 그의 일갈에서부터 시작해서, 최근 대두된 소아청소년과 의료 공백 사건을 돌아보게 한다. 의료계에 몸담고 있지 않기 때문에 자세한 상황은 알지 못해 단순하게 기사 나열 밖에 할 수 없어 안타깝다. 소아청소년과 의료 공백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생각할 때, 대책 마련이 시급하고, 마련된 대책을 빨리 시행해야하며, 잘 시행하고 있는지 감시하는 수밖에 없다. 뻔한 결론인 걸 알지만, 이것만이 최선인 상황이 안타까울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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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 중에 죄송합니다
절대 월클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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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축구의 대들보를 넘어 세계적인 스포츠 스타인 손흥민의 아버지, 손웅정 감독님이 유퀴즈에 출연했습니다. 어지간하면 언론에 노출을 잘 하지 않는 손웅정 감독님이 유퀴즈에 출연하게 된 건, 진행자 조세호 씨와 인맥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손흥민 선수가 워낙 유명한 스타 축구선수다 보니, 손흥민 선수뿐만 아니라 그의 가족들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을 보입니다. 이미 자서전,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를 냈지만 아무래도 책보다는 영상이 관심과 영향력이 배가되죠.
손웅정 감독님이 예전에 출연했던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화면 밖에서 질문자가 손흥민 선수가 월드클래스냐고 물었습니다. 그때 손웅정 감독님이 우리 흥민이는 절대 월클이 아니라는 말을 했었죠. 아들의 축구가 매일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과 아들이 교만해질 것을 염려했던 마음이 느껴집니다. 그래도 손흥민 선수가 월드클래스가 아니라면, 월드클래스라고 불릴 선수는 아마 아무도 없겠죠.
https://youtu.be/R9u7FA8ZQ7E?t=731
손웅정 감독님이 출연했던 영상에서 여러 가지 인상 깊은 말씀을 하셨지만, 오늘은 이 부분에 관심이 많이 갔습니다.
어린애들이 공을 멀리, 강하게 때리는 건 절대 안 해요.
관절과 근육이 아직 여리잖아요.
낼 수 있는 힘 이상을 계속 반복적으로 냈을 때 어떤 부작용이 오겠어요.
축구를 처음 시작하는 아이의 부모님들한테 드리고 싶은 말씀이 그거에요.
인무원려, 필유근우
_ 손웅정, tvN 유퀴즈 온 더 블록 中
인무원려 필유근우, 멀리 보지 않으면 가까이에서 근심이 생긴다는 말씀이었습니다. 이 내용은 축구와 상관없이 교육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많이 공감할 부분이라고 생각했는데요. 교육에 성과를 보기 위해서는 상당히 긴 시간이 필요합니다. 당장 오늘 하루 성과를 내려고 공부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죠.
해당 영상에서도 언급되는 내용입니다만, 운동선수들은 상위 학교 진학이나 프로 진출 때문에 성적을 내는 것에 급급합니다. 그래서 관절과 근육의 여린 학생이 승리하기 위해, 슈팅 연습에 집중하여 골에 집중하게 되는데요. 이 과정에서 여린 어린이의 몸에 부상이 많이 온다고 생각하시는 모양입니다.
그런데 비단 운동선수뿐이겠습니까. 우리나라 교육은 모두 대학 입시 중심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고등학교 때부터는 성적과 점수 하나하나에 일희일비하는 모습을 보이는데요. 점수 올리기가 안 중요하다는 게 아닙니다. 기초부터 하나하나 닦아도 시원찮을 판에, 오직 점수 올리기에만 집중하는 게 문제라는 것이죠.
축구로 비유하자면, 빌드업을 통해 차곡차곡 공을 옮기는 과정 없이, 멀리 공을 차 보내는 뻥축구로만 골을 넣겠다는 심산입니다. 골만 넣으면 되겠습니다만, 골을 넣을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뻥축구만 할 게 아니라 기본기를 부지런히 닦는 연습을 소홀히 해서는 곤란하겠죠.
1.
어린이는 작은
어른이 아니다
손웅정 감독님이 어린이는 관절과 근육이 약하기 때문에 무리하면 안 된다는 말씀이 소아청소년과에서 환자를 바라보는 관점과 일치하는 것 같다는 생각했습니다. 소아는 성인의 축소판이 아니다, 혹은 어린이는 작은 어른이 아니다라는 말인데요. 환자로 분류했을 때, 어린이와 어른은 아예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는 말로 받아들일 수 있을 듯합니다.
최근 광주와 전남 전체를 통틀어 소아외과 의사 선생님이 한 분밖에 없다는 기사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소아외과 의사는 전국에 51명밖에 없는 데다 절반은 수도권에 있다는데요. 이러한 이유로 광주와 전남 전 지역에서 어린이에게 문제가 생기면, 이 의사 선생님만 찾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아예 휴가는 갈 엄두도 못 내신다고 하네요.
어린이는 어른과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는데, 어린이에게 닥친 현실은 부족해진 소아외과 선생님이라니 정말 안타까운데요. 소아외과 의료진이 점점 줄어든다면, 아마 일반외과 의료진이 맡아서 하게 될 것입니다. 일반외과 의료진의 소아 환자 경험이 부족할 경우, 겪게 될 의료사고가 걱정되네요. 심지어 일반외과도 기피하는 학과다 보니, 소아외과의 미래가 걱정됩니다.
위와 비슷한 사례로 전국 주요 종합병원 66곳 중에서 56곳이 내년 기준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를 단 한 명도 모집하지 못했다 고 합니다. 게다가 대한민국 5대 병원으로 불리는 서울아산병원, 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 가톨릭중앙의료원, 세브란스병원 중에서도 서울아산병원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정원에 미달했네요. 특히, 세브란스병원은 11명 모집에 0명이 지원하였습니다.
소아청소년과 충원율 문제는 비교적 최근 대두되고 있는 심각한 문제입니다. 전공의 충원율이 2018년 101%, 2019년 94%, 2020년 74%, 2021년 38%, 2022년 28%로 급감하게 되었는데요. 앞서 언급했던 기사와 조금 데이터는 다르지만, 54곳의 병원에서 소아과 레지던트를 선발했는데 무려 36곳에서 단 한 명도 모집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심지어 업무를 나눠서 지원하던 교수님들도 무수히 사직하고 있는 추세인데요.
의사회에서 정부 당국에 몇 년 전부터 소아청소년과 진료 공백을 놓고 대책 마련을 요청했었다고 합니다. 저출산 대책 마련을 위한 정책을 지원했지만, 진행된 것은 아직 아무것도 없었다고 하죠. 우리보다 먼저 저출산 시기를 겪었던 일본의 경우, 어린이 진료 인프라 유지를 위해 진료비를 정상화시켰다고 합니다.
https://youtu.be/D1WmehsSXho?t=1296
2019년 기준 일본은 출산율이 1.36명, 동시기 출산율은 0.92명이었고, 2022년 상반기 기준 0.75명이 되었습니다. 우리보다 출산율이 더 나은 일본의 정책을 참고 해서 비슷한 지원 대책이 시급하지 않을까요.
https://bbs.ruliweb.com/community/board/300143/read/58346816
위 유튜브 영상의 댓글에서 의료진을 향해 몇몇 진상 부모가 보여주는 잘못된 태도를 꼽은 경우가 있었는데요. 직접적인 기사나 영상을 찾진 못했고, 상대적으로 가장 가까운 사례를 그린 웹툰을 가져왔습니다. 이 웹툰에서는 소아과에서 벌어진 진상 부모 사례를 보여줬는데요. 안 그래도 소아청소년과 의료체계가 간당간당한 상황인데, 더욱 지원을 기피하게 만드는 사례가 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까지 소아청소년과 지원을 기피하는 주요 원인인 낮은 진료비 문제, 신생아 숫자 감소, 의료진을 향한 부모의 태도를 살펴보았습니다. 요즘 수능이 의대 고시라고 불릴 정도로 의대를 지망하는 고등학생과 늦깎이 재수생들은 점차 증가하고 있는데, 정말 의료인이 필요한 학과에 기피하는 경향이 시간이 지날수록 커지니, 아이러니하면서도 참 안타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2.
어른이 잘못했다
어른들이 미안해
어린이가 무슨 잘못을 저질렀길래 이런 힘든 상황에 부닥치게 된 걸까를 생각해 봅니다. 태어나 보니 21세기였고, 몸이 아파도 갈 곳이 없으며, 어른이 해결하지 못한 문제 때문에 어린이들이 힘든 환경 속에서 살아야 하는 피해를 입고 있는 것이죠.
https://theindigo.co.kr/archives/19641
어린이는 선거권도 없으니 어린이의 인권을 대표해 줄 사람들도 없습니다. 날로 풍요로운 세대라지만 또래 형제자매는 보기 드물고, 어린이 정신질환은 해마다 계속 증가하고 있죠.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등장인물이었던 방구뽕의 어린이 납치 사건은 범죄였지만, 등장인물이 말했던 어린이 헌장 이야기는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하나, 어린이는 지금 당장 놀아야 한다.
둘, 어린이는 지금 당장 건강해야 한다.
셋, 어린이는 지금 당장 행복해야 한다.
_ 방구뽕,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변론 中
당시 드라마에서는 과도한 학습 때문에 고통받던 어린이들과 놀아주고 싶었던 상황을 다루었습니다. 하지만 방구뽕이 제시했던 어린이 헌장을 다시 살펴보니, 어린이는 지금 당장 건강해야 한다는 말이 있었네요. 이 대목에서 건강해야 한다는 상황을 만들어주지 못한 어른들이 참 잘못했고 미안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린이가 국가의 미래라고만 말하지 말고, 명확한 대책을 마련하고, 마련된 대책을 조속히 실행하며, 실행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지속적인 감시가 필요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