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이 되면 자연스레 발길이 닿던 곳이 있었다. 브리즈번 중심부에 위치한 The Victory Hotel.
Victory는 20대 초반 내 일상에 가장 깊이 스며들어 있던 장소였다.
시험을 망쳐 맥주 한잔 들이키기에도, 실연당한 친구를 위로하기에도 이만한 곳이 없었다.
왜 하고많은 곳 중에 하필 Victory였을까?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Victory라는 공간 자체가 재방문을 유도하기 좋은 레이아웃으로 설계되어 있었기 때문이리라.
The Victory Hotel에는 특별한 매력이 하나 있었는데, 각 공간이 저마다 다른 분위기를 자아냈다는 점이다.
1층 비어가든의 테이블은 무대를 중심으로 배치되어 사교적인 분위기를 만들었고, 같은 층 내부에 있는 Gaming Room은 폐쇄적인 구조로 게임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
2층은 또 달랐다. 복도의 바를 중심으로, 한쪽 댄스플로어에서는 Teach Me How to Dougie가, 반대편 댄스플로어에서는 Party Rock Anthem이 흘러나왔다.
같은 장소, 같은 목요일 밤이었지만, 분위기가 전환되는 것만으로도 우리가 느끼는 감정은 달라졌다. 사실, 브랜드가 감정을 설계하는 방식도 다르지 않다.
분위기가 이끄는 무의식의 선택
컨설팅을 하다 보면, “제품이 워낙 좋으니까, 고객들이 알아서 찾아오지 않을까요?”라는 이야기를 종종 듣게 된다.
그러나, 좋은 제품이 좋은 반응으로 이어지리라는 보장은 없다.
현실에서는 오히려, 첫인상이 구매 결정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다.
아무리 탁월한 제품이라도, 긍정적인 첫인상을 주지 못하면 고객은 마음을 닫는다. 말보다 분위기에 먼저 반응하는 것이 사람의 심리이기 때문이다.
분위기는 감각에서 시작된다
David Jones와 Kmart를 비교해 보자. 업종은 같지만,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David Jones에 발을 들였을 때 가장 먼저 들리는 것은 대리석 바닥에 울려 퍼지는 하이힐 소리다.
은은하게 퍼지는 향수 냄새, 어디선가 흘러나오는 잔잔한 음악, 여유롭게 걸을 수 있는 넓은 통로까지. 감각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가 모여 ‘프리미엄’이라는 무언의 메시지를 전한다.
반면 Kmart는 정반대다. 입구에서부터 쏟아지는 형광등의 불빛, 진열대마다 빼곡히 들어찬 상품들, 바닥을 구르는 플라스틱 카트 소리까지. 이 모든 요소들이 모여 ‘더 빨리, 더 많이, 더 저렴하게’라는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행동경제학이 풀어내는 분위기의 비밀
브랜드에서 분위기가 중요한 이유는 명확하다. 인간은 논리를 기반으로 판단을 내리지 않기 때문이다. 브랜드에 대한 인상은 대체로 무의식에서 결정된다.
행동경제학은 이런 비이성적 판단을 설명할 때 유용한 도구다. 그리고 분위기가 작동하는 메커니즘은, 생각보다 심플하다.
앵커링 효과
첫 번째로 경험한 분위기가 이후 모든 판단의 기준점이 된다. 브랜드의 대표 매장이나 메인 웹사이트가 바로 이 앵커 역할을 한다.
Virgin Australia의 역동적이고 젊은 분위기를 기억해 보자. Virgin Australia의 브랜드 컬러 레드는 단순한 레드가 아니다. ‘혁신적인 항공사’라는 분위기를 고객의 무의식에 주입하는 전략적 도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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