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ella Jul 10. 2022

MBTI와 육아

노산, 초산 임신과 출산이야기

 *오늘의 글은 위키백과 및 나무위키 검색에서 인용된 정보들이 다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 감기 오래가네요. 쩝.




 최근 동창 하나가 호주 시골에 숨어 몰래몰래 인스타나 끄적거리던 나를 찾아냈다. 그리고 동창 모임에서는 왜인지 각자의 mbti를 물었다. 인간의 성향이라는 것은 그의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 걸까? 성향, 기질이 부모로서 적합(?)한게 아니라면 나는 좌절해야 할까? 




 나는 우리 딸의 혈액형을 알지 못한다. 출생 병원에도 물었지만, 호주는 왜인지 수술이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혈액형 검사를 해주지 않는다. 우리 부모님 두 분 모두 B형, 시부모님 두 분은 B형과 O형, 나와 남편은 둘 다 B형이기 때문에 아마도 우리 아기는 높은 확률로 B형일 것이다. 

 어린시절 나와 내 또래 친구들은 혈액형이 다른 둘이 침이 섞이면 죽는다고 믿었고,--아마도 세균 감염의 위험성 때문에 어른들이 만들어낸 거짓말일 것으로 추정.-- 혈액형마다 성격이 다르다고 믿었다. A형은 소심하고 예민해서 불만이 있으면 말은 못하지만 매일 살생부를 기록한다거나, B형은 다혈질이라 툭하면 화를 내고 성격이 불 같다거나, O형은 대체로 성격이 둥글둥글해서 두루두루 잘 어울리고, AB형은 천재 아니면 싸이코라는 거였다.--AB형 지못미.-- 

 백프로는 아니지만 확률상 거의 맞았다. 혈액형이 A형인 친구들은 자기는 트리플A형이니 조심해 달라고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했고, 가족 모두가 B형인 우리 세식구는 논쟁이 생기면 중재해주는 사람이 없어 극단적으로 싸우기가 일쑤였다. 




 언제부터인가 이 분류는 다른 방식으로 좀 더 세분화되었다. MBTI다. 

 MBTI(Myers-briggs-type Indicator)는 작가 캐서린 쿡 브릭스와 그녀의 딸 이자벨 브릭스 마이어스가 카를 융의 초기 분석심리학 모델을 바탕으로 1944년에 개발한 성격 유형 선호 지표로서, 사람의 성격을 16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설명하는 형식이다. 오늘날, 가장 대중적으로 알려진 지표의 하나로, 작게는 흥미 위주의 성격 테스트로, 크게는 진로 선택을 위한 인성 검사로 다양하게 쓰인다고 한다. 

 MBTI에서는 두 개의 태도 지표(외향-내향, 판단-인식)와 두 개의 기능 지표(감각-직관, 사고-감정)에 대한 개인의 선호도를 밝혀서 4개의 선호 문자로 구성된 개인의 성격 유형을 알려준다. 나는 INFJ--정확히는 INFJ-T입니다.--이다. 

 통찰력 있는 선지자, 예언자형. 인프제는 전 세계의 1.5% 미만을 차지하는 극 소수의 유형이라고 한다. 창의력이 좋으며, '성숙한 경우'엔 강한 직관력으로 타인에게 말없이 영향을 끼친다고 한다. 독창성과 내적 독립심이 강하며, 확고한 신념과 열정으로 자신의 영감을 구현시켜 나가는, 이상주의적, 완벽주의적 성향을 추구하며, 비범한 통찰력을 가진, 호기심이 많고 높은 도덕관념을 가진, 진실을 중요시하는 유형. 우리가 잘 아는 마틴 루터 킹이나 마더 테레사 등이 속한 성격 유형이기도 하다. 

 그리고... 고집이 세고,  번아웃에 취약하며, 감정적이면서도 이성적인데다, 보수적이면서 동시에 반항적이고, 그래서 모든 유형중 가장 이해하기 힘들고 미스터리한 유형.


 우선 MBTI 테스트를 한 직후 나는 조금 놀랐어요. 외부활동을 좋아하는 편이고, 비록 지금은 지인들과도 멀리 떨어져 현실불가이지만 옛날부터 약속은 일주일에 여덟개가 순리라고 생각하고 살아왔으며, 대학생때는 학생회에 동아리에 아르바이트도 두 개 씩 했던, 그렇게 살아야만 에너지가 넘쳐났던 사람이기에 내가 'I'라는 사실이 새삼 놀라웠지요. 하지만 서른 이후에는 조금씩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고, 가끔은 약속이 취소되는게 즐거우며, 혼자 공상하는게 재미있어졌고, 아주 가까운 사람을 제외하고는 통화조차도 껄끄러워진, 무엇보다 유재석씨--라고 부르니 이상합니다. 우리 모두에게 그는 그저 빛.-- 같은 사람이 'I'라면 나도 그럴 수 있겠다 싶더라는... 육아 때문에 극도의 내향형이 된 건 아니라고 믿고 싶다. 그러고 싶다...



 이 성격의 특성에 대한 글을 읽고 있자니 한 문장이 눈에 들어온다. '성숙한 경우엔 그렇다'였다. 인프제가 부모인 경우 다양성을 인정하는 편으로 자녀를 자유롭게 양육할 수 있다고 한다. 

 그와 동시에 동창들 모임에서는 재미있는 통계가 있었다. 인프제는 많은 유형의 인간상과 '파국'관계였다. ISTJ, ISFP, ESFP, ISFP, ESTJ 아마도 등등. 좋은 관계는 별로 없어보였다. 요즘 부쩍 남편과 싸우니 어쩌면 MBTI 때문인가 싶다. 내 상태가 어떤지보다 성격검사 탓을 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특유의 통찰력은 장점처럼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자녀의 행동을 꿰뚫어본답시고 하지도 않은 일을 할 것처럼 치부할수도 있는 인간형인 듯 보였다. 자라면서 조금씩 거짓말도 배우게 되는 아이를, 진실이 중요하다며 다그치는 내가 왠지 상상이 되었다. 그래서 '파국'이 되는건가 싶었다. 


  나무위키 백과에는 '아직' 성숙하지 못한 인프제에게 하는 조언이 달려있다.

  '자신의 직관에 의문을 품을 것.', 타인과 자신의 의견이 대립될 수 있음을 받아들일 것.', 외향적인 사람들과도 관계를 맺을 것.', '자신의 일을 천천히 할 것.'.


 잠시 나를 돌이켜본다. 

 나는 사람을 판단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 사람의 말투, 행동, 걸음걸이를 보면 대체로 어떤 사람인지, 나와 맞는지 안 맞는지, 그의 행동이 무엇으로부터 시작되었을지가 그려진다. 모두 맞는 것은 아니지만 십중팔구는 그런편이다. 그래서 조금은 자만했다. 마치 내가 다른 사람들을 평가하고 예측해도 되는 것처럼, 그리고 그 예상이 적중할 때마다 으쓱해서 떠들곤 했다. 그래서 눈총을 사기도 했다. 

 나는 싸움이 잦았다. 술자리건 어디건 토론이 시작되면, '그래 알겠다. 니말이 맞다.' 소리를 들을때까지 고집을 피웠다. 남편과도 결혼 전 이 일로 몇 번인가 다퉜었다.--남편은 언쟁으로 모임의 분위기가 흐트러지는걸 좋아하지 않아요. 저도 지금은 그래요. 그럴걸요? 응?-- 그리고 나보다 외향적인 성향을 띠고 있는 남편과 함께 살고 있어 누리는 해택도 좋지만, 때때로 나는 이사람도 나처럼 내향형인간이길 바란다. 

 계획이 틀어지는 일이 나는 가장 힘들었다. 임신과 출산은 이런면에서 최악인것이, 절대 십 분 뒤를 예측할 수가 없다. 아침에 일어나 하루 간 할 일들을 복기하고 테스크의 순번을 매겨 놓던 나에게 매시간 일분일초가 챌린지이자 낯설게 느껴졌다. 아기 밥을 먹이고 놀아주고, 재우고나면 빨래하고 나도 밥을 먹어야지하고 하루를 시작해봐야 계획대로는 절대 진행되지가 않았다. 

 나의 성향을, 내가 가진 기질을 내려 놓아야했다.


 내 딸은 어떤 성향의 아이일까, 어떤 기질을 타고났을까. 나와 정반대여서 내가 가르치는 것들이 아이에게 오히려 독이될까 겁이난다. 나와 다른 성향의 아이를 이해하지 못해 스트레스받을 내가 두려웠다.

  엄마와 내가 그랬다. 닮은 듯 다른 외향처럼 비슷한 듯 전혀 달랐다. 나와 다른 엄마는 나를 이해하지 못해 다그쳤고, 나 역시 괴로웠던 때가 있었다. 둘 다 엄마가 된 지금은 그 공통분모를 통해 서로를 다독이고 감싸안아줄 수 있게 되었지만, 그 전의 우리는 많이도 싸웠더랬다. 

 그래서 나는 내 성향을 내려놓기로 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그것이 어떤 것들을 야기하게 될지 그리고 지금은 어떤 문제들을 낳고 있는지. 그것들을 곱씹어 위키백과의 조언을 들어보기로 했다. 나는 아가와 사이좋게 지내고 싶기 때문에. 




 혈액형이 B라고 해서 다 같은 B형은 아니다. RH-인 B형도 있고, BB형이거나 BO형일 수 있다.

 역사적 인물들의 MBTI를 추정하는 문화쪽에서는 예수와 히틀러가 인프제였을거라고 한다. 그만큼 각 성격 유형은 극단적인 양면성을 지녔을 수도 있음을 우리는 알아야한다. 내가 어떤 성향을 갖고 있고, 어떤 요소의 특징이 더 강한지 그리고 그 때문에 벌어질 수도 있는 관계들에서의 삐걱거림을 어떻게 헤쳐 나갈 수 있을지 안다면, 나도 '성숙한' 인프제로 거듭날 수 있는게 아닐까. 






 MBTI 결과가 16가지라고 해서 세상에 16가지의 성격만 존재하는 것은 아닙니다. 모두 다 같아보여도 하늘에 있는 별이 저마다 다른 빛을 띠고 있는 것처럼 우리도 각자가 가진 고유의 빛이 있는거라고 믿습니다.


 이번화는 쓰고보니 조금 급발진한 경향이 있네요.ㅋㅋㅋㅋㅋ 성격검사는 참고만 합시다. 과몰입과 맹신은 위험합니다.

작가의 이전글 감기와 나와 그리고 아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