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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필가 고병균 Dec 02. 2023

[9-4] 곽재우의 영웅 본색

수필 임진왜란

곽재우는 전쟁 영웅이다. 정암진 전투를 통해 그의 영웅 본색이 두드러지게 부각되었다.      

곽재우의 첩 장인 이로는 임진왜란이 발발하기 전 전쟁 준비에 대해 비판했다.


‘우리 고을의 정암진을 왜적이 어떻게 넘겠느냐?’

류성룡은 징비록에서 그를 비판했다.

‘바다를 사이에 두고도 왜적을 막지 못했는데 한줄기 개울 가지고 이러니 참으로 우습다.’

그 정암진을 왜군이 넘지 못하게 막은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이로의 사위 곽재우다. 영웅 본색이 드러난 사례이다.      


7월 1일 김수에게 첩보가 들어왔다. 여기서도 그의 영웅 본색이 또 드러났다. 

‘현풍, 창녕에 있던 왜군의 움직임이 심상찮으며 대규모의 왜 선단이 낙동강 하구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 첩보에 등장한 왜선 70여 척은 의령에 상륙하려 했으나 곽재우 의병부대의 공격으로 퇴각했다.      


곽재우의 영웅 본색이 드러난 사건은 또 있다. 왜군에 항복하여 길잡이 노릇을 하던 공휘겸을 생포하여 처형한 일이다. 그 내용을 <선조수정실록>에서는 ‘복병으로 사로잡았다.’라고 간략하게 기록했다.


<난적휘찬>에는 보다 자세한 전말이 기록되었다. 

영산의 양반이었던 공휘겸은 왜란이 발발하자 한양으로 간 다음 집에 편지를 보내 경주 부윤이나 밀양 부사 정도는 될 수 있다고 하며 임금을 두고 불경한 발언을 쏟아내었는데 왜군의 침입으로 혼란한 틈에 역모를 꾀하려 했던 듯하다. 이 소식을 접한 곽재우는 공휘겸이 영산에 돌아옴을 기회로 그를 죽이려 했으며 공휘겸과 동향 사람으로 친분이 있던 훈련봉사 신초와 접촉하여 그에게 공휘겸을 끌어오게 했다. ‘사람을 모았으니 같이 모의를 하자.’는 신초의 말에 공휘겸이 넘어와 순순히 따라왔다가 곽재우의 부하들에게 사로잡혔다. 곽재우는 공휘겸의 팔다리를 하나씩 자른 다음 참수했다.     


7월 이후 왜군이 점령한 창녕, 현풍, 영산 3개 현의 탈환 작전에 참여한다. 이때도 곽재우의 영웅 본색이 드러났다.


<난중잡록> 7월 9일조에서 전하는 3개 현 탈환 작전은 다음과 같다. 

곽재우가 정예 부대 수백 명을 거느리고 현풍에 주둔 중인 적을 유인하려 했으나 적이 반응하지 않자 밤중에 산에 올라 가지가 5개 달린 횃불을 들어 수가 많은 듯이 속이고 함성과 포성으로 왜군을 심리적으로 공격하자 이튿날 왜군이 달아났으며 그 소문을 듣고 5일 뒤 창녕의 왜군 역시 달아났다.


영산을 수복할 때 곽재우는 적진과 마주 보는 산봉우리 위에 진을 치고 대치했으며, 왜군 기병 1백여 명과 교전을 벌이기도 했다. 다음날 조선군이 만만치 않음을 본 왜군이 퇴각하여 영산을 수복했다.      


곽재우의 영웅 본색이 드러난 일화가 <송압집>에 실린 학봉 김선생의 용사사적(鶴峯金先生 龍蛇事蹟)에 있다.


곽재우는 거병 시작 때부터 적의 수급 베는 것을 금지하였다. ‘전공을 탐내어 참수를 즐기면 해를 입는 사람이 많아질 것이다.’ 하는 이유에서였다. 그런 까닭에 곽재우 의병이 사살한 왜적은 많았다. 적의 머리를 베러 나아가는 자도 별로 없었다. 그런데 첩장 이로가 나서서 ‘본래 의도는 매우 좋으나 종군하여 힘써 싸우는 자 중 누가 공을 세워 이름을 떨치고자 하는 마음이 없겠습니까. 수급을 베지 못하게 하면 결국에는 태만해질 것입니다.’ 하는 충고를 받아들여 방침을 바꾸었다. 전투에서 공을 세우면 최대한 챙겨주려 노력했다.


화왕산성 전투에서도 곽재우의 영웅 본색이 드러난다. 곽재우는 의병의 병사가 적은 것처럼 속인 다음 나무 상자 몇 개를 놓아두었다. 왜군들이 상자에 식량이 들었을 거로 생각하고 열었는데, 벌떼들이 나왔다. 왜군들이 또 다른 상자들을 보았다. ‘두 번 당하지 않는다.’ 하여 불을 질렀는데 그 상자에는 화약이 들어 있었다.      

KBS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에서도 곽재우의 영웅 본색을 표현하고 있다.

“의기 있는 조선의 장정들은 들으시오. 왕실과 조정이 비록 왜적들을 피해 북으로 몽진하였다고는 하나 우리마저 손을 놓고 산속으로 숨어든다면 우리의 고향산천은 왜적들의 땅이 되고 말 것이며 우리의 자식 또한 잔학무도한 왜놈들의 노예가 되고 말 것이오. 그토록 참혹한 땅에 사느니 이 곽재우와 함께! 우리 땅을 능욕질한 왜놈들과 원 없이 싸워보는 것이 어떻겠소!”


곽재우는 왜군에 대한 적개심과 투쟁심도 엄청나게 컸다. 그렇다고 무작정 싸우지도 않았다. 기만전술과 매복 전술을 적절하게 사용하였고, 사전 정찰로 최대한 유리한 전장 환경을 조성해 놓고 싸우는 유능한 지휘관이었다. 곽재우는 지는 싸움을 배격하고, 인명 손실을 철저하게 피하는 진정한 영웅 본색의 지휘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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