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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맑은 하늘 흰구름 Apr 26. 2022

결국은 마음이다.

'불편한 편의점' 이 책이 내게 남긴 이야기

내 연애사를 적는 건 처음이다.

하지만 왜인지 모르게

어떻게 우리가 소통하고 사는지, 그 소통에서 마음이 어떻게 우리를 살게 하는지 보여주는 이 책에서...

나는 내가 마음으로 소통하게 된 그날이 떠올랐다.

 


21 대학교 2학년,  그때   반을 사귄 남자 친구와 헤어졌다.

이유도 모를 일에 다투고 '헤어져' 이렇게 던진 말에 그는 진짜 헤어지자고 했다.

이건 차인 거였다.


사랑을 주는 것도 받는 것도 서툰 내가 빠져버린  사람과

너무 서툴러서 그래서 순수하게 사랑할  있었던  연애가 끝났을 ,

나는 처음으로 감정이란 것이 몸을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가슴이 아리다는 말을 듣고 읽기만 했지, 이렇게 진짜 가슴 한쪽이 아린 통증이 있을 줄이야..


글로만 보던 가슴 아림을 몸으로 체험하는 시간이 가고,

내게 남은 건 한 없이 떨어진 자존감이란 녀석뿐이었다.


외모도 평범하고 날씬하지도 않았던 나를 다시는 누군가 사랑해 주지 않을 것 같아서...

이제 사랑이란 감정을 다시 못 느낄 것 같아서... 아니 그럴 거라 확신해서 난 우울했다.

그 시간을 견디기 힘들었다.


대학 때 갑작스럽게 휴학하기  학교 실험 수업에서 잠깐 같은 조였던 선배가 있었다.

 두 번 보고 학기 초 휴학했기에 기억하지 못했었는데...

휴학   회사에서 현장 실습을    선배를 다시 만나게 되었다.

겨울 방학 기간 동안  친구와  선배 포함 두 명의 선배와 실습을 했었고, 현장실습이 끝나고 그가 고백을 했다.

꽤 많이 먹어 좀 뚱뚱하고 눈도 작았던 내게 그가 고백을 했다.

'머지...? 여자 친구 한번 사귀고 싶었나..?' 이 생각이 스쳐서 인지, '같이 하자' 그 말을 못 들은 척 넘기려 했었다.


하지만, '좋아한다'는 그 말 뒤에

'너 실험 강의에서 두 번 볼 때부터 좋았어. 그때 강의실, 자리, 옷까지 기억해.

갑자기 휴학하고 친구 따라 강의실 한번 온날 그날도 기억해. 맨뒤에 앉았지...

같은 실습 조가 안될 뻔했을  뒤에서 서성였지. 함께 하자하려고...

고백하고 싶었어.'  

이 말이 오고서야 나는 덜컹했다.


나는 내게 진심이었던 그 사람을 그때 사랑하지 않았다.

그리고 온전히 믿지도 않았다.

심지어 난 지난 사랑에 아직도 허우적대고 있는 미련 덩어리 었다.

하지만 우린 연애를 시작했다.


나는 연애 초반부터 '헤어져'라는 말을 자주 했다.

온전히 사랑해 준다는 의미를 모르는 미성숙한 그때의 나는 그의 사랑을 매번 확인받고 싶어 했다.

내 낮아진 자존감을 잡아주는 그에게서 채우고 싶어 했다.

내가 어떤 상황에서도 사랑받을 수 있다는 것을 느끼고 싶어 했다.


그래서 나는 그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주는 법이 없었다.

항상 내가 이야기하고, 나는 그의 반응을 원했다.

나는 일방적으로 원하였고, 그는 일방적으로 받아주었다.


역지사지. 나 역시 궤도에서 이탈하고 나서야 깨우치게 된 단어다.

내 삶은 대체로 일방통행이었다. 내 말을 경청하는 사람들이 널려있었고, 남의 감정보다는 내 감정이 우선이었으며, 받아들이지 않는 자는 내치면 그만이었다.

_'불편한 편의점' 중 독고 씨의 생각


그런 시기가 지나고,

졸업  그는 회사로 나는 대학원으로 가게 되면서 우리는 장거리 연애를 시작하였다.

대전과 경기도, 그리 멀지는 않았지만, 우린 주말에만 보았다.

나는 당연히 자연스레 헤어질 줄 알았지만, 낯선 대학원 실험실 생활에 더 그를 찾게 되었고,

주말만 보는 것이 그의 탓도 아닌 걸 알면서 억지 섞인 짜증과 울음으로 그를 대했다.


그러다... 그의 눈물을 처음 보았다.

그리고 그 눈물에... 예전 사람과 헤어질 때 느꼈던 가슴 아림을 다시 느끼고서야...

나도 그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도 사회생활이 처음이라 헤매고 있구나.

신입사원이 되어 사원증을 달고 적응하는데 고군분투하고 있구나.

그도 나와 떨어져 있는 게 익숙지 않는구나.'


그 재서야 그의 말이, 그의 표정이, 그의 마음이 내게 왔다.

그 재서야 일방통행이었던 나를 기다린 그의 깊이가 보였다.

그 재서야 우리가 같이 있는 공간의 공기가 느껴졌고, 그 시간들을 프레임화 시켜 담고 싶어졌다.

그리고 내 자존감이 아닌, 그 공기와 프레임들을 지키고 싶어졌다.


그렇게 그와의 관계에 소통이 생겼다.  

그리고 그 일방적이지 않은 소통에서 위로를 받고, 행복을 느꼈다.



내 머리엔 긴급 버튼이 있다.

'자기 보호 버튼'

이 버튼은 내 마음이 다칠 것 같으면, 긴급하게 작동하여,

나만 생각하게 되고, 내 감정만 중요하게 되고, 내가 안 다치는 것만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무서운 건 상대방의 마음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듯이 말하고 행동한다는 것이다.


그 버튼을 누르는 횟수가 줄어들게 된 건, 그때 그 사람을 사랑하고 나서였다.

사랑을 한다는 마음을 느끼고 나서야 그와 소통하게 된 후,

완벽하진 않지만 다른 사람을 마음으로 대하는 법을 배웠다.  

그것은  마음이 먼저가 아닌, 다른 사람의 마음을 보고 함께 느끼고자 노력할  아는 정성스러운 것이었다.


사장님이야말로 자신이 믿는 신을 닮은 사람인가 보다. 어떻게 내 마음을 미리 알고 살펴주는 걸까? 이 세계에서 신성을 얻은 자는 의느님이 아니다. 사장님같이 남에 대한 헤아림이 있는 사람이 그런 자일 것이다.

_'불편한 편의점' 중에서 독고의 생각


결국은 마음이다.

소설 속 사장님이 움직인 독고의 마음이, 선숙과 경만에게로 간 것처럼,

사람을 연결하여 살게 하는 것,

사람을 숨 쉴 수 있게 하는 것,

그것은 마음으로 느끼고 소통하는 것이다.

소설 속 사장님의 헤아림은 그 마음이었겠지...


사랑과 그 묵직한 기다림으로

'마음으로 헤아리는 법'을 알려준 내가 사랑한 그 사람은...

아직도 내 옆에서 편의점 앞 벤치가 되어주고 있다.


**이 글을 남길 수 있게 해 주신 '불편한 편의점'의 김호연 작가님과 나의 편의점 벤치가 되어준 나의 배우자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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