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게' 이 책이 내게 남긴 이야기
‘뭐하러 이렇게까지… 적당히 하자.’
회사에 다니면서 내가 자주 했던 많은 말들 중 가장 후회되는 말이다.
회사에선 보통 연초와 상반기가 끝날 때쯤 새로운 프로젝트를 위한 계획을 세운다.
그리고 보통은 그 프로젝트를 완수하기 위한 실험 계획을 세우는데, 그 단계에서 그 프로젝트의 품질은 대부분 완성된다.
내가 어느 정도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하여 상사의 질문에 디펜스 할 수 있을 정도로 계획을 세우면 딱 그만큼의 성과가 난다.
내가 그냥 했다고 보여주는 정도로만 계획을 세우면 그것도 딱 그 정도 성과가 난다.
그러나 한 가지 모순이 있다.
이 계획에 내 영혼을 갈아 넣었다 할 정도로 꼼꼼하게 필요한 실험 항목을 넣고, 최선을 다해 그 프로젝트를 끝내도 그 정도의 성과가 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사실 최선을 다하면 그 노력에는 기대가 섞이게 된다. 모두가 인정할 만한 결과를 낼 거라는 기대, 그 기대가 담기기 마련이다.
하지만 회사는 학교와는 다르다. 학교는 배우는 것과 가능성에 의의를 두지만 회사는 쓸모 있는 것에 의의를 둔다.
그렇기에 내가 최선을 다했다고 하더라도 그 프로젝트의 결과가 나올 때 그 결과가 어딘가에 쓰이지 못하는 것이면 의미 없게 되는 경우도 있다.
또한 정말 최선을 다했지만, 내가 기대했던 결과를 얻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여기서 최선을 다했다는 것은 그냥 시간을 많이 쓰는 게 아니다. 실험에 필요한 자재 준비를 위해 여러 부서에 요청을 해야 하고, 항목이 많아질수록 승인 절차가 늘어나며, 이를 위한 근거자료와 데이터를 수집해야 한다. 기존 결과들을 충분히 검토하는 것부터 예상되는 허들까지 어떤 것들이 있을지 예측해야 하며, 더 완성도 있는 결과를 위해 유관 부서의 협력 요청까지 해야 할 일들이 늘어난다. 그러기에 최선을 다한다는 것은 단순히 목표를 높게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모든 것에 에너지를 두세 배는 높게 쓴다는 것이다. 이렇게 하고도 막상 예상만큼 의미 있는 결과가 도출되지 않을 수 있고, 이익을 추구하는 회사에서는 노력보다는 성과를 보여야 하기에 의미가 적은 결과는 도태로 이어질 수 있다.
그리고 가끔 다소 의미가 낮은 결과라 하더라도 어떻게 어필하느냐가 그 성과를 좌우하기도 한다. 복잡한 조직 간의 관계가 얽혀있는 문제 때문에 성과가 달라질 수도 있으나 이문제를 제외하더라도 최선을 다하는 데에는 감당해야 할 부분이 많다.
그래서일까… 회사에서 난 내가 만족할 만큼 최선을 다해보지 못했고, 그게 지금 가장 후회된다.
최선을 다하면 다른 사람의 인정과 함께 높은 성과가 올 것이란 기대를 품을 것 같았고, 그것에 실패했을 때 도태되는 느낌이, 부족한 나 자신을 마주할 상황이 싫었던 것 같다.
사진 출처 https://news.sktelecom.com/95462
일할 때 집중하는 편이고, 그 일에 정성을 다하는 편이었지만, 나는 항상 어느 정도의 선을 지키면서 일을 했다. 내가 만족할 만큼이 아닌, 크게 부족함이 없는 정도로 선을 지켰다. 프로젝트를 시작부터 기획한 사람은 사실 문제점은 본인이 먼저 아는 경우가 많다. 그러기에 더 하고 싶을 때도 있고 그 일에 빠지다 보면 부족한 부분들이 보여 채우고 싶은 욕심이 들었지만,
그럴 때마다 감당해야 할 일들이 싫어서, 기대가 섞이는 게 싫어서 외면했다.
나는 내가 집중하고 할 때마다 빠져들 수 있는 일을 좋아한다. 집중하고 난 후에 기분은 설명하긴 힘들지만, 목에 막혀 있는 팍팍한 삶은 계란 노른자를 사이다로 넘기는 기분, 또는 더운 날 땀을 뻘뻘 흘리며 들어와 샤워하고 에어컨에서 아이스크림 먹는 기분과 같았다. 내가 가지고 있는 사소한 문제들이 해소되고 크게 움직이지 않아도 세포들이 살아 움직이는 느낌이었다.
나는 회사에서 그런 일을 했다. 하지만 실패했을 때 아쉬움이 크지 않은 것이 나를 지키는 것인 줄 알아서, 적당한 결과가 안전한 것이라 생각해서, 그 일에 원 없이 빠져서 헤엄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그 일을 사랑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인간관계를 벗어난 다른 영역의 실망감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싶다.
요즘 나는 실망을 두려워하는 마음을 조금씩 내려놓는 연습을 하고 있다.
기대감이 생기면 겁을 내기보다는 충분히 기대하려고 한다.
기대를 걸어 잠그는 버릇 덕분에 실망을 덜 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만큼 덜 행복하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자연스러운 감정을 막는 것에 쓰는 에너지는 결코 적지 않다.
실망하는 삶이 두렵지만 기대 없는 삶도 두렵다.
기대가 보내는 행복 신호를 소중히 여기는 삶도 중요하다는 것을 기억하자.
_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게’ 중
책에서 인간관계와 관련된 내용을 얘기 하던 중 잠깐 인간관계에서 벗어난 저 내용이 내 눈에 더 들어왔던 것도
아직 그 후회가 내 맘에 남아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내가 최선을 다했다면, 결과에 실망했을지도 모르고, 기대에 미치지 못해 자책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일에 최선을 다했다면 실망하더라도 아쉽지 않은 방법을 배웠을 것이고, 다른 사람의 인정이 아닌, 일을 사랑하는 나를 기대하는 태도를 배웠을 것이고, 그 일을 하는 순간에는 마음껏 행복한 나를 볼 수 있었을 것이다.
많은 것들을 사랑하는 나를 마음껏 기대하며 살고 싶다.
**이 글을 남길 수 있게 해준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게'의 지은이 플랫폼 '레몬심리'에 감사를 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