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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송정 Jan 31. 2023

아버지

아니, 아빠

아버지, 아니 아빠가 입원했다는 전화를 받은 건 12월 2일 월요일 아침 7시 50분 즈음이었다.


아침에 출근해서 커피 한 잔 마시려고 휴게실로 가던 길, 그 어둡고 좁은 복도의 분위기가  기억난다.


겨울비가 추적추적 오고 있었고, 출근하는 동료들이 걸어오다가 눈이 마주치곤 했던 장면들이 떠오른다.


80년을 넘게 사셨어도 병원에 입원하는 일은 없었던 부모님이라 아빠의 입원, 어쩌면 마음을 준비할 일이 아빠부터 시작하는 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으로 다가왔다.


멀리 살고 있고 자리를 비우면 대체하기 어려워, 주말에 보러 가기 전까지는 허둥지둥 일주일을 보냈다.


자주, 문득문득 아려오는 마음으로 아무도 없는 4층 특별실에 가서 엉엉 울다 내려오거나 갑자기 잡힌 출장으로 제법 오래 운전을 하는 동안에는 차 안에 나 밖에 없으니 소리 내서 통곡했던 일들로 그 시간들을 보냈던 것 같다.




당시 나의 목 끝까지  있던 감정은 '후회'였다. 사춘기 무렵부터 아빠와 멀어졌고, 대화는 사라져 그 자리를 짜증으로 채우곤 했다.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나는 일은 이모가 입원했다는 연락을 받은 엄마가 집에 없던 저녁, 아빠가 무슨 일인지 TV를 보고 있는 내게 와서는 '왜 그렇게 아빠한테 화가 나 있냐'는 식의 질문으로 (술을 드시지 않는 이상 아빠 마음을 드러내지 않는) 대화하고 싶어하며 옆에 앉으셨던 일이다.


그러다 마지막에 나를 안아주 했던 것 같은데 어리광 부리고 싶은 마음을 오히려 화내는 것으로 표현하며 내 방으로 가버렸던 기억이 있다.


그날이 이렇게나 선명한 것은 아빠의 입원 사실을 들은 뒤, 내가 아빠를 섭섭하게 했던 때를 떠올리면 매번 빠지지 않고 생각나는 장면이라 그런 것이다.




아빠를 섭섭하게 했던 기억들로 마음 아파하며 일주일을 보냈다. 그리고 아빠를 만난 곳은 대학병원 중환자실. 중환자실이란 곳에서 만난 아빠는 의식을 없애기 위해 수면제를 계속 맞으며 폐에 들어온 나쁜 균과 싸우고 었다.


한겨울에 두고 온 모자도 찾을 겸, 온천탕을 갔다가 뜨거운 탕에서 의식을 잃었고, 탕 속의 물이 폐로 들어갔으며, 그게 얼마나 지속된 일인지 정확하게 아는 사람도 없는, 상상하기도 싫은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남탕 여탕이 따로 있으엄마가 아빠의 위급한 상황을 들은 것도 대학병원 응급실로 실려간 였고, 먼 거리를 엄마가 마음 졸이며 달려가야 했던 일도 들을 때마다 매번 안타깝.


우리 엄마, 아빠가 조금만 다쳐서 와도 심장이 쿵쾅거리고 손이 떨린다고 했는데 그날은 어땠을까 싶은 생각을 하면 가슴을 쓸어내리게 된다.


그렇게 한 달 정도를 중환자실에 계시다가 일반 병실로 옮긴 아빠는 목에 튜브를 삽입했지만 우리를 알아보실 있게 되었다.


그럼에도 할머니 할아버지는 폐렴이 오면 더 이상 어찌할 수 없이 결국 이별이 수순이라 들어매일 아빠를 만나러 갔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렇게 돌아가시기 전까지 전에는 해 볼 생각도 안했 아빠 손 잡아드리기, 눈 자주 마주치며 웃어드리기, 팔다리 계속 주물러 드리기 등의 스킨십을 많이 하고 보내드린 게 얼마나 다행인지. 


코로나 19로 면회가 정지되어 마지막엔 요양병원에서 아빠 혼자 계시다 가셨지만, 그전까지 간호사분들과 교대하는 간병인 분들에게 손 흔들며 저녁인사를 하고는 한 시간 정도 후에 주무시듯 가셨으니, 그 순간이 무섭거나 두렵지 않고 편안하셨기를...


장례식장에 정신없이 가서 주는 상복을 생각 없이 입고 첫날밤 아무도 없는, 아빠를 나 혼자 마주 보고 앉아 있을 수 있는 시간에 위령기도를 드리고 잠자리에 들었을 때, 그 기분은 뭐라고 해야 할.


뭔가 끈이 뚝 떨어져 허무하고, 아리고, 아프고, 아무리 생각해도 실감 나지 않는, 거짓말 같은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하면 또 힘이 쭉 빠지고 한숨나오던, 정말이지 다시 겪고 싶지 않은 이상하고 참담한 느낌이었는데...


이 모든 일이 2019년 12월 1일부터 2020년 5월 6일 사이, 순식간에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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