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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송정 Oct 03. 2022

가을에는, '이것' 꼭 먹어야 해요

인삼보다 좋다는 가을 무, 이렇게 먹어요.

환절기라 그런지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있다. 좀 의기소침해지기도 하고 마음이 바스락 거리기도 한다. 이럴 때는 몸과 마음 저 끝부터 힘이 나는 음식을 먹으면 좋을 텐데. 구하기 쉬운 재료면서 만들기도 쉬우면 더 좋겠지.



어느새 10월이다. 본격적인 가을로 들어서는 달. 아침저녁으로 찬 기운이 느껴지는 이때가 되면 나는 가을 무를 사 와서 음식을 만든다. 아직 시장에 나온 무 가격이 예년에 비해 비싼 편이지만, 이제 곧 가을 무가 많이 나오면 괜찮아지기를...




가을에 무를 꼭 먹어야 하는 이유



제철 식재료는 무엇이든 몸에 좋지만, 가을에 특히 무를 챙겨 먹게 된 것은 '가을 무는 인삼보다 좋다'는 어느 한의사의 말을 듣고 난 다음부터다. 몸이 허할 때 일반적으로 많이들 떠올리는 것이 인삼인데, 그보다 더 좋다니. 이런 가을 무를 그냥 지나칠 수 없다.



며칠 전, 엄마와 함께 아침 일찍 마트에 갔다가 습관적으로 채소 판매대를 둘러봤는데 무가 이제 막 들어와서 상자째 쌓여 있는 것이 아닌가? 첫 번째 상자에서 꺼낸 무들은 진열되고 그 옆에는 아직 열지 않은 상자도 있었다.



엄마랑 이리저리 보면서 고르고 있는데 마침 직원이 와서 상자를 모두 열길래 가장 싱싱하고, 크고, 상태가 좋은 무를 골라올 수 있었다. 요즘 무가 비싸서 한동안 사지 않다가 마트에서 하는 농산품 할인으로 생각보다 싸게 사 올 수 있었다.



무를 고를 때 엄마는 일단 크고 무거운 것을, 그리고 흰 부분보다 푸른 부분이 많은 것을 가리키며 "저게 더 좋네, 저거 하자"고 하신다. 보기에 좋은 떡이 먹기에도 좋듯, 겉도 매끈하고 단단한 것으로 장바구니에 넣는다.


가을 무를 사 오면 가장 먼저 만드는 것은 무생채다. 생채는 아무래도 만들어서 바로 먹으니 재료가 싱싱할 때 만들게 된다. 그런 다음 두고두고 먹을 수 있는 무 피클, 무를 넣은 김치, 그리고 요즘같이 일교차가 클 때는 오징어 뭇국도 끓인다.



집으로 와서 무를 깨끗이 씻은 다음 생채용은 채 치고, 피클용은 나박 썰기, 김치에 넣을 무는 깍두기보다 좀 크게 썰어 준비한다. 국에 넣는 것은 어슷썰기 해 둔다.


             





무생채, 무 피클, 무김치, 오징어 뭇국까지 맛있게!



무로 음식 만드는 방법을 보면 대부분 절일 때 나온 물을 버리고 한 번 씻던데, 우리 집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무가 지(제) 몸에서 나온 물에 담가져 있어야 더 맛있지"라고 말하는 엄마 때문이다. 예전에 만들어 먹을 때는 나도 따라 물을 버렸는데... 엄마 말대로 만든 무생채를 고추장과 달걀프라이 등과 함께 밥에 비벼 먹으니 정말 더 맛있는 것 같다.



무 피클은 밀가루 음식과 같이 먹으려고 만든다. 우리 집은 점심에 면이나 빵을 먹는데 주로 커피와 빵을 먹지만, 그게 지겨워질 때면 냉동실에 미리 만들어둔 토마토소스에 스파게티면을 넣고 엄마가 좋아하는 피자 치즈를 올려 무 피클과 함께 먹는다. 밀가루의 탄수화물을 소화하는데 무만큼 좋은 게 없단다.



그뿐만 아니다. 만두를 먹을 때도 (한여름에는 채 썬 오이를 간 마늘, 매실액, 식초를 넣은 간장에 담가 아삭아삭하게 같이 먹지만) 역시 무 피클이다. 만두와 새콤달콤한 무 피클이 입안에서 섞일 때, 우리가 다 아는 바로 '그 맛' 때문에. 그밖에도 순대볶음이나 닭볶음탕을 만들어 먹을 때도 무 피클과 함께 먹으면 깔끔하게 잘 어울린다.



또 무를 사 왔으니 김치도 담아야지. 요즘 배추가 너무 비싸서 상대적으로 싼 양배추로 김치를 만드는데, 양배추를 낱장으로 떼고 손으로 뚝뚝 잘라 김치를 담고 한쪽에 무를 넣어 감칠맛을 더한다.


             


여기에 아침저녁으로 찬 바람이 부니 따끈하면서 얼큰한 국물이 생각나 만든 오징어 뭇국. '여름에 오징어가 싸서 사둔 게 있는데. 무도 넣고 콩나물도 넣으면 시원하겠지.'


무생채 비빔밥을 입안 가득 넣고 먹다가 시원 얼큰한 국물을 마시면 발가락 끝부터 따뜻해져 온다. 그러니 마음에도 분명 힘이 생길 것이다. 엄마와 나도 그랬으니까.


           



가을 무를 이용한 음식 만들기(소금, 설탕, 식초 등은 식성에 맞게 가감하면 된다)



*무 생채


재료 : 무(400그램), 소금(1/2큰술), 설탕(2큰술), 식초(2큰술), 고춧가루 (3큰술) 간 마늘 약간, 다진 파 약간


1. 무는 채 친 다음 소금, 설탕, 식초를 모두 넣고 30분 정도 절인다.


2. 절인 무에 고춧가루를 넣어 색이 나도록 놔둔다.


3. 곱게 물이 잘 들었으면 간 마늘과 다진 파를 넣고 무친다.



* 무 피클


재료 : 무(400그램), 물(한 컵), 소금(1큰술), 설탕(반 컵), 식초(반 컵)


1. 무를 나박 썰기(사진 참고) 한다.


2. 물에 소금, 설탕, 식초를 넣고 끓인다. (식초는 끓을 때 넣으면 신맛이 덜 날아간다)


4. 펄펄 끓인 물을 무에 붓고 식히면 무에서 물이 나와 잠기면서 맛이 든다.



*오징어 뭇국


재료: 무(200그램), 콩나물(한 줌), 오징어(대자 하나), 두부 (200그램), 양파(1/4), 대파 적당히, 청양고추, 고춧가루(2~3큰술), 멸치나 조개 육수(500ml), 간 마늘, 액젓, 새우젓, 소금


1. 육수(멸치나 조개)는 미리 만들어 둔다. 무는 어슷썰기 하고, 콩나물은 씻은 뒤 물기를 뺀다. 오징어와 두부는 적당한 크기로 썰고 양파, 대파, 청양고추도 다져놓는다.


2. 냄비에 무, 다진 양파, 육수를 넣고 끓인다.


3. 무가 투명해지면 두부를 넣고 고춧가루, 간 마늘, 액젓, 새우젓을 넣고 끓인다.


4. 어느 정도 끓고 나면 오징어를 넣고 뚜껑을 덮어 익힌다.


5. 콩나물을 넣고 익어서 구수한 냄새가 나면 청양고추, 파를 넣는다. 마지막 간은 소금으로 맞춘다.


* 이 글은 오마이뉴스 편집기자님이 편집해 주신 글을 제가 다시 퇴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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