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결지으며
다행히도 햇살은 여태 사라지지 않았어.
키보드 위에서 방황하던 손을 떼고 시간을 확인해. 어떤 말로 마무리를 시작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데 날린 시간만 자그마치 네 시간. 그 탓에 한 낮이 다 지나가 버렸을 줄 알았는데 아직도 하늘이 밝아.
그러고 보니 요즘 낮이 길어졌어. 늘 앉는 카페의 이 자리에서 보이던 저 건너편 풍경도 어느새 변했고. 분명 앙상한 가지들이 공백을 채우지 못한 채 흔들리고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꽃과 잎사귀로 가득해. 분홍빛으로, 노란빛으로, 하얀빛으로, 그렇게 저마다의 색채로 춤을 추네.
겨울이 끝났어, 이제 봄이야.
이제야 알았어. 지난날들이 겨울이었단 걸. 완벽한 사람이 되려고 애썼던 나날도, 벽장 안에 드러누웠던 그날 밤, 병원의 문을 두드렸던 순간과 그날부터 너를 알아가려 노력해 왔던 시간들까지.
눈치채지 못했어. 그게 시린 겨울나기였다는 걸 봄이 오고 나서야 알았어.
겨울이 마무리되고 봄이 꽃망울을 틔우는 오늘만큼 작별 인사를 하기 좋은 날은 없겠지. 좋은 결말이야. 지금까지의 우리에게 아주 어울리는.
이건 너를 이해하기 위한 기록이자 동시에 나를 살게 하려는 시도였어. 나를 사랑하는 일조차 망설이던 지난날을, 그 시절이 만든 상처와 그로 인한 흉터까지 전부 나 자신이라는 걸 받아들이고 싶었어. 그걸 위해 최선을 다했으니 아쉬움은 없어.
나선 위에서 순환하는 삶은 봄을 지나 겨울로 향하고, 다시 봄으로 돌아와. 그 모든 순환 속 네가 버틴 흔적들은 꽃망울로 남아 그 자리에 맺혀 있어. 그중 어떤 것은 꺾이고 또 어떤 것은 시들지 몰라도, 어떤 것은 끝내 피어날 때를 기다리고 있을 거야.
그것들이 앞으로의 너를 울리고 혹은 웃게 하겠지만, 다 괜찮을 거야. 내가 너를 사랑하고 응원하니까. 내가 나를 위해주면 되니까. 완벽하지 않아도, 명분 따위 없어도, 너는 여전히 내가 사랑하는 온전한 나니까.
마지막으로 고마워. 애써줘서, 버텨줘서, 함께 해줘서. 언젠가 하고 싶은 말이 생기면 또 올게. 그때까지 잘 지내.
사랑하는 나야, 사랑해, 또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