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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닌 Mar 24. 2022

'나중에 또 보자'는 말의 무게를 재 본다면

'나중에 또 봐요', '밥 한 번 같이 먹어요'. 언제부턴가 이런 식의 인사가 부담스러워졌다. 듣는 것보다 말하는 쪽이 됐을 때 더 그렇다. 어쩌다 나도 모르게 이 말을 뱉고 나면 뒷맛이 쓰다. 말의 무게가 한없이 가볍게 느껴져서다.


일하며 사람 만날 일이 많은 나에게 '또 보자'는 식의 끝맺음은 일종의 공식 같은 거였다. 참 간결한 이 한마디면 처음 보는 이와의 대화를 황급히 끝내도 덜 어색했다. 다음 만남을 기약하는 것만으로 충분치 않은 대화도 일단은 말끔히 정리됐다.


사실 별 의미 없을 때가 많았다. 말 그대로 정말 다시 보자는 것도, 꼭 밥을 같이 먹자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그런 인사치레였다. 헤어지는 순간 자동 입력 별 뜻 없는 그런 말.


습관처럼 되풀이하던 이 말이 불편해진 건 당연한 일이었다. 말을 하면 할수록 지키지 못할 약속을 내 입으로 꺼내놓는 것 같았으니까.


많은 사람을 처음 만나며 자주 "또 보자"고 했지만 정말로 그래 본 기억이 별로 없다. 굳이 다시 만날 일이 없기도 했고, 그럴 일이 있어도 서로 시간이 안 맞아 쉬이 다음으로 미뤘다. 그러다 한참 지나서 우연찮게라도 만나면 괜히 뻘쭘해졌다. 차라리 안 보느니만 못 하다.


살아갈수록 말의 무게를 생각다. 문장만 있고 의미가 빠진 말 앞에선 입을 떼기 어렵다. 그저 빈 상자를 선물처럼 건네는 것 같아서다. 으레 주고받는 겉치레 인사는 불편하다. 정말 다음을 기약하는 게 아니라면 정 없이 느껴져도 그저 '안녕히 계시라'는 말이면 족하다. 그게 마음도 편하다.





*제목 이미지 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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