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 본인은 어떤 사람인가요?"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진행자가 출연자에게 질문을 건넸다. "요즘 좀 자신감이 없어서, 되게 당당할 줄 알았는데..." 대답은 차분히 이어졌지만 질문에 딱 떨어지는 '답'은 아니었다. 그도 그렇겠지. 쉬운 것 같지만 이렇게 어려운 질문이 또 어디 있을까.
생각해 봤다. 나는 어떤 사람일까. 순간, 이런 질문을 처음 받아본 것처럼 막막하다. 사실은 꽤나 익숙한 물음이다. 원하는 일을 하기 위해 여러 번 써냈던 자소서의 단골 질문이기도 했으니까. 그런데도 여전히 나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말하기가 어렵다. 나 스스로 정의 내리지 못하니 남들에게 꺼낼 수조차 없다.
어렴풋이 기억나는 자소서 속의 나는 나름대로 자신감이 있었다. 취업에 대한 부담, 미래에 대한 고민이 있었지만 자신을 긍정할 줄 알았다. 하고 싶은 일에 대한 꿈도 컸다. 그랬기에 내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답을 하기가 조금 수월했던 것 같다.
아니, 어쩌면 자소서를 썼기에 그랬던 거일 수도 있다. 나에 대해 꾸준히 묻는 과정이 있었으니 일종의 '답안지'를 만들 수가 있었던 거다. 요즘 내 일상엔 이런 고민이 빠져 있다. 그저 흘러가는 대로 하루를 지냈기에 내가 어떤 사람인지 답하기 더 어려웠을 수밖에.
오랜만에 곰곰이 생각해본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나름의 답을 내렸지만 무거운 숙제를 던진 셈이 됐다. '자신이 누구인지 찾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라는 미완성의 대답 때문이다. 그래도 지금, 이 순간이 하나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 나를 찾는 과정인 삶을 그저 흘러 보내지 않길, 일상에서 나를 잃지 않는 그런 내가 되길. 202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