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하면 시드니를 보통 시드니를 많이 떠올리지만, 아마 머릿속에 떠오르는 풍경은 오히려 퀸즐랜드에 더 가깝지 않을까 싶다. 골드 코스트에서의 서핑과 배리어 리프에서 스킨스쿠버를 하는 상상 말이다. 어쩌면 내가 호주에 가지고 있던 이미지일 수 있다. 퀸즐랜드에 가는 김에 퀸즐랜드의 자연과 레저를 모두 즐겨보고 싶었지만 일정상 브리즈번에만 머물다 왔다. 브리즈번은 1년 내내 따뜻한 아열대 기후라 겨울인데도 온화하고 공기가 포근했다. 멜버른과 울루루에서는 은근히 추웠는데, 브리즈번에 오니 한국의 늦봄처럼 따뜻했다.
브리즈번에서는 특별한 계획 없이 유유자적하는 시간을 보냈다. 울루루에서 브리즈번에 도착하니 내심 좋았다. 울루루의 대자연에 매일 감동했지만, 날 것의(?) 자연이 주는 묘한 긴장감이 있었다. 확실히 도시가 주는 안정감이 있었다. 브리즈번에 도착한 날 저녁 시내에 가서 한식당에 갔다. 호주는 이민자의 나라여서 그런가 방문하는 도시마다 한식이나 아시아 푸드에 대한 옵션이 엄청나게 많았다. 치열한 구글링 끝에 간 식당인데 정말 말도 안 되게 많이 먹었다. 여행 내내 한식 생각은 안 난다던 우리는 셋이서 메뉴 다섯 개를 헤치웠다.
브리즈번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강변을 따라 있는 보타닉 가든 산책이다. 이동하는 날을 제외하고는 매일 이곳을 산책했다. 온화한 기후 덕에 1년 내내 푸르고 꽃이 핀다고 한다. 보통 열대 식생은 제주도에나 가야 봤는데, 도심 한가운데서 만나니 굉장히 이국적으로 느껴졌다.
보타닉 가든은 퀸즈랜드 공대 캠퍼스로 연결되어 있는데 길을 따라 쭉 걷다 보면 굿윌 브리지를 지나 사우스뱅크로 이어진다. 사우스뱅크는 브리즈번강 남쪽에 위치한 지역으로, 브리즈번의 시그니처인 인공해변을 포함해서 박물관, 갤러리, 레스토랑, 카페 등이 즐비한 곳이다. 고층건물을 마주하고 있는 해변풍경이 신선했다. 해변의 모래는 골드코스트 해변에서 가져왔고, 물은 염소물이라고 하니 바닷물의 짠맛을 싫어하는 나에게 안성맞춤인 해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 연중무휴로 매일 운영이 된다고 하는데, 이 날은 보수공사로 입장이 불가능했다. 인공해변을 따라 쭉 가다 보면 공공수영장도 나오는데 실제로 수영을 하는 사람이 두 명 있었다. 호주 여행 당시 수영에 한참 빠져있을 때라 인공해변과 도심 속 수영장 방문을 엄청 기대했었다. 근데 직접 도심 속 해변을 마주하니 유교걸인 나에게는 이곳에서 수영을 하려면 꽤 큰 용기가 필요하겠구나 싶었다. 매일 수영장에서 입는 수영복인데 실내수영장이 아닌 도심 한복판에서 수영복을 입는 상상만으로도 손사래가 쳐졌다..
브리즈번 여행에서 빅 이벤트였던 투어는 론파인 코알라 생츄어리 방문이다. 이곳은 세계 최초이자 최대 규모의 코알라 보호구역이다. 나는 동물원에 반대하는 사람이라 이곳에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했지만, 생츄어리라기에 방문을 결심했다. 론파인은 1927년 환경보호가였던 끌로드 리드가 병들고 다친 코알라 잭과 질을 보호하면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도시 개발이나 농지 확장, 산불, 물 부족으로 서식지가 점점 줄어드는 상황에서 이곳은 코알라 보호를 위해 꼭 필요한 공간일지도 모른다.
코알라 생츄어리인 만큼 코알라가 제일 많지만, 이 외에도 캥거루, 웜뱃, 너구리 등 다양한 동물들도 볼 수 있다. 생각보다 굉장히 가까운 거리에서 코알라를 볼 수 있었다. 이 친구들은 하루에 최대 18-20시간을 자는 엄청난 잠꾸러기다(부럽다). 코알라의 주식이 유칼립투스인데, 유칼립투스를 소화하는데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해서 많이 자는 거라고 한다. 코알라 안아보기 체험이 있었는데 멀리서 구경만 했다. 안기는 코알라도 스트레스고, 안는 나도 스트레스 일 것 같았다. 옷에 똥이 묻을 수도 있고..ㅎㅎ 방문 당시 안김 당하고 플래시 세례를 받는 코알라들이 불쌍하다고 생각됐는데 다행히 작년부터 이 체험이 사라졌다고 해서 반가웠다.
그래서 방문평을 남겨자면 세상 귀여운 코알라들을 실컷 봐서 행복했지만, 동시에 약간의 찝찝함도 있었다. 생츄어리라 해도 동물원이나 사육장에 가면 날 수밖에 없는 그 특유의 냄새가 많이 났는데, 그 냄새가 자꾸 동물원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그리고 생츄어리임에도 불구하고 자연 그대로는 아니기에 마음이 불편했다. 서식지가 파괴되는 현실에서 생츄어리는 코알라 보호를 위한 차선택일수도 있지만, 울타리와 관광객이 없는 숲에서 사는 코알라가 훨씬 더 행복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 모든 귀요미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