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어 프로그램
울루루 여행 준비에서 어려웠던 일 중 하나는 투어 예약이었다. 나는 에어즈락 리조트 공홈에서 예약을 했는데, 선택지가 너무 많아 한동안 멘붕이었다. 울루루 여행 후기도 많지 않아서 최종 선택까지 꽤 시간이 걸렸다. 보통 울루루 투어는 울루루 성지, 카타츄타, 킹스캐년을 중심으로 계획을 짜고, 취향에 따라 일출이나 일몰, 사막에서 선셋디너, 레이저쇼 등을 추가하면 좋다. 같은 투어라도 옵션에 따라 가격도 상이하고, 투어가 매일 있는 게 아니어서 일정을 짜는 게 쉽지는 않았다.
우리는 4박 5일 동안 총 세 개의 투어를 했는데, 울루루 성지와 일몰 투어, 킹스캐년과 아웃백 파노라마, 울루루 일출과 카타추타를 각각 하루 일정으로 잡았다. 출도착 날에는 혹시 모를 돌발상황과 체력이슈를 고려해서 모든 스케줄을 다 뺏다. 투어를 다 하고 나니 어떤 날은 지나치게 여유가 있어서 좀 더 빡빡하게 일정을 짰어야 하나 싶기도 하고, 또 어떤 날은 상당히 고된 날도 있어서 그때로서는 최선이 아니었다 싶다.
7월 6일 울루루 성지와 일몰 투어
도착한 다음날은 피곤할 것 같아서 오후에 시작하는 짧은 투어를 신청했는데, 일정이 굉장히 여유로웠다. 비행한 날도 크게 힘들지 않고, 투어 시작이 늦은 오후(14:45 시작)여서 느긋하게 늦잠을 자고 호텔에서 조식을 즐겼다. 식사를 마치고도 투어시작까지 몇 시간이 남아 리조트 내 타운 스퀘어에서 커피를 마셨다. 타운 스퀘어에는 슈퍼, 기념품 상점, 우체국, 약국, 안내소 같은 인프라가 모여있는 곳인데, 사막 허허벌판의 오아시스 같은 곳이다. 이곳 말고는 다른 선택지가 없어서 고민할 필요가 없다는 장점(?)도 있다. 쿨라타(Kulata)라는 카페에 가서 커피를 마셨는데, 솔직히 맛은 없었다.
갑분 울루루 관광에 대해 간단히 말하자면, 울루루의 역사는 약 5억 5천만 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관광이 시작된 건 상당히 최근의 일이라고 한다. 아낭구 원주민들은 약 3만 년 전부터 이곳에 거주해 왔고, 1870년대 유럽 탐험가들이 발견하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1900년대 호주 정부가 토지 소유권을 선언하고, 비행로와 선로가 생기면서 1950년대가 되어서야 관광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이 지역에 살던 원주민들이 호주 중부의 다른 지역으로 모두 뿔뿔이 쫓겨난 슬픈 역사가 있다.
타운스퀘어 구경을 마치고 리조트 단지를 산책했는데, 햇빛도 쨍하고 처음 보는 식생이 많아 주변 산책만으로도 여행을 하는 기분이 한껏 들었다.
집결시간인 2시 45분에 호텔 앞으로 가니 대형 카우치 버스가 기다리고 있었다. 리조트 단지가 한적해서 관광객이 별로 없는 줄 알았는데, 버스는 만석이었다. 버스를 타고 조금 달리다 보니 울루루가 점점 가까워졌다. 그냥 우뚝 솟은 바위일 뿐인데, 실제로 볼 때마다 묘한 두근거림이 있었다..ㅎㅎ
첫 코스는 울루루-카타츄타 문화 센터(Uluru-Kata Tjuta Cultural Centre)로, 원주민의 역사와 문화를 보여주는 박물관 같은 곳이다. 원주민 문화센터를 30분 정도 구경하고, 울루루 성지를 차로 한 바퀴 돌았다. 성지를 한 바퀴 도는데 약 15킬로 정도인데, 세그웨이나 자전거를 타고 도는 투어도 있다. 자전거로 한 바퀴 돌고 싶었는데, 엄마랑 동생이 자전거가 자신이 없다고 해서 포기했다. 그래도 차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감동적인 풍경이었다.
투어버스로 성지를 한 바퀴 돌고 울루루 성지에 내려 성지를 가까이서 약 1시간 정도 투어를 했다. 울루루의 형성과정, 식생, 아낭구족이 남긴 암각화 등에 대한 설명과 함께 투어가 진행됐는데, 투어가 영어로 진행되어 사실상 거의 이해하지 못했다. 투어 내내 토플 듣기 시험을 치는 것 같았다.
눈칫밥으로 정리해 보자면 울루루는 말도 안 되게 긴 시간 동안 퇴적과 지각운동 그리고 풍화, 침식을 거쳐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고 한다. 가까이서 보니 정말 거대했고, 사진으로는 그 스케일이 담기지 않았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울루루 성지 등반이 가능했었는데, 2019년부터 금지됐다고 한다. 성지는 원주민에게 조상들의 영혼이 깃든 성스러운 장소여서 관광 초기부터 원주민들은 성지 등반에 반대했다고 한다. 게다 관광객들의 쓰레기 투기와 노상방뇨로 성지 곳곳이 훼손되면서 등반이 금지됐다고 한다.
성지 투어가 후 버스를 타고 울루루 일몰 스팟으로 이동했다. 간단한 핑거푸드와 음료를 제공해 주는데, 조금 비위생적이어서 음료와 에너지바만 먹었다. 잠시 먹고 마시는 사이 해가 지기 시작하면서 울루루가 점점 붉어졌다. 정말 멋진 장면이었는데, 멋짐과는 별개로 굉장히 추웠다. 낮에만 해도 해가 쨍해서 패딩을 벗었다 입었다 했는데, 오후가 되니 기온이 뚝 떨어져 오들오들 떨었다. 사막 일교차의 위력을 체감하면 첫 투어를 마쳤다.
7월 7일 킹스캐년과 아웃백 파노라마 투어
킹스캐년으로 가는 두 번째 투어는 새벽부터 시작됐다. 킹스캐년은 울루루 성지에서부터 차로 약 3시간 정도 걸리는 곳이라 집결시간이 새벽 4시 45분이었다. 어두컴컴한 새벽에 투어 버스에 올랐다. 버스를 타고 3시간 정도 달리는데, 정말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 사막이다. 사막 위로 난 도로를 조금 달리다 보니 전화도 안 터지기 시작했는데, 비로소 사막에 온 게 실감이 났다.
7시 반쯤 킹스캐년 근처의 작은 헛간(?)에서 아침식사를 했다. The old bough shed라는 이 헛간은 1983년에 지어진 곳인데, 예전이나 지금이나 아웃백에서 중요한 쉼터 역할을 하는 곳이다. 과거 유목민이었던 원주민들은 이동 중 바람이나 해를 피할 임시 거처를 나뭇가지와 풀로 만들었는데, 1900년대 초 이곳에 유입된 백인들이 원주민의 헛간을 참고해 더 큰 헛간을 지었다고 한다. 이곳 역시 그런 장소 중 하나다. 정말 뼛속까지 깃드는 추위 속에서 식사를 했다. 아침식사는 베이컨, 계란, 구운 야채, 토스트, 커피와 차가 제공됐는데, 너무 추워서 어떻게 먹었는지 잘 기억도 안 난다. 겨울 사막은 기온이 0도에서 20도를 왔다 갔다 하는데, 정말 적응이 안 되는 일교차였다.
식사 후 버스로 와타르카(Watarrka National Park) 국립공원으로 이동했다. 이 날 투어는 킹스캐년의 협곡을 따라 약 6km 정도를 걷는 림워크 트레킹 코스였다. 트레킹 시작 전 버스에서 가이드님이 무서운 서약서를 받아가셨다. 안전 서약서인데 고온, 탈수, 낙상 등의 위험이 있음을 인지하고 전적으로 위험에 대한 책임은 나에게 있다는 내용이다. 겨울에는 상대적으로 위험이 덜한데, 여름에는 기온이 36도 이상까지 올라서 실제로 탈수나 열사병 사고가 발생한다고 한다. 그래서 여름에는 오전 11시 이후에는 등반이 금지되고, 물도 3리터 이상 지참해야만 등반을 시킨다고 한다. 겨울인데도 가이드님이 일일이 물이 있는지 확인을 하셨다.
트레킹은 약 3-4시간 정도 걸린다고 안내되어 있는데, 실제로 3시간 정도 걸렸다. 사진도 실컷 찍고 천천히 걸었는데도 3시간이 걸렸으니 거리 자체가 긴 건 아닌데, 코스에 급경사 지대도 있고, 바위를 오르내려야 할 때도 있어서 약간의 긴장감이 있었다. 특히 초반에 엄청난 급경사를 올라야 하는데, 옆에 안전바가 없어서 쫄보에게는 좀 무서웠다. 아침식사를 할 때만 해도 뼛속까지 추워서 오들오들 떨었는데, 오르막을 오르니 땀이 나기 시작해 옷을 하나씩 벗었다. 해가 뜨고 나면 그늘이 거의 없기 때문에 림워크에서 선글라스는 필수다.
림워크 코스에서는 거대한 사암절벽, 잃어버린 도시, 에덴의 정원을 만날 수 있다. 가장 처음 마주하는 사암절벽 풍경은 와타르카 국립공원의 시그니처다. 마치 미션 임파서블에 나올 것 같은 절벽이 시야를 가득 채우는데, 사진상으로 절벽이 잘 안 느껴지지만 실제로 보면 다리가 후들거리는 풍경이다. 고소공포증인 나는 멀리서 보는 것만으로도 손에 땀이 났다.
절벽을 지나면 잃어버린 도시라고 불리는 사암 기둥 지대가 나타난다. 울퉁불퉁 솟아 있는 기둥들이 자연이 만든 고대 유적 같아 독특한 풍경을 만들어낸다. 에덴의 정원은 협곡의 오아시스로, 사암이 흡수한 빗물이 흘러나오면서 만들어진 오아시스다. 여름에는 희귀하고 독특한 식생이 많아서 더 아름답다는데, 겨울이라 식생이 풍부하지 않아 아쉬웠다.
초반 오르막길 이후에는 크게 힘든 구간은 없었는데, 마지막 하산길은 쉽지 않았다. 바위를 붙잡고 엉금엉금 내려와야 했다..ㅎㅎ 그렇게 긴장과 감탄이 함께했던 트레킹이 끝났다. 트레킹 후 킹스캐년의 디스커버리 리조트에서 점심식사를 했다. 아웃백 한가운데서 만날 수 있는 유일한 문명으로 괜히 반가웠다. 밥맛이 없었지만 숙소에 저녁이 다 돼서야 도착한다고 해서 피자를 시켰다. 기대를 안 했는데, 문명이 주는 맛은 기대 이상으로 따뜻하고 맛있었다. 이른 아침 나뭇가지 헛간에서 떨며 먹은 식사에 비하면 정말 황송했다.
리조트로 돌아가는 길에 컬틴 스프링스 스테이션(Cultin Springs)에 들렸다. 작은 가게와 캠핑사이트가 있는 휴게소였는데, 화장실이 엄청난 충격과 공포였다. 캠핑투어를 했다면 이런 곳에서 씻고 잤어야 했을 텐데, 역시나 캠핑투어를 안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충격과 공포와는 별개로 휴게소 풍경이 이국적이라 한창 구경을 했다.
저녁 6시가 다돼서야 에어즈락 리조트 단지에 도착했다. 도착해서 림워크 수료증을 받았는데, 수료증에 내가 사진으로 담지 못한 킹스캐년의 사암절벽이 멋지게 찍혀 있었다..ㅎㅎ 새벽부터 시작한 이 날의 트레킹은 내가 걸었던 트레킹 코스 중에 가장 이국적인 길로 꽤 오랫동안 기억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