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John Mills Himself
호주에서 맛있게 먹은 것 세 가지를 꼽으라면 플랫화이트, 굴, 그리고 소고기다. 낙농업이 발달한 나라답게 우유가 꿀맛이어서 평소 아메리카노를 즐기는 나는 매일 플랫화이트를 마셨다. 브리즈번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커피집은 존 밀스 바로 그 집이란 커피집이다. 이 카페는 퀸즐랜드 주정부의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건물에 자리하고 있는데, 1919년에 지어진 이 건물은 과거 존 밀스라는 사람이 인쇄소와 문구류 공장을 운영하던 곳이라고 한다. 지금은 이 카페를 비롯해 서점, 디자인 스튜디오 등의 상업시설이 입주해 있다. 과거 정미소를 복합문화공간으로 개조한 성수동의 대림창고가 생각났다. 참고로 존 밀스 카페는 낮에는 카페 밤에는 술을 파는 바로 변신한다.
문제는 카페까지 가는 길이 쉽지 않았다. 분명 구글맵 상에서는 카페에 도착했는데, 카페가 보이지 않아서 건물을 몇 바퀴를 돌았다. 영업시간도 오후 2시 반까지로 짧아서 아점을 먹고 부랴부랴 갔는데 카페가 보이지 않아 발을 동동 굴렀다. 그러다 정말 여긴 아닌 것 같은 길을 통과하니 꽁꽁 숨겨져 있던 카페가 나왔다... 카페가 건물 정면에 있지 않아서 건물 뒤편 골목길 입구나 건물의 차고 진입로를 통과해야 카페를 만날 수 있다. 내가 꼭 가고 싶다고 해서 간 곳인데, 한참 길을 찾느라 온 가족이 진땀을 뺐다. 어딜 가든 별 말없이 기다려주고 함께해 주는 가족들에게 새삼 고마웠다..ㅎㅎ 우여곡절 끝에 라스트오더로 마신 커피는 맛있었다. 아마 극적으로 카페를 찾아서 더 맛있게 느꼈을지도 모른다. 우유 베이스 커피의 쓴맛과 우유 비릿함이 잘못 만나면 정말 맛없는데, 존밀스의 플랫화이트는 부드럽고 고소하면서 은은한 단맛까지 느껴져 맛있게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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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The Prawnster
이곳은 브리즈번의 독사이드 마리나 항구의 선상에서 해산물을 파는 식당이었는데, 카페에 이어 이곳도 찾기가 보통 어려운 곳이 아니었다. 예약을 하고 항구에 도착했는데 도대체가 식당처럼 보이는 곳이 안 보여서 한참 진땀을 뺐다. 예약을 하는 게 좋다는 정보가 많았는데, 이날은 평일이라 그런지 사람이 많지 않았다. 예상치 못한 변수는 배였다. 이 식당은 1970년대 퀸즈랜드 해역에서 활동하던 새우어선을 개조해 만든 선상 레스토랑인데, 배가 상당히 많이 출렁였다. 뱃멀미를 하는 엄마는 식사 내내 울렁증과 멀미를 함께 했다. 그럼에도 함께 맛있게 먹어준 가족들에게 또 고마운 순간이었다..ㅎㅎ
다행히도 해산물은 기대만큼 싱싱했다. 오이스터 더즌 두 접시와 새우 그리고 모튼베이버그(미니 바닷가재)를 시켰다. 나는 데친 해산물보다는 날 것을 좋아해서 그런지 다른 것보다도 굴이 정말 정말 너무 맛있었다. 신선한 해산물(특히 굴)과 함께 새우어선에서의 식사라는 독특한 경험을 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강력추천한다. 하지만 안락함을 좋아하거나 뱃멀미를 심하게 하는 사람이라면...
The Prawnster: https://share.google/saSMC1uYPfCDOPxyF
3. Black hide
소고기의 나라에 왔으니 호주 여행을 하는 동안 스테이크를 실컷 먹고 가기로 했다. 브리즈번에서는 토마호크를 먹으러 갔다. 원초적으로 브리즈번 스테이크 맛집을 검색해서 간 집인데 굉장히 맛있었다. 물론 맛없으면 안 되는 가격이긴 했다. 호주에서 마트에 가면 소고기가 말도 안 되게 싸서 놀랐는데, 방문했던 스테이크 전문점은 하나같이 비쌌다. 생활물가와 다르게 식당 물가가 비싸기도 하고, 아마 좀 더 좋은 고기를 사용해서 그런 게 아닐까 싶다. 블랙하이드는 스탠브로크(Stanbroke)의 소고기를 독점으로 사용하는데, 스탠브로크는 와규와 앵거스 같은 고급 품종을 전문으로 하는 축산업체다. 이 회사는 자연방목으로 호주산 밀과 보리로 소를 사육하는데, 이게 고기의 고른 마블링과 부드러운 육질을 극대화하는 사육 방식이라고 한다. 호주에는 소고기의 지방 마블링을 기준으로 소고기 품질을 평가하는데, 이 마블스코어(Marble Score)가 높을수록 부드럽고 풍미가 좋다고 한다. 이날 먹은 고기는 마블 스코어 3+였다. 옆에 마블 스코어 5+ 메뉴도 있었는데, 얼마나 극강의 부드러움일지 궁금했다.
스테이크 주문 방식은 식당마다 조금씩 디테일이 다른데, 기본적으로 무게(kg)를 기준으로 주문한다. 메뉴판에도 100그람당 가격이 적혀있다. 고기 덩어리마다 크기와 무게가 조금씩 달라서, 주문할 때 원하는 양을 말하면 비슷한 무게의 고기로 조리를 해 준다. 예를 들어, 1킬로를 주문하면, 웨이터가 오늘 1.2킬로와 1.4킬로가 있는데 어떤 고기를 원하냐고 물어본다. 어떤 식당은 아예 실물 고기를 가져와서 보여주고 선택하게 하기도 했다.
블랙하이드의 토마호크는 1.2kg를 기준으로 판매를 하는데, 이 날은 웨이터가 와서 1.3어쩌구 kg라고 안내해 주고 조리에 들어갔다. 양이 부족할까 봐 다른 걸 더 주문하려고 했는데, 웨이터가 양이 많을 거라고 먹어보고 시키라고 해서 멈췄다. 스테이크가 나왔을 때도 부족하지 않을까 했는데 다 먹고 나니 스테이크만으로도 충분히 배가 불렀다. 이 날 먹은 토마호크는 지금까지 내가 먹은 토마호크 중에 제일 맛있었다(토마호크를 몇 번 안 먹어봄). 육향과 육즙 그리고 부드러움까지 최고였다. 식당을 예약할 때 특별한 날이냐고 묻는 문항이 있어 재미로 동생 생일이라고 적었더니, 뜻박의 케이크 서비스를 받았다. 이날 이후 동생은 식당에 갈 때마다 생일을 맞이하게 됐다..ㅋㅋ
맛과는 별개로 내가 방문한 지점은 당시 트레져리 호텔-카지노에 있었는데, 건물이 고풍스러워서 인상 깊었다. 나중에 찾아보니 르네상스 건축양식으로 지어진 건물로, 퀸즐랜드의 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있는 건물이라고 한다. 아쉽게도 도시 정비로 인해 작년 가을 트레져리 호텔과 카지노가 근처 퀸즈 와프(Queen's Wharf) 구역으로 옮기면서 식당도 같이 이전했다고 한다. 찾아보니 새로 오픈한 퀸즈와프 지점은 훨씬 모던하고 세련된 분위기였고, 통창이 크게 나 있어 강변도 더 잘 보일 것 같다. 하지만 근본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트레져리 지점의 고전미가 더 맘에 든다. 이전하기 전 트레저리 빌딩에 있던 블랙하이드를 경험할 수 있어서 좋았다. 트레져리 빌딩은 대학건물과 공공시설로 활용될 예정이라고 한다. 어쩌면 더 많은 사람들이 이 건물의 아름다움을 즐기게 됐으니 좋은 일인 것 같다!
Black hide by Gambaro at Treasury Brisbane: https://share.google/IzUf9x83sAUZVZbea
Black hide Qeeun's Wharf: https://share.google/7Nto1FG243iJrSgx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