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7 울루루 여행 (1)

숙소와 여행준비

by pig satisfied

최근 간 여행지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지를 꼽으라면 망설임 없이 울루루라고 말할 것이다. 지구의 배꼽이라 불리는 울루루는 호주의 아웃백에 위치한 거대한 사암바위다. 사막 한가운데 있어서 접근성도 좋지 않고, 숙소나 투어 선택지도 한정적이라, 준비가 꽤 필요한 여행지다. 특히 숙박은 율라라(Yulara) 지역의 리조트 단지가 유일하기 때문에 예약을 서둘러야 한다. 나는 P인 가족들을 닦달해 5월 말에 7월 울루루 여행 준비를 마쳤다.

호주는 6-8월이 겨울인데, 울루루는 이때가 성수기다. 여름(12-2월)에는 기온이 40도까지 오르기도 하고, 36도를 넘으면 울루루를 포함한 주요 명소들이 입장이 제한된다. 게다가 여름이 되면 벌레 천국이 되는데, 파리 때문에 플라이넷 없이는 다닐 수가 없다고 한다. 내가 방문한 7월은 낮 기온이 20도 안팎이라 트레킹하기 최고의 날씨였다. 벌레도 없어 여행하기에 더없이 쾌적했다. 그렇다고 해서 여름 날씨는 절대 아니다. 낮에는 반팔로 돌아다니다가도 밤이면 기온이 0도까지 떨어져 경량 패딩이 필요했다.

에어즈락 리조트 단지 근처 풍경

울루루 투어를 계획할 때는 가장 먼저 숙박을 어떻게 할 건지를 정하는 게 중요하다. 울루루 근처 리조트 단지에 머무르며 데이투어로 관광을 할 건지, 캠핑 투어를 할 건지를 정해야 한다. 캠핑은 사막 한가운데서 쏟아지는 별을 보며 잘 수 있다는 게 매력이지만 나는 야외 취침에 자신이 없었다. 어떤 캠핑장에는 전기나 샤워시설도 없다는 말에 조금의 미련도 없이 포기했다. 나는 별보다 온수샤워가 소중하다..

정보가 부족해서 준비단계에서 꽤 애를 먹었는데, 에어즈락 리조트 단지 공식 홈페이지에서 예약을 했다. 에어즈락 리조트 단지 내 몇 개의 숙소들이 있는데, 나는 데저트 가든스 호텔(Desert Gardens Hotel)로 예약했다. 내 기준 꽤 미리 예약했다고 생각했는데, 간신히 방을 구했다. 대부분의 숙소가 이미 풀북 상태였고, 남은 선택지는 내가 묵은 호텔과 아웃백 호텔&롯지라는 도미토리형 호텔뿐이었다. 두 숙소의 가격 차이가 컸는데, 아웃백 호텔 후기가 좋지 않아 고민하던 찰나 그마저도 모두 매진되어, 고민할 것 없이 데저트 가든 호텔의 가든뷰 방으로 예약했다. 울루루뷰 방을 예약 못한 게 내심 아쉬웠는데, 정원 너머로 울루루가 빼꼼 보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동적이었다.

*에어즈락 리조트 공식 홈페이지 (https://www.ayersrockresort.com.au)

*데저트 가든스 호텔 (https://share.google/11ueHqaDg9BZsvgB3)

열대 사막 조경이 이국적이고 아름다웠던 데저트 가든스 호텔(Desert Gardens Hotel)
호텔 정원 뒤로 빼꼼 보이는 울루루

이름처럼 호텔 내 열대 사막 풍의 정원을 잘 조성해놔서 리조트 안을 산책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 수영장도 있었는데, 겨울이라 물이 얼음장 같았다. 당시 난 수영에 미쳐 있을 때라 망설임 없이 수영을 했는데, 지나가던 외국인이 크레이지를 외쳤다. 정말 크레이지한 물 온도였다. 인정한다. 어쨌든, 데저트 가든스 호텔은 다시 울루루를 간다면 망설임 없이 애용하고 싶은 멋진 숙소다.

리조트 내 수영장
호텔 내 정원 풍경

숙소만큼 중요한 게 투어 예약이다. 울루루와 카타츄타 국립공원은 아낭구(Aṉangu) 원주민의 땅이라 원주민이 허용한 소수 여행사만 투어를 운영할 수 있다. 선택지가 많지 않아 투어도 미리 예약해야한다. 자칫 잘못하면 숙박은 예약했는데, 투어를 못하는 불상사가 날 수도 있다.

울루루의 주요 관광지로는 울루루, 카타츄타, 킹스캐년이 있는데, 이 세 곳은 호주 대륙 한가운데 붉은 대지와 바위로 이루어진 레드센터(Red Centre)를 대표한다. 투어 예약은 에어즈락 리조트 공홈을 통해 AAT Kings 여행사의 투어를 예약했다. AAT Kings는 레드센터 지역 내 가장 큰 규모의 코치 투어 회사로 다양한 투어 프로그램들을 운영하는데, 모든 투어는 영어로 진행된다. 이외에 소규모 투어를 진행하는 곳도 있어서 한국어로 진행되는 소규모 투어가 있나 찾아봤는데 아쉽게도 당시에는 없었다.

우리는 4박 5일 동안 울루루 성지와 일몰투어, 울루루 일출과 카타츄타, 킹스캐년과 아웃백 파노라마 이렇게 세 가지 투어에 참여했다. 울루루는 리조트 단지에서 차로 10-15분 걸리는 가까운 거리라 부담이 적었는데, 킹스캐년과 카타츄타는 새벽부터 움직여야 하는 일정이었다. 자세한 투어 후기는 다음 포스팅으로 좀 미뤄야겠다.

투어가 끝나면 자유시간이 많아 처음에 일정을 너무 느슨하게 짠 게 아닐까 걱정했는데, 오히려 그 덕에 리조트 단지와 근처를 여유롭게 즐겼다. 도착 첫날에 산책 삼아 도보 10분 거리에 있는 이말룽(Imalung) 전망대에 올랐다. 가는 길목에 난생처음 보는 식생들이 가득해 지루할 틈이 없었다. 전망대에 오르니 울루루가 한층 더 가까이 보였는데, 거대한 바위는 볼 때마다 단순히 크다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동을 줬다.

이말룽 전망대 가는 길(왼), 전망대에서 엄마와 나(오른)
이말룽(Imalung) 전망대에서 본 울루루 풍경

단체 투어 말고 자유여행도 한 가지 옵션이지만, 나는 다시 가도 투어를 선택할 것 같다. 카타추타(50km)나 킹스캐년(300km)까지 거리가 만만치 않고, 사막을 가로지르는 운전은 상당히 도전적인 일이다. 혼자 사막을 달리다가 차가 고장이라도 나면 그보다 끔찍한 일은 없을 것 같다. 사막에 들어가니 주유소나 휴게소도 드물고, 휴대폰이 아예 안 터지는 구간도 많았다. 단체 투어를 너무 힘들어하는 1인이지만, 울루루에서는 투어가 오히려 든든했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건 항공권이다. 에어즈록 공항은 울루루 관광객 전용 공항이라 노선이 많지 않고, 좌석도 한정적이다. 시드니, 멜버른, 브리즈번 등 주요 도시에서 직항이 있긴 하지만, 금방 매진되거나 좌석이 얼마 남지 않으면 가격이 훌쩍 뛴다. 나는 숙소와 투어를 예약한 뒤 항공권을 예약했는데, 하루 사이에 항공권 값이 두 배로 뛰는 진귀하고 슬픈 경험을 했다.

매일 아침저녁, 호텔방에서 보며 감탄하던 울루루 빼꼼 가든뷰로 글을 마친다.


데저트 가든스 호텔 가든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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