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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ig satisfied Jul 11. 2023

23‘06 멜버른의 플랫화이트

멜버른 3대 카페

멜버른 여행을 검색하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키워드가 커피 맛집이었다. 구글 지도를 펼치면 그 작은 도시에 브런치/커피 전문점이 빼곡했고, 인터넷에는 멜버른 3대 카페 리스트가 돌아다닐 만큼 커피부심이 엄청난 도시 같았다. 실제도 멜버른에서 방문한 카페들은 하나같이 커피맛이 좋았다. 호주는 다 이런 줄 알았다. 멜버른을 떠나 울루루와 브리즈번을 여행하면서, 멜버른이 정말 커피의 도시구 나를 다시 한번 느꼈다.


호주의 커피 메뉴는 한국의 일반적인 커피 메뉴와는 조금 다르다. 최근 몇 년 사이 호주/뉴질랜드의 커피 문화가 한국에 들어오면서, 호주와 뉴질랜드의 커피메뉴가 꽤 알려지긴 했다. 한국에서의 뜨아는 롱블랙(Long black)이라고 부른다. 라떼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뉘는데, 쉽게 설명하면 우유 함유량이 많은 라떼(Latte), 에스프레소 양이 좀 더 많은 플랫화이트(Flat white), 더 진한 피콜로(Piccolo)가 있다. 이외에도 브루잉 커피인 배치브루(Batch Brew) 커피도 흔히들 마신다. 아아족에게 반가운 소식은 유럽과 달리 호주는 아이스커피가 가능한 나라다! 아이스드 커피(Iced coffee)가 있는 나라. 주의할 건 아이스드 커피를 시키면 아이스 라떼가 나온다.. 아아를 마시고 싶다면 아이스드 롱블랙(Iced Long black)을 시켜야 한다. 플랫화이트와 피콜로는 아이스로 먹지 않는다..


나는 원래 뜨아족인데, 멜버른에서 십일 정도 머무르는 동안 매일 플랫화이트를 마셨다. 낙농업의 나라여서 그런가. 왠지 그래야 할 것 같았다..ㅎㅎ 매일 구글 지도에 저장해놓은 카페들을 부지런히 다녔는데, 이 중 멜버른 3대 카페로 알려진 듁스커피, 마켓 레인 커피, 파트리샤 커피에 대한 기록을 남겨보고자 한다.


1. 듁스 커피(Dukes Coffee Roasters)


멜버른에 도착한 날 짐을 풀고 멍 때리다 늦은 오후 시내로 나가 가장 먼저 한 일이 커피를 마신 일이다. 오후 4시 즈음 나왔는데, 저장해놓은 카페 리스트 중 이 시간에 방문할 수 있는 카페는 듁스커피뿐이었다. 호주의 카페들은 대부분 이른 아침 6-7시에 열고, 오후 2-3시면 문을 닫는 곳이 많다. (일부 카페와 브런치 가게들은 주말에 운영을 안 하는 곳도 많다) 온라인 검색 피셜에 의하면 호주 사람들은 일정 오후 시간이 지나면 커피를 잘 안 마시기 때문이란다. 그게 오후 2-3시인가 보다..ㅎㅎ 그때가 지나면 커피 대신 차나 맥주를 마신다고 한다. 늦은 오후에 커피를 마시면 뜬 눈으로 밤을 지새야 하는 나에게는 잘 맞는 운영시간이다.  


듁스 커피는 멜버른 중심지구의 좁은 골목길에 위치해 있었다. 매장은 굉장히 좁았고, 이미 대부분의 테이블이 가득 차 있었다. 다행히도 바 테이블에 좌석이 나 바로 자리를 잡고 커피를 주문할 수 있었다. 좁은 매장에 비해 손님이 상당히 많았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원두를 사가거나 커피를 테이크아웃 해갔다. 나는 플랫화이트 한 잔과 쿠람비?(Kourambie)라는 슈가파우더가 잔뜩 묻은 빵을 시켰다. 난 뜨아족인데.. 기분 탓인지, 아님 정말 호주 우유가 맛있어서인지 우유가 들어간 커피인데 참 맛있게 마셨다. 긴 비행 끝에 멜버른에 도착하여 짐을 풀고 나니, 갑자기 비가 쏟아져 마음이 축 처져있었는데, 따뜻한 플랫화이트를 한 잔 마시니 위로받는 기분이었다. 우유의 목 넘김이 참 부드러웠는데, 커피의 고소함과 쌉쌀함 또한 살아있었다. 이 글에서 기록하는 세 개 카페 중에서는 비교적 가장 진했던 플랫화이트로 기억한다.


https://maps.app.goo.gl/zVrUeTBi6H9g9JKc9?g_st=ic

듁스 커피의 플랫화이트


2. 마켓 레인 커피 사우스멜버른점(Market Lane Coffee)


일요일 사우스 멜버른 마켓에 들렸다 나오는 길 우연히 마켓 레인 커피가 있어 들어갔다.  마켓레인커피는 멜버른 내 지점이 7군데나 있다고 한다. 가장 유명한 곳은 퀸 빅토리아 마켓 내 매장이 아닐까 싶다. 사우스 멜버른에 위치한 마켓 레인에서는 운이 좋게도 대기 없이 바로 커피를 마실 수 있었다. 퀸 빅토리아 마켓 구경을 갔을 때 유독 줄이 긴 매장이 있어 봤는데 마켓 레인 커피집이었다. 맛있는 커피지만, 그 정도인지는 모르겠는.. 이날 나는 플랫화이트를 시켰다. 고소하고 무난한 맛이었다.


https://maps.app.goo.gl/zn5kK3QnXNBWjPsn6?g_st=ic

마켓 레인 사우스멜번 지점 내 풍경
내가 시킨 플랫화이트와 동행자가 시킨 아이스드 롱블랙


3. 패트리샤 커피 브루어즈(Patricia Coffee Brewers)


3대 커피 중 원픽을 고르라면 단연 패트리샤 커피라고 할 만큼 맛있었다. 주중에만 열고, 이른 오후까지만 영업을 하기 때문에 부지런히 움직여야 맛볼 수 있다. 좁은 골목 안, 카페가 없을 것 같은 곳에 자리 잡고 있다. 분위기가 굉장히 힙하다. 가게 내부는 상당히 좁은 편인데, 많은 손님들이 스탠딩 바에 옹기종기 모여 커피 타임을 즐기고 있다. 좁은 가게 안 커피 내리는 소리와 주문받는 소리, 손님들의 대화들이 모여 한층 더 힙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가게 앞 골목길에 서서 멋진 벽화를 배경으로 서서 마시는 손님들도 꽤 많다.


https://maps.app.goo.gl/6D2WEcfTbHBnZfWg7?g_st=ic

패드리샤 커피집 앞 풍경

평일 오전(10시경)에 갔는데, 손님이 은근히 있었다. 짧은 줄을 선 끝에 커피를 시키고, 매장 내 스탠딩 바에 자리를 잡았다. 이날도 나는 어김없이 플랫화이트를 시키고, 디저트로 피스타치오 미니케이크를 시켰다. 멜버른에서 먹었던 플랫화이트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다. 부드럽지만, 진하고 꼬수웠다. 피스타치오 케이크도 맛있었다. 고소한 피스타치오 속에 꾸덕하고 달달한 필링이 참 맛있었다. (사실 좀 달아서 롱브랙과 먹으면 최고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기 있는 카페여서 정신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바리스타 분들이 굉장히 친절했다. 어쩌다 보니 바리스타와 마주 보는 스탠딩 바에서 커피를 마셨는데, 혼자 온 내가 안 됐는지 계속 안부를 물어줬다. 가게를 나서면서 멜버른에 머무는 동안 꼭 한 번 다시 오겠다고 다짐했는데, 결국은 재방문을 못해 지금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아쉬움이 크다..


피스타치오 쇼트케익과 플랫화이트
감성 넘치는 매장 안 창가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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