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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ig satisfied Jul 06. 2023

23‘07 멜버른에서 온천을 가다

자연온천 페닌슐라 핫 스프링스

멜버른 근교에 페닌슐라 온천이 있다. 오래전 뉴질랜드 여행에서 했던 온천욕이 좋았던 기억이 있어 멜버른 온천 투어를 계획했다. 페닌슐라 온천은 호주에서 가장 큰 규모의 온천욕장이다. 언덕 위에 만들어진 온천욕장인데,  마침 호주는 겨울이라 노천욕을 하면 딱이라고 생각했다. 처음엔 직접 일정을 짜서 자유여행으로 다녀오려 했는데, 온천이 차가 없이는 이동이 너무 비효율적인 위치에 있었다. 여러 투어를 찾다가 다른 프로그램과 병행하지 않고, 온천욕을 가장 오래 즐길 수 있는 투어로 결정했다. 온천욕을 가장 오래 할 수 있는 투어 프로그램은 4시간을 온천에서 보낼 수 있다. 스케줄을 오전, 오후 스케줄이 있는데, 내가 알아본 여행사에서는 월/수/금이 오전 투어, 화/목이 저녁투어 였다. 오전투어는 7시 반쯤 시내에서 픽업차량이 숙소 앞으로 오고, 2시 반 경에 멜버른 시내에 내려준다. 저녁 투어는 오후 2시에 시내 집결, 9시경 숙소나 시내에 내려준다.


일단 주말은 사람이 정말 많을 것 같아 제외했고(주말 투어 비용이 10불 더 붙기도 한다), 저녁타임은 가격이 할인되어 퇴근 후 많은 사람들이 방문한다고 하여 오전투어로 신청했다. 그런데 눈치게임에 실패한 건지, 원래 사람이 늘 많은 건지 월요일 오전 사람이 상당히 많았다. 뇌피셜을 가동해 보자면 주말에 이어 월요일 연차를 쓴 사람이 있지 않을까. 베스트 타임은 수요일 오전타임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수요일은 이동하는 날이었기 때문에 어차피 안 됐던 일정이다.. 숙소가 멜버른 시내에 있어, 7시 반쯤 픽업차량이 숙소 앞으로 왔다. 숙소가 멜버른 시내가 아니면 아침에 시내로 이동해야 한다는 안내가 있었는데, 같은 투어객 중 사우스뱅크에 머무시는 분이 있었는데, 숙소 앞에서 픽업해 주셨다. 온천욕장에 가는 길목이라 그런 것 같다. 차가 안 밀리면 멜버른 시내에서 온천욕장까지 1시간 반 정도 걸린다. 오고 갈 때, 교통혼잡이 없어 왕복 3시간 정도 걸린 것 같다. 픽업 차량에 올라 멜버른 근교 풍경을 보면 좋았겠지만, 피로를 못 이기고 덜컹이는 차 안에서 한숨 푹 잤다.


페닌슐라 온천욕장에 필요한 준비물은 수영복, 수건, (샤워가운), (슬리퍼), (간식)이다. 이 온천은 옷을 입고 즐기는 온천이다. 대부분 수영복을 입는데, 간혹 래시가드나 일반 티와 반바지를 입는 사람들도 있었다. 노천탕이기 때문에 겨울에는 탕에 들어가 있지 않을 때 입을 로브가 있으면 좋다(사실 필수라고 생각한다..). 겨울이어도 온도가 영하 아래로 내려가진 않지만, 그래도 겨울은 겨울이다. 탕 밖에 나오면 꽤 춥다. 이 모든 준비물은 온천욕장 센터에서 구입 혹은 대여할 수 있다. 수영복이나 슬리퍼 등을 구입할 수 있고, 로브, 수건, 락커를 대여할 수 있다.(락커 대여비는 8불, 수건 대여비는 7불이다) 수건을 챙겨 갈까 하다가 온천 후 다음 일정도 있고, 수건이 젖으면 무거울 것 같아 수영복과 슬리퍼 외에는 몽땅 대여할 생각으로 온천에 갔다. 그런데!! 이 날은 로브들이 세탁서비스에 맡겨진 상태라 로브를 빌릴 수 없었다.. 매우 당황스러웠다. 어쩔 수 없이 수건을 활용할 수밖에 없었는데, 수건이 생각보다 크지 않아 초반에 욕탕 밖에서 좀 떨었다..ㅎㅎ 이런 불상사가 발생할 수 있으니 뒷일정이 없다면 수건과 로브를 챙기는 게 좋을 것 같다.


https://maps.app.goo.gl/GpxCFQfA11fE8Snw8?g_st=ic

자연을 이용한 페닌슐라 온천욕장 내 풍경


온천 센터에서 티켓을 끊고 나면 바로 건물안과 이어지는 곳에 탈의실과 샤워장이 있는데, 센터에 딸려있는 탈의실과 샤워장은 꽤 연식이 있는 곳이다. 센터를 나가 왼쪽으로 가다 보면(지도참고) 새로 지은 탈의실과 샤워장이 있다. 샤워 후, 탈의실에서 수영복으로 환복을 한 후 짐들을 모두 락커에 넣었다. 락커 안에 따로 신발칸이 없어 신발은 다들 락커 아래 그냥 놓고 가길래 나도 그냥 놓고 갔다.. 호주는 치안이 좋은 편이다. 많은 사람들이 한국처럼 개인 물품을 놓고 잘 사라진다ㅋㅋ


페닌슐라 온천 지도

온천에는 총 36개의 욕탕과 사우나가 있다. 가장 인기 있는 욕탕은 언덕 꼭대기에서 전망을 바라보며 온천을 즐길 수 있는 힐탑(hilltop, 지도 32)이다. 언덕에 있기 때문에 은근히 올라가야 한다. 로브 없이 올라가느라 상당히 추웠다.. 올라가는 길목에 군데군데 욕탕들이 계속 있다. 탕마다 온도도 다르고, 자연에 만들어진 온천이라 탕마다 뷰가 여러 탕을 경험하는 재미가 있다. 여러 탕들을 지나 힐탑에 올르면 넓게 펼쳐진 언덕 풍경이 감탄을 자아낸다. 끝이 안 보이는 푸른 언덕이 하늘과 맞닿아 있는 풍경이 정말 멋있다. 그런데 멋있는 풍경만큼 사람이 많다..ㅋㅋ  힐탑 탕 정원은 20명 정도 되는데 타이밍을 잘못 맞추면 줄을 서 있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힐탑 같은 경우 이용시간이 10분으로 제한되어 있기도 하다. 힐탑은 온도가 약 44도 정도로 온천에서 가장 높은 온도다. 처음 힐탑에 갔을 때는 사람이 너무 많아 올라오는 길목에 있던 온천에서 입욕을 즐기다 다시 갔다. 그런데.. 힐탑은 적극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내 생각에 온천에 오는 모든 사람이 한 번쯤은 이 탕에 들어갈 것 같은데, 그만큼 수질이… 흐흐.. 경악할 정도다. 처음 힐탑에 들어갔을 때는 뜨끈뜨끈한 물 온도에 신났고, 탕에서 보는 뷰에 정신이 팔렸는데. 몸이 좀 따뜻해지니 물 위에 둥둥 떠다니는 부유물들이 보이기 시작했다..ㅎㅎ 음.. 자연 광천수에서 나오는 성분들도 있겠지만, 확실히 그렇지 않은 것들이 많았다. 이걸 본 이상 더 있을 수 없어 도망치듯 나왔다. 힐탑 + 힐탑 길목의 온천들이 인기가 많은데, 그만큼 수질이 나쁘다. 한국에서는 상상 못 할 수질이긴 한데, 이미 전에 뉴질랜드 온천에서 한 번 경험한 바가 있었기에 의연한 척 도망쳤다..ㅋㅋ


힐탑에서 바라본 자연풍경
힐탑에서 온천을 즐기는 사람들(왼), 힐탑에서 바라본 풍경(오)

힐탑 반대쪽에도 온천욕장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데(지도상 37번), 온도도 적당하고(38-40도) 수질도 좋아 막판에는 그쪽에만 머물렀다. 다음에 간다면 미련 없이 힐탑구간은 쳐다도 안 보고 이 구영으로 직진할 것 같다..ㅎㅎ

온천욕장 풍경(왼), 온천을 즐기는 나(오)

온천욕장이 꽤 커서 처음 입장하고 탐색하는 데 시간이 꽤 걸렸다. 처음 온천을 방문하여 이 탕 저 탕 구경할 수밖에 없었다. 2시간가량 온천을 돌며 헤매고 나서야 나한테 딱 맞는 스팟을 찾을 수 있었다(위에서 말한 37번 존). 탕도 탕이지만, 자연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온천 욕장 내 자연 풍경

온천욕장 안에 작은 카페테리아가 있는데, 간단한 스낵부터 식사메뉴까지 판다. 재밌었던 건 김치버거를 판다는 사실. 버거 메뉴가 하나인데 ‘김치’ 버거만 있다. 한국인들이 정말 많이 오나 보다. 한국인의 사우나 사랑이 느껴졌다. 카페에서 간단히 군것질을 하고 나니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 아쉬운 대로 마지막까지 탕을 즐기다 4시간 꽉꽉 채워 나왔다. 겨울 노천탕은 사랑이다. 게다 자연을 바라보며 입욕을 즐길 수 있다니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호주의 여름은 매우 덥기 때문에, 온천투어는 여름보다는 가을이나 겨울에 더 어울릴 것 같다. 겨울에 다시 멜버른에 간다면 다시 들리고 싶은 곳이다. 자연도 보고, 피로도 풀 수 있는 곳. 온천에서 숙박도 가능한데, 운전을 할 수 있다면 숙박하면서 더 오래 온천을 즐겨보고 싶다.


온천 풍경(왼), 온천을 즐기는 나와 동생(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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