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 빅토리아 마켓과 사우스 멜버른 마켓
1. 사우스 멜버른 마켓
멜버른에 도착하자마자 집에 가고 싶었다..ㅋㅋㅋ 긴 비행 때문인지, 유럽 겨울 같은 칙칙한 날씨 때문이었는지, 주말 시내에 몰린 인파에 질려버린 건지는 모르겠지만, 집에 다시 가고 싶었다. 다소 침체된 마음으로 일찍 잠들어 늘어지게 늦잠을 잤다. 다음날 일어나 학회 행사 전까지 어딜 갈까 하다가 주말마다 열리는 마켓이 숙소 근처에 있어 다녀오기로 했다. 멜버른에는 두 개의 주말 마켓이 있다. 하나는 멜버른 중심지구에 있는 퀸 빅토리아 마켓(Queen Victoria Market)과 멜버른 사우스 쪽에 있는 사우스 멜버른 마켓(South Melbourne Market)이다. 숙소가 강북에 있어 숙소에서 가까운 사우스 멜버른 마켓으로 슬슬 걸어갔다. 늦잠을 자고 느지막이 나와 어슬렁어슬렁 마켓에 도착하니 12시 반. 사람이 만원이었다. 주말이라 많은 사람들이 나와 일심동체의 시계로 움직였나 보다ㅎㅎ
배가 고파 바로 음식코너로 직행했다. 보렉(Borek)이란 터키식 샌드위치가 유명하다고 해서 갔는데, 줄을 선다.. 근데 간단한 음식이라 대기가 오래 걸리진 않았다. 시금치-치즈 보렉을 제일 많이 먹는데, 나는 시금치를 싫어하여 치킨-버섯 보렉을 시켰다. 그리고 몸을 녹여줄 렌틸콩 수프를 샀다. 가격은 치킨-버섯 보렉 6달러, 렌틸콩 수프 4달러. 얇은 버전의 파니니 맛이다. 맛은 그냥 그랬다..ㅎㅎ(파니니도 안 좋아함) 이렇게 줄 서서 먹을 맛인가에 의문이…ㅎㅎ 렌틸콩 수프는 따뜻해서 좋았고, 끝맛에 살짝 매콤함이 감돌아서 맛있게 먹었다.
https://maps.app.goo.gl/6yLtPSAYVViECg8NA?g_st=ic
주린 배를 채우고 나서 마켓을 돌기 시작했다. 오후 2시가 좀 지나고 나니 사람들이 빠지기 시작해서 여유 있게 시장구경을 할 수 있었다. 보통 한국은 재래시장 물건이 마트보다 더 싼데, 유럽도 그렇고 호주도 시장 물건이 더 싸지 않다.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비싸다. 천편일률적인 마트 물건보다 마켓의 지역에서 난 식재료들이 훨씬 더 신선하다고 질이 좋다는 인식이 있는 것 같다. 마켓에서는 재료의 신선함도 신선함이지만 온갖 종류의 다양한 제품들을 만날 수 있다. 신선한 식재료부터 시작해 파스타 생면, 커스텀 카레가루, 갓 짠 올리브 오일, 땅콩버터 등 일반 마트에서는 만나기 어려운 재료들이 많다. 식재료 외에도 각종 헬스케어 용품, 주방용품, 잡화, 책 등 카테고리가 매우 다양하다. 돌아다니다 보니 닥터 브로너스를 공병에 담아 살 수 있는 매장도 만났다..ㅎㅎ
여행할 때 숙소에서 요리하는 걸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마켓을 돌아다니다 생면 파스타 집을 발견해서 계획에 없던 파스타 면과 소스를 샀다. 얇은 스파게티면과 뇨끼, 라비올리를 골고루 구입했다. 그리고 소스는 토마토소스와 바질 페스토. 호주에서 생면 파스타라니..ㅋㅋ 이탈리아에 온 기분이다. 한껏 기대에 부풀어서 요리해 먹었는데, 전반적으로 생각보다 밀가루 향이 강해서 좀 아쉬웠다..ㅎㅎㅎ 가장 기대했던 뇨끼가 감자보다 밀가루 맛이 더 높아 많이 아쉬웠다. 다행히 페스토가 괜찮아서 양념 맛으로 극복했다..ㅎㅎ
2. 퀸 빅토리아 마켓
멜버른에 10일 정도 머물다 보니 운이 좋게 주말을 두 번 보냈다. 덕분에 퀸 빅토리아 마켓과 사우스 멜버른 마켓을 모두 둘러볼 수 있었다. 재래시장은 평일에도 열긴 하지만, 평일엔 안 여는 노점상도 있고 사람도 적어 시장의 활기참을 느끼기 어렵다.(한적한 시장구경을 원한다면 평일에 가는 것도 좋을 듯하다). 멜버른 재래시장 정보를 찾다 보니 퀸 빅토리아 마켓은 관광객이 많고, 사우스 멜버른은 현지인이 많다는 글을 봤다. 이 글을 보고 빅토리아 마켓에 대한 편견이 생겨 큰 기대를 안 했는데, 실제 방문해보니 기대 이상으로 좋았다. 아무래도 빅토리아 마켓이 관광객들에게 접근성이 좋아서 관광객이 많지 찾는 거지, 딱히 관광객 대상의 시장이란 생각은 안 들었다. 오히려 퀸 빅토리아 마켓이 사우스 멜버른 마켓보다 훨씬 규모가 커서 구경하는 재미도 더 쏠쏠했고, 구매에 있어 선택의 폭도 더 넓었다.
https://maps.app.goo.gl/wxct9uuYFpU4G8pf8?g_st=ic
여행 중이기에 시장에서 뭘 사야겠다라기 보다는 그냥 군것질하고, 뭘 파나 구경을 하러 갔다. 잡화나 기념품을 파는 코너부터 구경을 시작했는데, 상당히 재미가 없어 빠르게 식재료 코너로 갔다. 온갖 종류의 과일, 채소, 식재료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중에 제일 기억에 남는 건 송로버섯! 생송로버섯을 한 알씩 팔고 있어서 정말 사고 싶었지만.. 요리할 계획이 없었기에 패스.. 구경을 마치고 멜버른에서 지낼 동안 먹을 과일 몇 개만 사기로 했다. 사과 몇 알과 베리류만 살 생각이었는데… 절대 숙소에서 뭘 해먹을 생각은 없었는데… 과일을 몇 개 고르며 구경하다 보니 신선한 식재료들을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ㅋㅋㅋ 과일 몇 개만 고르자던 계획은 오늘 저녁 스테이크를 위한 장보기로 급변했다. 다행이었던 게 딱 한 끼 먹을 만큼만 재료들을 구입할 수 있었다. 고기에 곁들일 샐러드와 같이 구울 채소들을 다 샀는데, 아무리 둘러봐도 과일/야채 가게만 있고 고기 파는 곳을 찾을 수가 없었다. 채소가게 사장님께 물어보니 고기는 건너편 벽돌 건물로 가라고 알려주셨다.
시장 밖으로 나오면 벽돌로 지어진 건물이 나오는데, 정육점의 모든 것을 만날 수 있다..ㅋㅋㅋ 호주에 왔으니 스테이크를 한 번 구워먹자며 고기사냥에 나섰다. 이곳에는 스테이크용 소고기부터 돼지, 닭, 양 등 없는 게 없었다.. 한참을 둘러보다 앵구스 필렛 스테이크와 돼지고기 폭찹 그리고 양념이 된 닭구이를 샀다. 한 끼 저녁거리 산 것뿐이데 짐이 양어깨 한가득이었다..ㅎㅎ 건물 안에 들어가면 고기코너 외에도 해산물 코너, 델리카트슨, 치즈, 파스트 등 전문 식재료 판매 매장이 다양하게 있어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ㅎㅎ 주어 담고 싶은 재료들이 많았지만 나는 여행객이므로 꾹 참고 집으로 빠르게 귀가했다.
퀸 빅토리아 마켓의 전리품들..ㅎㅎ 과일을 잔뜩 털어왔다. 사과, 패션프루츠, 블랙베리, 라즈베리, 블루베리, 사파이어포도, 그리고 납작 복숭아..! 납작 복숭아는 호주산은 아니고.. 미국산이지만 아니 살 수 없었다. 9개에 25불. 다른 과일에 비하면 비싸지만 아니 살 수 없었다. 납복이니까… 그리고 호주산 사파이어 포도가 정말 싸서 깜짝 놀랐다. 사진 속 포도 한 송이가 1불도 안 해서 쾌재를 부르며 가져왔다ㅎㅎ 호주는 베리류가 참 맛있다. 호주에 오기 전 한국에서 먹었던 오디가 맹맹해서 실망했는데, 호주 시장에서 산 오디는 달달하고 풍미도 좋았다.
그리고 이어진 고기파티. 오늘 메뉴는 앵구스 필렛과 돼지고기 폭찹 그리고 양념닭구이다ㅎㅎ 호주는 고기가 정말 싸다. 이 고기가 다 합쳐 15불 밖에 안 한다.(오히려 채소값이 더 비쌌다..) 소고기 많이 먹고 가야지. 우리 집 셰프님의 손길을 닿아 맛있는 저녁식사가 뚝딱 완성됐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