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ig satisfied Feb 28. 2023

23’02 인제 속삭이는 자작나무 숲을 가다

인터넷 뉴스에서 다음 주면 설산을 못 본다는 기사를 봤다. 인제 자작나무 숲에 관한 기사였다. 2년 전쯤인가 가을은 지나고 겨울이 오기 전 휑했던 자작나무 숲에 갔었다. 잎이 다 떨어져 휑했음에도 오밀조밀 모여있는 자작나무 숲 풍경이 참 예뻤던 기억이 났다. 눈이 내리면 정말 멋지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겨울이 가기 전 급 설산을 보고 싶어 강원도로 떠났다. 기억상 험한 산은 아니었는데, 눈이 와서인지 아이젠이 없으면 입산이 안된다는 소리가 있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등산템을 다 챙겼다. 아이젠, 스패츠, 등산스틱까지.. 장비만 보면 히말라야 등반을 해도 될 것 같은 준비였다. 실제로 등산을 해보니 아이젠은 필수다. 자작나무 숲에 다 다르면 눈이 많이 쌓여있고, 미끄러운 구간이 많아 아이젠을 안 신었다면 몇 번 넘어졌을 것 같다. 스패츠와 등산스틱은 다소 오버스러웠다는 생각이 든다..

자작나무 숲 등산을 위한 풀템 장착

아무도 없이 고요한 설산을 보고 싶어서 새벽 일찍 강원도로 출발했다. 오픈 시간인 9시가 조금 지나 자작나무 숲에 도착했는데, 웬걸 사람이 정말 많았다… 관광버스까지 대절해 온 등산 동호회가 한 둘이 아니었다. 아쉬운 마음을 가지고 등산을 시작했다..ㅠㅋㅋ 자작나무숲은 입산통제기간도 있고 휴무일, 입산시간이 있기 때문에 잘 확인하고 가지 않으면 허탕 치기 쉽다.

자작나무 숲 입구 풍경

인제 자작나무 숲은 1970년대 산림청에서 조성한 숲이다. 원래는 소나무 숲이었는데 병충해가 심해져 소나무를 모두 베어내고 자작나무를 심으면서 지금의 자작나무 숲이 되었다. 자작나무 숲으로 가는 여러 코스가 있는데, 겨울철에는 안전문제로 원정임도코스만 개방한다. 원정임도 코스는 입구부터 자작나무숲까지 3.2km로 80분이 걸린다고 안내되어 있다. 중간중간 사진을 남기며 천천히 갔는데 왕복 2시간 정도 걸렸는데, 걷는 시간보다 사진 찍은 시간이 더 많지 않았는 하는 생각이 든다.ㅎㅎ 전에 자작나무 숲에 왔을 때는 원대임도 - 3코스를 지나 자작나무 숲으로 갔는데 이 때는 왕복 2시간 40분쯤 걸렸다. 자작나무 숲 도착 직전 골짜기 길이 나오는데 초반 평탄한 산책길과 많이 달라 살짝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이에 비해 원정임도 코스는 길도 좋고, 거리도 짧아 가벼운 트래킹 코스로 제격이다.

자작나무숲 트래킹 코스
원정임도 길 초입

겨울의 끝자락이어서 눈이 다 녹았을까봐 걱정했는데 아직 눈이 남아있었다. 일요일이라 그런지 정말 사람이 많았다. 자작나무반 사람 반이었다. 전에 눈 오기 전 초겨울에 왔을 때는 주말인데도 꽤 한산했던 기억이 있는데, 여기는 한겨울이 성수기인가 보다. 오르막을 오르다 보니 땀이 나기 났다. 추위를 많이 타는 편이라 눈길산행에 대비해 패딩 조끼에 두꺼운 패딩을 껴입고 핫팩까지 덕지덕지 넣어왔는데, 완전 실수였다. 땀이 비 오듯 오면서 패디은 무거운 짐짝이 돼버렸다. 안내소에서 출발해 자작나무 숲까지 1시간 정도 걸려 자작나무 숲에 도착했다. 발을 디디는 곳마다 풍경이 너무 멋져 그냥 지나치기가 어려웠다. 가는 길에 사진만 50장 넘게 찍었는데, 사진에 숲이 다 담기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다. 흰 눈밭 위로 쭉쭉 뻗은 새하얀 자작나무 숲은 겨울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보여준다. 자작나무가 원래 국내에서 흔하지 않아서 그런지 어딘가 이국적인 느낌도 들었다.  올라갈 때는 눈이 얇게 쌓여있었는데, 오전 내내 해가 쨍해서 그런지 내려오는 길에는 눈이 많이 녹아있었다. 오후에 들어왔으면 눈 구경을 많이 못했을 뻔했다. 내년 설산을 기약하며 글을 마친다.  

자작나무 숲 풍경
이국적인 풍경을 자아내는 자작나무 숲


인제 속삭이는 자작나무 숲

입산통제기간: 03.02-04.30

운영시간 하절기(05.01-10.31) 09:00-18:00(15시까지 입산가능), 동절기(11.01-03.01) 09:00-17:00(14시까지 입산가능)


트래킹 코스 자료 출처: 북부지방산림청 인제국유림관리소(https://www.forest.go.kr/kfsweb/kfi/kfs/cms/cmsView.do?mn=NKFS_03_01_14_02_01&cmsId=FC_001146)



작가의 이전글 22'08 전주에서 마신 것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