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맞는 관계를 이탈해 버릴 용기
궤도 이탈하기
세상에는
아무리 애를 써도
맞지 않는 사람이 있다.
나와 다른 그 사람을
이해해 보려는 수많은 시도와
관계를 조율하기 위한 노력들
그리고 나 자신을 그 사람에게
끼워 맞추기 위해 욱여넣었던 나날들
제살 깎아가며
스스로를 상처 내가며
지속했던 을의 관계
나만 바뀌고 노력하면
이쁨 받으리라 믿고
허공에 발길질했던 나날들
안 맞는 관계를
이탈해 버릴 용기를 내기 위해
나는 왜 이리 멀리 돌아온 걸까
안 맞는 관계는
그냥 놓아버리면 그만이었는데
그렇게 애쓰고
스스로를 상처 입히고
탈진할 만큼 감정적 소모를 겪고
스스로를 몰아세우지 않았어도
그냥 놓아버리면 그뿐인 관계를 위해
난 그동안 무엇을 해왔던 걸까
도저히 버틸 수 없을
파국에 이르러서야
진작에 놓았어야 할
마지막 끈을 놓았다
그 사람 주변을 빙빙 돌며
맴돌았던 궤도를 벗어나
방향을 확 틀어버리니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탁 트인 전경이 날 반긴다
너무나도 아름다운
풍경들이 이제야 보였다
마치 봐줄 때까지 그 자리에서
날 기다려준 것처럼
가만히 나에게 속삭인다
그동안 고생했어
이제 편히 쉬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