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어머니는 날 왜 그리 미워했을까?
시어머니에게 보내는 편지
아직도 진짜 의문인 게
우리 시어머니는
날 왜 그리 미워했을까?
내가 시어머니였다면
나 같은 며느리 이뻐했을 거 같은데
나름 이쁨 받으려고
신혼 때 없는 애교 부려가며
매일매일 안부전화 한 시간씩 하고
저녁 차린 거 사진 찍어 카톡으로 보내고
여름휴가 때마다 애들 데리고 시댁 가고
시부모님 모시고 여행도 가고
그랬는데도
더더 바라셨지
다른 집 며느리들은
더 잘한다며
툭하면 비교하고
친정부모님 앞에서
돈 잘 버는 형님 칭찬하고
내 흉봐서 속상하게 만드시고
필터링 없이 마구 막말 내뱉고
아들 애지중지 키워봐야
'남' 좋은 일만 시킨다며
툭하면 아들 뺏긴 피해자처럼
굴으셨지
뭘 얼마나
애지중지 키우셔서
키우는 내내 학원 하나 안 보내고
장남은 어학연수
남편은 외국인노동자로
워킹홀리데이
장남은 돈 많이 드는 사립대학
남편은 국립대에 4년 내내 장학금
이 정도면 거저 키우신 거 아닌가요
거저 키운 차남
뭐 그리 아까워서
툭하면
'아들 키워봤자 소용없다.
남 좋은 일만 시킨다.'
제가 그 '남'인가요
제가 뭘 그리 남편덕에 호강했나요
제가 재벌집에 시집갔나요?
저도 아이들 키우며
하루하루 고군분투하고 있는데요
저의 고생은 하나도 안 보이시나요
제가 자라는 내내
학비 한 번 대준 적 없고
그 어떤 지원도 해준 적 없는데
남편과 결혼했단 이유로
저한테 왜 그리 많은 걸 바라고
요구하셨나요
이젠 더 이상
이쁨 받으려 노력하지 않을 거예요
날 미워하기로 작정한 사람의
환심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일은
정말 가성비 떨어지는 일이란 걸
너무 뒤늦게 깨달았거든요
무슨 짓을 해도 욕먹는다면
차라리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을래요
무엇보다 툭하면
친정부모님께 제 흉을 보고
차마 못할 말들로 부모님께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신 거
그게 당신을
끊어낸 이유입니다
언젠가 남편에게
'다른 엄마들은
시어머니 사랑 듬뿍 받고 사는데
나는 아무리 발버둥 쳐도 이쁨은커녕
미움만 받으니 너무 속상하다.'
라고 얘기하니
'대신 내가 더 큰 사랑을 줄게.
서운해하지 마.'
라고 하더군요
저는 이제
남편만 보고 살랍니다
그러니 어머니도
며느리 없는 셈 치시고
더 이상 택배 보내지 마세요
양심이 있으시다면
체면 차리려고
친척들 앞에서
며느리 도리 요구하지 마세요
그거 아세요?
어머니 때문에
계속 시름시름 아프고
대학병원 입원하니까
큰 병 걸릴까 봐 무서웠는지
당신이 그리 애지중지하는 아들이
저보고 어머니 '차단'하라고
얘기한 거요
저도 이젠
편해지고 싶습니다
그러니 이젠 서로를 놓아주고
각자 자유로웠으면 좋겠습니다
이 편지는 보내지 못하는
편지가 되겠지요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