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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요 Oct 22. 2022

만화 9급 공무원

불쾌하게 빼 때리는 만화

  Sepia라는 필명의 작가에 의한 만화 9급 공무원은 얼핏 보기에도 소위 프로에 의한 작품이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처음 시작부터 불특정 다수가 접속하는 인터넷 사이트 그것도 만화 전문 사이트라 보기 힘든 곳에 일종의 낙서로 연재하기 시작했다가 꽤 뜨거운 반응을 얻자 완결까지 만들어지고 마침내 단행본으로 나오기에 이르렀다.


  그림체를 보면 한국만화건 일본만화건 전혀 족보에 안 나오는 형태이긴 한데, 그렇지만 인터넷 여기저기에서 가끔 눈에 띄이는, 아주 낯선 그림은 또 아니다. 혹시 저게 시발점이 되어서 인터넷에 널리 퍼진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Sepia 작가의 만화 9급 공무원의 첫 화는 작가의 블로그에서 볼 수 있다.

https://blog.naver.com/touhounet/220828087199

원래 마지막 화까지 블로그에 올라왔었는데, 지금은 1화와 2화를 제외하고는 모두 삭제되었다. 굳이 보고 싶으면 알아서 찾아보시되 여기서 묻지 마시길.


학원 로고를 보고 뭔가가 생각난다면 그건 전적으로 기분 탓이다


  블로그를 보면 만화 9급 공무원 말고도 이런저런 다른 만화들이 있다. 작품의 내용 상 패턴은 비슷하다. 정말 한심할 정도로 생각 없이 청춘을 낭비하고 있는 주인공--또는 외적인 요인으로 인해 그렇게 수밖에 없는 삶을 살고 있던 인물이 끝내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까지 망하게 한다는 내용.


  인터넷 연재분과 출판본과 가장 큰 차이라면, 출판본에는 원작에 없던 스터디 원들의 이야기가 있다는 것이다. 다른 수험생들과의 비교를 통해 주인공의 답 없음을 더 부각시키는 장치, 그리고 좀 더 다양한 유형의 수험생들을 간략하게나마 보여주면서 작품을 좀 더 사실적으로 보이게끔 하는 의도로 읽힌다.



  준비하는 시험은 있는데, 본인의 의지가 약하다고 생각하면 일독할 만하다. 자극받고 공부하던지 아니면 다른 길을 알아보던지 용으로 말이다. 물론 심한 이야기를 들으면 기분 나빠져서 오히려 더 공부 안되는 사람에게는 추천하지 않는다. 만화 9급 공무원이 일부 수험생에게 빼 때리는 내용으로 가득하긴 하지만, 어쩌면 저렇게 내적 외적으로 수험에 부적합한 요소들을 한 사람에게 잔뜩 몰아넣어서 결국 마지막까지 몰아붙이니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불쾌감마저 느낄 수 있다.



  단행본을 읽기 전에 위 사이트에 있는 블로그 연재분을 꼭 읽어본 후에 결정하시길 부탁드린다.



Sepia. 『만화 9급 공무원』 필로소픽,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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