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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nna Aug 05. 2023

아무도 내 발리스윙을 막을 수 없다. 폭우 조차도.

[2일차] 이건 발리스윙인가 흠뻑쇼인가.

▼ 이전 여행기

https://brunch.co.kr/@0745b7e1d0614aa/9


그저 그런 첫날이 지나고 성큼 다가온 둘째날. 

이 날은 기다리고 기다리던 발리 스윙을 타는 날이었다. 아침 7시쯤 기상.

전날 밤 친구랑 손이 발이 되도록 비 오지 말라고 빌었던 게 효과가 있었는지, 비가 그쳤다. 아니 그렇게 보였다. 


나는 이번이 발리 2회차인데, 예전에 누사페니다 섬 투어를 갔을 때 친해졌던 가이드 아저씨가 한 분 계시다. 아무래도 그랩이나 고젝이 편하긴 하지만 잡힐지 안 잡힐지도 모르고 일정 시간 동안 드라이빙 서비스 하는 게 편할 것 같다고 느껴서 한국에서부터 가이드 분이랑 소통해서 예약을 잡았었다. 오늘 8시 픽업으로 해서 부랴부랴 준비하고 딱 나갔는데, 차 타자마자 비가 또 쏟아졌다. 우울.     


비가 너무 와서 스윙은 개장도 안 함.

발리에는 스윙 스팟이 여러 개가 있다. 처음에 알아볼 때 발리스윙이 하나의 관광지 이름인 줄 알았는데, 여러 곳에 있더라. 사람이 바글바글하다는 얘기를 들어서 이것도 미리 클룩으로 예약하고 갔다. 입장료는 2인 53,600원이었다.


비가 쏟아진다 쏟아져

도착 해서도 비가 진짜 콸콸 쏟아졌다. 비 때문인지, 아니면 우리가 오픈 시간에 맞춰서 일찍 가서 그런지, 사람이 많이 없었다. 우리랑 외국인 언니들 한 3-4팀? 근데 생각해보면 일찍 갔던 탓이 큰 것 같긴 하다. 우리 사진 찍고 들어오니까 그제서야 사람들 많이 왔었다.     


빗방울 순간포착! 랑종 느낌 나서 좋다.

뷰는 정말 너무 아름다웠다. 정글뷰 너무 좋아. 우거진 녹색 나무들 사이로 비가 오다보니 연무 같은 게 몽글몽글 올라왔는데, 꼭 에코호러 영화를 보는 것 같아서 두근두근했다. 랑종, 곡성 느낌이랄까. 의도치 않은 취향 저격(?)


대기하면서 무슨 서약서 같은 걸 썼는데, 다쳐도 책임지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그걸 보니 어라 위험한가 싶어서 살짝 겁먹었다. 그래도 씩씩하게 오케이 서명을 하고 드레스를 대여했다. 발리스윙 사진을 보면 다들 총천연색의 채도 쨍한 예쁜 드레스를 입고 찍는데, 이게 다 대여를 할 수 있었다. 물론 대여비는 별도. 250,000루피아(=한화 약 2만원 정도) 였다. 인니 물가 고려하면 엄청나게 비싼 셈. 입장료만큼 비쌌지만, 그래도 여행 왔는데 사진 한 컷을 남기기 위해 뭘 못할까.

 

발리스윙 있는 곳이었는데 여기 왜 찍었을까. 입구였나.

드레스는 취향을 말하면 추천을 해주신다. 무조건 뒤에 길게 늘어진 드레스에 빨간색을 원했는데, 제법 마음에 드는 드레스를 추천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드레스도 입혀주시는데, 누브라나 끈없는 속옷 입고 가는 거 추천... 한평생 이렇게 등짝 휑한 옷을 압어본 적이 없어서 조금 민망했다. 그리고 비가 와서 날씨가 제법 쌀쌀했다. 가져간 가디건 걸치고 파들파들 떨면서 다시 무한 대기에 들어갔다.


한 1시간쯤 기다렸을까, 너무 추워서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미 다른 팀은 비 따위 개의치 않고 흡사 흠뻑쇼마냥 다 젖으면서 사진 찍으심. 그래서 일단 스윙을 타러 향했는데, 마침 하늘이 도왔는지 비가 좀 사그라들었다. 덕분에 가장 메인이 되는 포토스팟에서 제법 마음에 드는 사진을 건질 수 있었다. 경유 때 우리를 굽어살핀 조상신의 두 번째 도움이다.


역시 녹색엔 빨간색이 대비가 좋다

스윙을 타면 전문 포토그래퍼 분이 계신다. 나중에 스윙 다 즐기고 사진방(?) 같은 곳에 가서 찍힌 사진 보고 구매할지 말지를 결정하는데, 우리는 생각보다 마음에 들어서 전부 구매했다. 가격은 200,000루피아였던 듯. 이분 외에도 핸드폰을 맡기면 사진을 찍어주시는데 잘 찍어주셔서 아주 만족. 전문 카메라는 색감 보정이 돼서 그래도 너무 칙칙하지 않게 나오긴 했으나, 자연광 받았으면 정말 오백배 더 예뻤을 것 같다는 생각에 아쉽기도 하다.


폰카도 만족도 100%. 스윙 재밌어서 한껏 신난 등짝.

메인 스윙 타는 건 생각보다 너무 재밌었다. 냅다 공중으로 슝 날아가서 처음에는 비도 오고 미끄러워서 무서웠는데 나중에는 신나가지고 포토그래퍼 분이 포즈 취하라는 거 듣지도 못하고 그네만 탔다 ㅋㅋ. 암튼 나는 요 메인 스윙이랑 플라워 스윙, 버드네트 스윙, 베드 스윙 이렇게 3가지 더 타고 사진 찍었다. 베드 스윙은 친구랑 같이 타고 찍었는데 이때는 잠깐 소강 상태였던 비가 다시 많이 와서 생각보다 표정이나 사진 구도가 안 예뻤다. 오히려 기대 안 했던 버드네트 스윙이 너무 예쁘게 나와서 완전 짱추 강추.


아 그리고 플라워 스윙을 제일 기대했는데, 요거 마음에 안 들게 나와서 너무 슬펐다. 원래 포토그래퍼 분이 포즈도 다 지정해 주시는데 여기서만 자유포즈 했던 것 같다. 사진 알못이라 그런가 다리를 꼬고 찍는 게 예뻐서 그렇게 했는데 치마 밖으로 나온 종아리가 무슨 닭봉처럼 나왔다. 친구랑 아직도 그 사진보면 저항없이 웃는다. 심지어 색감이 전부 강렬해서 내 허연 종아리만 합성해놓은 것 같아서 더 웃겨.


그 뒤로는 비가 너무너무 많이 와서 어쩔 수 없이 다른 액티비티용 스윙들은 하나도 못 탔다. 너무 타고 싶었는데 비 때문에 미끄러워서 너무 위험할 것 같더라. 익스트림 스윙이었나, 재미있어 보였는데 아래 안전장치가 없더라...? 이래서 익스트림인건가 싶었다. 아무래도 생명 담보면 익스트림하게 즐길 수 있긴 하다. 짜릿하겠지.


비 맞아서 다 번져버린 알로하 스윙 도장

발리 스윙 타고 나니까 12시쯤 됐었다. 비 그치길 기다리고 사진찍고 하는 데 3시간이나 걸리다니. 그래도 아까 언급했던 것처럼, 우리가 다 찍고 나니까 그 뒤로 차들이 줄줄 들어오기 시작했는데, 시간 잘 맞춰서 찍었다 싶기도 했다. 입장 스탬프를 처음에 못 찍어서 잠깐 옷 갈아입으로 들린 숙소에서 찍었는데 비와서 다 번졌다. 그래도 착한 마음으로 보면 ALOHA UBUD SWING 이라고 적혀있는 걸 확인할 수 있다.  


https://goo.gl/maps/hfFkfiXDzV4K8JXGA


아침도 안 먹고 스윙 타러 갔는데, 나는 대체 무슨 깡이었을까. 한 끼만 못 먹어도 헉헉대는 체력인 주제에. 그러다 보니 배가 진짜 너무 고파서 호다닥 점심 먹으러 갔다. 우붓 여행 후기 보다가 BAMBOO KITCHEN 이라는 곳이 너무 좋다길래 여기 왓츠앱으로 예약하고 찾아갔다.    


논두렁길 아닙니다. 식당 가는 길입니다.

근데 아무리 식당을 찾아도 표지판만 있고 없는 거임. 그래서 구글맵을 한 5번 확인하고 식당까지 드라이빙 서비스 해주기로 한 가이드 아저씨랑도 열심히 논의한 결과 눈 앞에 있는 저 논밭을 가로질러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쉽지 않았다.     


사실 여기 지나갈 때 좀 대자연의 호러 느꼈음.

이 푸르른 논밭 뷰가 보이는가. 정말 말 그대로 논밭이다. 표지판도, 사람도, 건물도 뭐 아무것도 없고 저런 조그마한 움막 같은 것만 띄엄띄엄 있었다. 지금 보니 저 멀리 차가 눈에 띄긴 하는데 암튼 당시에는 아무것도 못 봤었고 가이드 아저씨의 차도 여기 못 들어오고 사람도 딱 우리 둘뿐이고 하니까 괜히 무섭기도 했다. 여행 와서 아무것도 없는 시골에 낙오된 기분이랄까. 비가 진짜 너무 많이 오는데, 하필 돌길이라 미끄러워서 정말 조심조심 걸어서 식당에 도착한 순간. 세상에. 식당이 너무너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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