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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nna Jul 21. 2023

눈꺼풀 안에 새겨질,
영원한 미제 사건으로 남겠어요

[헤어질 결심] by 박찬욱 PART.1

⚠WARNING : Spoiler



가끔 영화를 좋아하는 친구들을 만나면 우스갯소리로 하는 질문이 있다.

너는 봉이야 박이야?

나는 예전부터 지금까지 단 일말의 망설임도 없는 강경 박파였다.


박찬욱 감독에게는 특유의 섬세함이 있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는 폭발적이고, 에너제틱하고, 그 속에 휴머니즘이 있다. 영화 자체가 강하기 때문에 잘 모르는 사람이 봐도 초반부터 영화 속으로 끌어들이는 파워가 있다.


영화 <아가씨>


하지만 박찬욱 감독은 다르다.

그의 영화를 볼 때면 요르고스 란티모스가 떠오른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숨이 막힐 정도로 정갈하고 치밀하고, 섬세하다. 마치 먹잇감을 사냥하는 맹수처럼, 고요하고 느릿하게 시작되나 그 속에서 서사와 감정, 메타포가 차곡차곡 쌓이면서 클라이맥스가 되어 묵직한 한 방을 선사하는 거대한 힘이 된다.

그 섬세함과 치밀함을 나는 너무도 사랑한다.


좌) 영화 <헤어질 결심> 서래 / 우) 영화 <아가씨> 히데코


특히 박찬욱 감독의 영화 속 여성 캐릭터는 너무나도 매력적이다.

금자에서 태주, 제니, 인디아, 숙희, 히데코, 그리고 서래까지.

나는 한국 영화를 보며 이만큼 생동감 넘치게 살아 숨쉬는 여성을 보지 못했다. 그의 영화 속에서 여성은 그저 어떤 ‘역할’이 아닌 작품의 정체성이자 생명력 그 자체가 된다.


많은 사람들이 박찬욱 감독 하면 복수 3부작을 떠올린다. <올드보이>-<복수는 나의 것>-<친절한 금자씨>로 이어지는 복수 3부작은 그 작품성 면에서도, 예술성 면에서도, 캐릭터성 면에서도 모든 것이 완벽한 트릴로지임은 확실하다.


하지만 박찬욱 감독의 진가는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에서 드러난다고 생각한다.

나의 개인적인 생각으로, 박찬욱 감독의 <박쥐>-<아가씨>-<헤어질 결심>까지 이 세 작품을 묶어 감히 그의 사랑 3부작으로 부르겠다.


박찬욱 감독이 그려내는 여성의 사랑은 대중적이지 않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뻔하지 않다.

<박쥐>의 태주는 사랑과 도덕 위에 스스로의 욕구를 둔다. 태주에게는 사랑 조차도 그저 하나의 유흥거리에 지나지 않았다.

<아가씨>는 다르다. 숙희와 히데코는 사랑을 통해 서로를 구원한다. 가장 어려운 형태로 가장 완전한 순애를 표현한다.

그리고 <헤어질 결심>의 서래는 사랑의 파괴적이고, 파멸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그녀에게 사랑은 ‘붕괴’로 정의되었으니까.



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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