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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설레는삶 Jul 19. 2023

고정관념은 깨뜨리라고 있다.

나는 이런 사람이야
그 사람은 그런 사람이야
난 이런 거 못해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하는 고정관념이 한 두 개쯤 있다. 자랑거리도 아닌데 사람들에게 확신에 차서 말하곤 한다. 나와 같은 기질을 갖고 있는 사람을 보면 반갑기까지 하다. 고정관념은 내가 어릴 적부터 느껴왔던 기질이나 특징에 대해 다른 이들이 말하기 전부터 내가 인정한 것이다. 그러나 근래 들어 그동안 고수했고 절대 변하지 않을 거라 여겼던 나만의 고정관념이 깨졌다. 내가 스스로 깨뜨린 것이다.


첫 번째 고정관념은 ‘ 나는 운동을 못한다. ’ 이다.

나는 어릴 적 체육시간이 가장 싫었다. 심지어 무섭기까지 했다. 매 시간마다 해내야 하는 미션이 감당하기 어려웠다. 100미터 달리기, 오래 달리기, 높이뛰기, 철봉매달리기, 2단 줄넘기, 농구골대 자유투 넣기 등 무엇하나 기본점수를 넘겨본 적이 없다. 쉬는 시간까지 남아서 연습을 해야 했던 순간들은 창피하기 그지없었다. 선생님께 적당하게 웃으며 통과할 만한 재주도 없었다.

직장 다닐 때는 단체로 등산을 했다. 워크숍 프로그램 중 하나로 진행했는데 난 워크숍 내내 편한 마음을 가질 수 없었다. 등산도중 낙오될까 걱정되었다. 등산을 즐길 줄도 모르고 힘겹기만 했다.


이랬던 내가 이제는 오래 달리기를 하고 있다. 마라톤 대회까지 나가서 즐기다 오곤 한다. 학창 시절 오래 달리기는 800미터였던 것 같다. 완주만이라도 하면 다행이었다. 지금은 5킬로미터 이상은 거뜬히 달릴 수 있다. 10대 때보다 체력이 더 좋아진 것 같다. 주위사람들에게 달리기를 하라고 추천하면 대부분은 '이 나이에 달리기를 어떻게 해? 난 못해!'라고 한다. 난 이제 그 고정관념에서 벗어났다. 누구의 강요도 아니고 나 스스로 빠져나왔다. 지금도 잘 달리는 실력은 아니지만 예전의 내 모습과 비교하면 상상도 못 할 실력이다. 고정관념은 깨뜨리라고 있는가 보다.


두 번째 고정관념은 ‘ 나는 정리를 못한다.’ 이다.

특히 집정리는 늘 엉망이었다. 여러 번 포장이사를 하면 난 이삿짐센터 직원이 해주신 대로 살았다. 더 깔끔하게 정리하려는 마음도 없었다. 무엇보다도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랐다. 그저 아무 일 없으니 그냥 살면 되지라고 대충 살았다.

냉장고에도 오래된 음식들이 늘 쌓여있었다. 가득 찬 냉장고에는 막상 먹을만한 음식도 없었다. 냉장고 안쪽으로 자꾸만 밀려나는 음식들은 언제 나올지 기약이 없었다. 굳어버린 떡, 너무 시간이 지난 먹기에도 찝찝한 냉동실 안의 생선, 오래 지나 갈변된 고기들.... 차마 버리지도 못하고 켜켜이 쌓아놓기만 했다. 부지런히 음식을 만들어서 먹지도 못했다. 남아있는 재료들을 가지고 바로 음식을 만들어야는데 귀찮다는 핑계로 미루기만 했다.

옷장은 또 어떤까. 쑤셔 넣듯 옷을 넣어서 찾기도 힘들었다. 세탁한 옷을 개서 다시 옷장에 넣으려고 하면 적당히 옷장에 끼워놓는다. 한동안 입지 않은 옷은 존재여부조차 알 수 없다. 아이들 옷장도 보면 한심하다. 처음부터 정리가 제대로 되어있질 않으니 다음에 넣어야 할 옷도 제대로 넣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이번 이사를 계기로 차근차근 바꿔나가고 있다. 빨래 개는 법, 주방 싱크대 선반정리법, 욕실 관리법, 팬트리 정리방법을 유튜브에서 배웠다. 적당한 수납함을 활용하니 물건 배열이 쉬어지고 다시 꺼내기가 수월했다. 옷장의 옷은 한눈에 보여서 찾기가 쉬웠다. 또한 개 놓은 옷을 수납하기도 편리했다. 사용하지 않는 물건과 쓰레기는 바로바로 버리려고 한다. 그러니 여유공간들이 더욱 많아지고 있다. 아직도 정리 중이다. 정리달인들의 노하우를 보면서 조금씩 내 집에도 적용해나가고 있다.


나는 집을 꾸밀 줄도 모르고 깔끔하게 정리도 못한다고 말했는데 다만 게을렀을 뿐이었다. 사용한 물건을 제자리에 갖다 놓기만 해도 집안이 훨씬 깔끔하다. 집 정리는 예쁘게 꾸미는 게 아니다. 살기에 편해야 한다. 내가 가진 공간을 얼마나 잘 활용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 거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리정돈의 습관을 얼마나 지속할 수 있는가이다. 나 자신을 확신할 수 없다. 하지만 한 번 정리를 해 보았기 때문에 난 할 수 있는 사람인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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