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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 근처에 볼 일이 있어서 나갔다가
화장품도 사고 속옷도 사고
단골 꽃집에도 들렀다
슈퍼로즈 세 송이를 사고 나오려는데
예전에 마주쳤던 홈리스 아저씨가
꽃집 입구에 빙긋이 웃고 서있는 것이 아닌가
그가 겨울을 잘 버틴 것도 고맙고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꽃집 사장님께서 그에게 컵라면을 대접하려고
포트에 물을 끓이는 동안 나는 길을 건너가서
크리스피크림 도넛 한 상자를 사서 선물했다
돈을 주면 그가 술을 살까 봐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도넛을 건네주고 나니 마음이 한결 편안했다
그에게 종종 컵라면을 챙기시는 듯하여
꽃집사장님께 복 많이 받으시라고
내가 덕담을 하니
그녀가 나의 첫 에세이인 기적책의 2권을
기다리신다고 해서 그냥 웃었다
꽃집을 나오는 길에
햇살이 참 따뜻하게 느껴졌다
겨울이 끝나감을 알 수 있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동네의 잡화점에서 면기그릇 두 개도 사고
예쁜 손행주도 샀다
체력이 되면 흰머리 염색을 하고 싶었으나
오늘은 컨디션이 좋지 않아 패스하기로 했다
산세베리아 화분의 분갈이를
꽃집의 사장님께 부탁하고 왔는데
그녀가 또다시 깜빡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봄에는 베란다를 조금 더 정갈하게
정비해 보아야겠다
새로 산 속옷을 입어보고
살을 빼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