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쫌
이혼과 재혼을 반복하다가 지쳐서
마지막 사랑과는 결혼하지 않고
서로 살뜰한 보살핌만 주고받으며
임종까지 따뜻한 사랑을 하다가
세상을 떠난 두 여인이 있다
케네디 대통령의 퍼스트레이디인 재클린과
세기의 여배우 오드리 헵번이다
그녀들의 임종을 지킨 건
결혼식과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지만
조용히 그녀들의 곁에서
여생을 함께한 진정한 사랑꾼들이었다
이른바 돌쇠의 미국버전인 셈이다
그녀들이
또다시 결혼을 선택했다면 행복했을까
나는 회의적이다
그녀들의 마지막 사랑이 성공한 것은
결혼을 선택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믿는다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영혼을 불태우던 우리의 흑기사들이
소유권 이전에 해당하는 혼인신고를 하고 나면
서서히 또는 확연히라는 속도차이가 있을 뿐
모두 남의 편으로 변해간다
출신성분과는 상관없이 실망과 분노를 반복하던
세상의 모든 그녀들은 갱년기를 맞이하며
드디어 글래디에이터의 여성버전인
조폭마누라가 되어간다
간혹
나처럼 젊은 시절부터 터프한 희귀템들도 있지만^^
내가 이해하기 힘든 건
고통스러운 결혼과 이혼을
경험한 사람들의 재혼 선택이다
초혼에 행복했다가 안타깝게
이른 사별을 하고 또 그런 행운이 따라줄 거라고
오해하고 재혼하는 경우는 조금 이해가 된다
하지만
불행을 반복하다가
새로운 좋은 사람만 만나면
자신의 모든 불행이 없어질 것이라는
마법에 가까운 기대는 참으로 안타깝다
심지어
재혼 상대가 불쌍해서 보살피기만 할 거라고
다짐하던 분이 질리고 질려서
긴 세월의 봉사 끝에 이혼을 선택하는 것도 보았다
영원한 것은 아무것도 없고
모든 것이 변하는 무상한 이 세상에서
가장 그러한 것의 상징이 꽃과 사랑이다
능력자인 지인과 유쾌한 토크를 나누고
산책로로 이동하기 위해 시동을 거니
자동차의 디지털 화면이
발렌타인 데이를 축하하며
화사한 핫핑크 꽃잎을 마구마구 쏘아 올린다
2025 발렌타인 데이를 보내며
정말 중요한 신념을 글로 남겨본다
초혼이 아닌 솔로들이여
등기하지 말고 사랑만 하세요
소유권이전은 부동산만 하세요
참고로
예전에 나의 흑기사였던 분을 위해 준비한
나의 발렌타인 데이 선물은
당면을 추가한 불고기버섯전골이다
꽃은
약간 시든 호박꽃 한 송이로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