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대를 은혜하였다

내가 당신에게

너무너무 고마워하는 게 있는데

그게 뭔지 한번 맞춰볼래?

하고 남편이 나에게 퀴즈를 내주었다

아들 낳아준 거?

시어머니께 2억 드린 거?

사기꾼한테 돈 받아준 거?

투자 실패했을 때 뒷정리한 거?

사망판정받고 살아 돌아온 거?

아니

하고 그가 고개를 흔들었다

아직까지 나를 사랑해 주는 거

하고 그가 빙긋이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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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참 신기하네

긴 시간 동안 실망하고

그 많은 사연에 절망을 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당신을 사랑하는 내가

나도 신기하다

이런 바보가 또 있을까

이런 어이없는 사랑이 또 있을까

부모형제와 나누었어야 할 사랑의 몫까지

그와 함께 해야 할

약간은 서글픈 운명이다 보니

인연이 그렇게 되었나 보다

이런저런 실수와 실패와 단점에도 불구하고

나에게는 매력 있는 사람이다

그는

말을 이쁘게 하고

따뜻하고 자상하다

그리고

언제나 어디서나 매너가 좋다

결정적인 순간에

남의 편이 되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기는 하지만...

내가

그대를

지극히 은혜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