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려서부터 남편 복이 많다는 예언을 반복해서 들으면서 자랐다
일찍 부모님을 잃은 엄마가 가끔씩이라도
의지할 곳은 푼돈에 예언을 해주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엄마에게 늘 나의 남편복을 이야기했다
그러나
내가 막상 결혼을 하고 살아가면서
어느 날 생각해 보니
남편은 미남도 부자도 아니었다^^
그래서
그 예언자들이 귀여운 사기꾼들이라 생각하고 그냥저냥 잊고 살았다
신기한 것은
아들의 출생 시 작명부터 시작해서
우연히 노출된 예언자들에게
아들의 사주에 배우자 복이 많다는 이야기를 반복해서 들은 것이었다
경험치가 있어서 별로 믿음이 안 갔지만
덕담이라 생각하여 기분은 좋았다
최근에 그 단어를 여러 번 들을 일이 있어서
배우자 복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되었다
외모 집안 학벌 직업 재력 등등
점수를 줄 수 있는 모든 조건의 총점이 아닌 것은
확실한 것 같다
총점의 만점에 가까운 유명인 커플들의 이혼이
그 근거이다
살아보니
배우자 복이라는 것은
결혼 생활을 유지하는데 드는 노력이
100이라고 가정하면
내가 40의 공을 들여 노력을 하는데
배우자가 나보다 조금 더 유순하여
60의 노력을 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으로 시작하든
조건으로 시작하든 그런 건 상관이 없는 듯하다
사랑으로 결혼하고도 이혼하고
조건으로 결혼하고도 잘 사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결국은
긴 세월을 함께 동행해야 하니
서로 맞추어가며 살면서
상대방이 나보다 조금 더 양보하고
내가 상대방을 맞추어 주는 것보다
상대방이 나를 조금 더 맞추어 주는 인연을 만날 확률이 높은 것이 배우자 복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 결국은
고집쟁이들이 배우자 복이 많은 건가 하는
합리적인 의심이 든다
나도 아들도 고집쟁이이고
이런 사람들이 자기보다
조금 더 유순한 사람에게 끌리는 성향을 가지면
그것이 바로 배우자 복이 있는 사람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