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향해 달려왔는지도 모른 채, 나는 그것을 원한다고 믿었다.
어느 순간부터였다.
나는 내가 걷는 길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발걸음의 방향이 아니라, 그 발걸음을 움직이는 힘을.
그건 꽤나 낯선 감각이었다.
늘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옳다고 믿어왔고,
멈춰 서는 건 게으름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이제는 내가 향하는 곳이 아니라,
그곳을 향하는 내 마음의 진심이 궁금해졌다.
정말 내가 원해서 가는 걸까.
아니면 원해야 한다고 배워온 길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는 걸까.
나는 오래도록 많은 것을 원해왔다.
더 좋은 일자리, 안정된 삶, 남들보다 한 뼘 넓은 세계.
그것들은 나를 지치게도 했고, 다시 일어나게도 했다.
욕망은 언제나 내 안에서 불꽃처럼 타올랐고,
그 불꽃은 나를 앞으로 밀어붙였다.
하지만 이상했다.
무언가를 얻어도 만족은 길지 않았고,
새로운 욕망이 그 자리를 곧장 채워갔다.
그것은 마치 끝을 알 수 없는 목마름 같았다.
물을 들이켜도 갈증은 사라지지 않았고,
손에 쥔 것이 많아질수록 오히려 빈손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때 처음으로 깨달았다.
어쩌면 나는 진심으로 원하는 것이 아니라,
원한다고 믿어온 것을 좇아왔던 건 아닐까.
욕망은 이상한 성질을 지닌다.
그것은 나보다 늘 한 발 앞서 있고,
닿을 듯 닿지 않는 거리에 있다.
그래서 우리는 끝없이 달리고, 손을 뻗고, 또다시 미끄러진다.
그 과정에서 욕망은 점점 더 커지지만,
정작 손끝엔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진심은 다르다.
그것은 멀리 있지 않고, 때로는 이미 내 안에 있다.
손에 쥐지 않아도 존재하고,
눈앞에 없어도 사라지지 않는다.
그래서 쉽게 타오르지도 않고, 쉽게 꺼지지도 않는다.
나는 이제 그 차이를 조금씩 알아가는 중이다.
그러나 욕망의 속도를 멈춘다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다.
속도를 줄이면 불안이 따라붙고,
욕망에서 멀어지면 내가 뒤처지는 듯한 기분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낯선 감각은,
어쩐지 진짜에 가까운 것처럼 느껴진다.
나는 여전히 많은 것들을 원한다.
그중에는 내가 진심으로 원하는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
둘을 완벽히 구분할 수는 없지만,
이제는 적어도 물어볼 수는 있다.
“이건 정말 내 마음에서 비롯된 걸까?”
“아니면 남들이 옳다고 말한 것을 욕망이라 부르고 있는 걸까?”
그 질문 앞에서 나는 종종 침묵한다.
그리고 침묵의 끝에서 알 수 없는 무게를 느낀다.
손에 닿지도,
이름 붙일 수도 없는 어떤 것의 무게.
그것이야말로 내가 진짜 찾아야 할 것이 아닐까 하는 예감.
욕망은 여전히 내 앞에서 손짓한다.
아주 매혹적으로,
그러나 언제나 조금 모자란 거리를 두고.
나는 그 거리를 천천히 좁혀보려다 멈춘다.
그리고 아주 조용히,
내 마음 깊은 곳에 묻는다.
무엇이 진짜 나를 이끌고 있는가.
무엇이 없으면
나는 더 이상 내가 아닐 것 같은가.
그 질문에 언젠가 대답할 수 있을까.
모른다. 아마 평생을 걸려도 모를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확실한 것은 단 하나다.
그 무게를 느끼는 한,
나는 계속 걸을 것이다.
손에 닿지 않는 것들을 향해.
닿지 않는다고 해서,
그걸 향한 걸음을 멈출 수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