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한다고 믿어온 것들

욕망을 들여다보는 순간, 삶의 방향이 다시 낯설어졌다.

by 서녘

질문은 점점 더 깊어졌다.


처음엔 “나는 왜 이 길을 걷고 있을까”였다면,

이제는 “정말 이 길을 걷고 싶은 걸까”로 바뀌어 있었다.


겉모습은 비슷해 보여도

두 질문의 결은 전혀 달랐다.


전자는 ‘이유’를 묻는 것이었지만,

후자는 ‘진심’을 묻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질문 앞에서

나는 처음으로 스스로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정말 내가 원하는 건 무엇일까.


아니, 나는 지금껏 무엇을

‘원한다고 믿으며’ 살아온 걸까.


돌아보면 내 삶을

움직여온 건 대부분 욕망이었다.


더 많은 돈, 더 나은 자리,

더 큰 인정을 받기 위한 욕망.


그 욕망들은

늘 나를 앞으로 밀어붙였다.


지쳐도 다시 일어나게 했고,

실패해도 끝까지 붙잡게 만들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이상한 불안이 찾아왔다.


목표를 이루어도

만족감은 오래가지 않았고,
다음 욕망이 또다시 고개를 들었다.


그것이 마치 끝이 없는

굴레처럼 느껴졌다.


나는 더 많은 걸 갖고 싶었지만,

그 ‘더 많은 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말할 수 없었다.


원한다고 말하면서도,

그게 왜 필요한지는

설명하지 못했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어쩌면 나는 원하는 것이 아니라,

원해야 한다고 배운 것을

쫓고 있었는지도 모른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좋은 직장, 안정된 삶, 남들이 부러워하는

무언가를 가지는 것이 ‘성공’이라고.


그 말에 이의를 제기할 수 없었던

나는 그저 달리는 것밖에 몰랐다.


그 길이 내 선택인지,

사회가 깔아놓은 레일인지


깊게 생각해본 적도 없었다.


하지만 이제 질문이 나를 붙잡는다.


“그건 정말 네가 원하는 것이 맞니?”
그 물음 앞에서 많은 것들이 무너졌다.


그토록 중요하다고 믿어온 것들이

사실은 ‘습관적인 욕망’이었음을


인정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욕망과 진심의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욕망은 쉽게 타오르고 쉽게 사라진다.


남들과 비교할 때 더 강렬해지고,

혼자 있을 때는 쉽게 꺼진다.
그러나 진심은 다르다.


시간이 흘러도 사라지지 않고,

손에 넣지 못해도 여전히

마음 한구석을 잡아끈다.


나는 아직도 그 둘을

명확히 구분하지 못한다.


하지만 이제는 최소한,

그것이 같지 않다는 것을 안다.


그리고 그 차이를 알아차리는 순간부터

삶은 다시 낯설어진다.


지금까지 걸어온 길의 의미가 흐려지고,

새로운 질문이 발밑에 놓인다.


“욕망을 비우고 나면,

나는 무엇을 향해 걸을 수 있을까.”


빨간불 앞에서 멈춰 선 그날 이후,


질문은 점점 더 작아졌지만

동시에 더 날카로워졌다.


그리고 그 질문이

나를 완전히

다른 길로 데려가고 있다.


더 이상 ‘갖고 싶은 것’을 묻지 않는다.
이제는 ‘놓치고

싶지 않은 것’을 생각한다.


더 이상

‘이겨야 할 상대’를 찾지 않는다.


이제는 ‘함께 가고 싶은 존재’를 떠올린다.


나는 아직 답을 찾지 못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있다.


진짜 원하는 것을 찾아가는 길은,

욕망을 좇는 것보다

훨씬 느리지만 훨씬 단단하다.


그리고 그 길 위에서 나는 처음으로,
무언가를 얻기 위한

발걸음이 아니라


무언가를 ‘향해’ 걷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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