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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식PM Sep 24. 2022

기획자가 일하기 좋은 회사

연봉과 워라밸은 알아서 챙기시고

어느 회사나 장단점이 있다. 그래서 누구에게나 좋은 회사를 꼽기는 어렵다. 하지만 특정 직군에게 좋은 회사는 분명히 있다. 내가 여러 회사를 거치며 고민했던 '기획자가 일하기 좋은 회사'의 조건을 공유해본다.




1. '고객'에 높은 가중치가 있는 회사


여느 회사나 '고객'이라는 키워드를 많이 사용한다. 그러나 보고서에만 사용하는 곳과 실무 대화에서도 사용하는 곳은 분명한 차이가 있다. 간단한 가상 사례를 만들어 보았다.


마케팅팀 홍 대리는 앱 실행 시 메인에 노출되는 팝업 광고를 담당하고 있다. 메인 팝업은 광고 단가가 가장 비싸다. 그런데 현재 화면 하단에만 작게 나오고 있어서, 크기를 키워 주목도를 높이고 싶다. 그리고 유튜브처럼 몇 초 정도라도 의무로 보게 하고 싶다. 기능 개선이 되면 광고도 많이 들어오고 전환도 높아질 것이다. 홍 대리는 서비스기획팀에 업무 요청을 한다.


어느 회사나 돈이 되는 요구사항은 우선순위가 높다. 그러나 이 요구사항에는 고객이 불편해지는 요소가 있다. 돈과 고객 사이의 우선순위를 결정해야 한다. 절충하는 과정을 지켜보면 회사가 무엇을 우선으로 생각하는지 알 수 있다. 기획자에게 홍 대리 생각대로 해주는 회사는 최악, 어느 정도 절충하는 회사는 보통, 단칼에 거절하는 회사는 최고다. 


서비스기획팀의 조직 내 위상 문제는 아니다. 고객 중심 의사결정이 가능한 회사여야 프로덕트 직군이 서비스를 주체적으로 만들어나갈 수 있다.



2. 개발자들이 같은 법인에서 일하고 있는 회사


산업, 회사마다 프로덕트 직군 고용 형태가 다양하다. 기획자는 회사의 입장을 대변하기 때문에 직접 고용이 많다. 반면 개발자는 계열사 또는 아웃소싱 운영이 가능해서 기획자와 함께 일하지만 다른 회사에 소속된 경우도 많다.


"하청을 주면 해달라는 대로 다 해주니까 더 편한 것 아니에요?"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서비스 개발은 건물을 짓는 것과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건축은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안전을 위해 다양한 법률도 지켜야 한다. 관리 감독과 감리도 철저하다. 하지만 서비스 개발은 회원정보, 결제 등 특수한 영역을 제외하면 고객 안전과 무관하다. 복잡한 코드를 직접 관리 감독할 역량도 방법도 없다. 심하게 말하자면, 대충 기능만 동작하게 만들고 나가도 한동안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따라서, 개발자가 같은 법인에서 연속성 있게 일하는 환경이 매우 중요하다. 직접 만들어낸 기능이니 회사에 그 경험이 남는다. 유지보수를 할 때 큰 도움이 된다. 프로젝트가 끝나도 이 기능은 내가 책임져야 한다. (내가 유지 보수하거나, 동료들이 나에게 물어볼 것이다.)


개발자가 서비스 주체로 책임감을 가지고 있어야 기획자가 일하기 좋다. 물론, 그 책임감 때문에 내 요구사항에 보수적으로 접근하게 될 수도 있겠지만...?



3. 주요 경영진이 IT 직군 출신이거나 IT를 잘 이해하고 있는 회사


이것은 사실 쉽지 않은 조건이다. IT업계를 제외하고 제조, 유통, 금융 등 업계의 경영진은 경영전략, 재무, 인사, 마케팅, 영업 출신이 많기 때문이다.


그럴 땐 회사에 CTO라는 직책이 있는지 살펴보자.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중요하다. C레벨에 기술 책임자가 있는 회사는 최소한 개발 직군이 서비스에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곳이다. CTO가 없다가 생긴 곳도 괜찮다. 세상의 변화를 인지하고 대처하는 곳이다. CTO는 개발 문화를 만들고, 할 일의 우선순위를 판단한다. 개발자가 일하기 좋은 곳이면 대체로 프로덕트 직군도 일하기 좋다. 


경영진과 조직장들이 IT를 잘 모르는 회사는 힘들다. 이슈와 해결방안을 고민해야 할 시간에, 용어와 개념을 어떻게 이해시킬지 먼저 고민해야 한다. 만약 돌아가는 상황을 적시에 정확하게 보고할 수 없다면? 보고를 잘못 이해하고 이상한 의사결정이 내려온다면? 정말 일하기 힘들다.



4. 사업이 잘 되고, 전망도 좋은 회사


당연한 이야기이다. 실적이 꺾이거나 다른 아이템이 없는 경우 모든 직원이 힘들다. 기획자 입장에서는 아래 같은 상황이 온다.


회사가 위기 상황이면 긴축과 함께 실적 압박이 심해진다. 압박을 받은 현업 부서들은 다양한 무리수 아이템들을 개발해달라고 요청한다. 이를 선택적으로 수용할 권한이 없다면, 서비스는 산으로 가고 고객은 이탈한다. 마케팅 부서는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해 새로운 기능을 개발 요청한다... 악순환이다.


임기가 있는 대표이사 입장에서 사업 상황이 좋지 않으면 고객보다는 실적이 우선이다.




내 경험을 바탕으로 '기획자가 일하기 좋은 회사'의 조건을 정리해보았다. 일하기 좋으면, 성장하기도 좋다. 결국 많은 조건을 충족할수록 커리어에도 유리하다. 기획자로 직무 전환이나 이직을 고민하고 있다면, 목표 회사를 선정할 때 활용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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