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직장이나 불문율(?)이 있다. 누가 정한 것도 아니지만, 서로 묻지 않는 일종의 선이다. 대표적으로 출신 학교를 들 수 있다. 대놓고 "어디 대학 나왔어요?"라고 물어보면 실례다.
그런데 요즘은 세상이 좀 달라졌다는 것을 느낀다. 온라인상의 구인구직이 활성화됐다. Linkedin, 리멤버 같은 플랫폼을 통해 스스로를 공개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자신의 경력을 공개하고 잘 정리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지 싶다.
나는 예전부터 궁금했다. 어떤 전공이 기획자가 되기에 유리한지, 기획자 대세 전공은 무엇인지 말이다. 내 동료 기획자들의 전공은 참 다양했다. 경영/경제학, 행정학, 어문학, 문헌정보학, 사회과학, 사학 등등... 주로 문과가 많았지만 주요 전공은 없었다.
내 경험은 한계가 있으니, 직접 Linkedin에서 연결된 기획자들을 찾아서 정리해봤다.
전공
결과만 놓고 보면 경영학이 대세 같다. 하지만 취업을 위해 경영학을 복수 전공하는 학생이 많을 테니 경영학은 제외하고 보는 것이 맞겠다. 융합학과로 퉁친(?) 것은 학교 이름이 특정될 수 있어서이다. 테크놀로지와 미디어, 아트 같은 것을 합쳐서 가르치는 학과들이다. 통계학 전공자들은 특수한 분야의 기획자들이었다.
위와 같은 bias들을 제외하고 보면... 그냥 아무 전공 대잔치이다. 내 경험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기획자가 되기에 유리한 전공은 없다'는 결론이다.
성별
성별은 확실히 여성이 많다. 조사한 것은 60%이고, 경험으로도 60~80% 사이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이는 문과에 여성이 많기도 하고, 여성들이 상대적으로 스펙이나 커뮤니케이션 역량이 좋은 편이기 때문일 것 같다.
학교 소재
의미 없는 데이터이다. 공개하지 않은 사람들도 많고, 취업한 사람들만 있기 때문이다. 서울 소재 대학 졸업자들의 취업률이 높을 뿐이다.
허무한 결론이지만, 기획자가 되기에 유리한 전공 또는 기획자로 일하기에 좋은 전공... 특별히 그런 것은 없어 보인다.
기획자는 디자이너, 개발자처럼 전문 분야는 아니다. 하지만 어느 회사나 기획자를 필요로 한다. 따라서, 회사와 동료들이 기획자에게 기대하는 역할을 잘 파악하고 부응해주는 것이 좋은 기획자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다만, 이런 태생적 애매모호함이 주니어 기획자들을 괴롭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