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정식PM Mar 07. 2023

선을 넘는 여자

내 아내 이야기다. 계속 곱씹어봐도 참 적절한 표현이다. '선을 넘는 여자'

일반적으로 인간관계에서 허용가능한 범위를 넘어서는 일을 하였을 때, '선을 넘었다'라고 표현한다.  (나무위키 중)


아내는 인간관계의 선도 자유롭게 넘나들지만,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실행'에 있어서도 역치가 낮다. 내가 더 괜찮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도와준 스승이다. 



#1

사실 아내를 만나고 같이 살기 전까지는, 내게 어떤 '선'이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그런데 나는 생각보다 까다로운 인간이었다. 허용가능 범위가 너무 좁았던 것이다. 학교나 일터에서는 필요한 정도의 인간관계만 유지했다. 별다른 취미 활동도 없었고, 어린 나이에 낳은 아이를 돌보느라 점점 골방 아저씨가 되어갔다. 또한, 나는 부탁하고 신세 지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항상 혼자 고민했고, 혼자 해결했다. 이런 성향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사회에는 문제를 해결하는 더 다양한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아내를 통해 배웠다.


아내는 관계 전문가다. 1:1, 1:N 할 것 없이 사람을 상대하는 데에 주저함이 없다. 초면에도 5분이면 입에 '언니'가 붙는다. 어른들도 잘 구워삶는다. 아내와 함께 있으면 오디오가 비는 일이 없다. 말 수가 많다기보다 상대방의 말을 잘 이끌어내는 재주가 있다. 전혀 모르던 사람들을 한 자리에 모아서 친하게 만드는데도 능하다. 싱가포르에 온 이후, 외국인들 사이에서도 그러고 있으니 재능의 영역이 분명하다.


아내는 사람을 사귀는 데에 목적이 없다. 뭔가를 얻고자 억지로 영업(?)을 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도움을 청하는 것에 거리낌이 없다. 반대로 자신이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어떻게든 도와준다. 결혼 초기에는 아내의 이런 태도를 이해할 수 없었지만, 지금은 아내의 방식을 리스펙 한다. 복잡하고 중요한 문제들은 모두 아내의 방식으로 해결했기 때문이다.


'혼자 해결하기'와
'관계를 활용해 해결하기'
사이에는 넘사벽이 있다.


#2

내게는 한 가지 문제가 더 있었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기를 꺼린다는 것. 기회가 있어도 행동하지 못했다. 예전 글에서 '나는 경험이 가난하다'라고 표현한 적이 있다. 환경 탓만 하기에는 나 스스로의 우유부단함이 더 문제였다. 용기만 있었으면 해외여행 또는 유학을 떠날 수 있었지만, 귀차니즘과 두려움에 적절한 타이밍을 놓쳤다. 나를 포함한, 행동하지 못하는 모든 사람의 문제다. 생각만 하고, 실행하지 못하는 것.


반대로 내 아내는 행동파다. 두려움 없이, 일단 해보고 고민한다. 상가 매입, 집짓기, 사업, 분양권 전매, 영어 유치원, 유학... 이 모든 것이 아내의 실행력 때문이다. 항상 결과가 좋았던 것은 아니지만, 해보는 과정에서 많은 경험이 생겼다. 반대로 나는 실행력은 처참하지만, 인지 부조화 전문가(?)다. 이미 일어난 일은 후회하지 않고, 해결할 생각만 한다. 우리 부부는 이상하게 조합이 맞아서 그런지, 큰 갈등 없이 살고 있다.


아내의 이러한 태도는 나를 변화시켰다. 직무 변경 이직, 임신 7개월 차에 희망퇴직, 대학원 진학, 자격증, 강의, 글 쓰기... 중요한 시기마다 '일단 해봐'라는 아내의 조언은, 쫄보인 내가 첫 발을 뗄 수 있도록 도왔다. 실행을 해야 성공이든 실패든 결과가 있다.


'시작하면 다 하게 돼있어~' 
아내가 항상 하는 이야기다.

지나고 보니 다 맞는 말이다. 시작과 도전은, 내 마음속에 있는 선을 넘는 것이다.




성공한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이야기. '그냥 한다'


관계든 도전이든, 생각은 조금만 하고 그냥 하자. 그것이 내가 선을 넘는 여자에게 배운, 선을 넘는 방법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미라클 모닝 15일 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